한국의 북한 이탈주민 정착 지원 시설인 '하나원'.
한국의 북한 이탈주민 정착 지원 시설인 '하나원'.

한국에 입국하는 탈북민들의 정착교육 시설인 하나원에 입소한 탈북민이 현재 9명으로, 개원 21년 만에 최저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탈북 지원단체들은 신종 코로나 상황이 장기화 되면서 탈북민과 단체 모두 심한 무력감에 빠진 상태라며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한국 통일부는 10일 VOA에 하나원에 입소 중인 탈북민이 이날 현재 9 명이라고 밝혔습니다.

경기도 안성의 본원(750명)과 강원도 화천의 제2하나원(500명)을 합해 1천 250명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하나원에 탈북민이 9명 밖에 없다는 겁니다. 

통일부는 “코로나-19 상황으로 올해 1~9월까지 하나원에 입소한 북한이탈주민(탈북민)은 389명으로, 작년 동기 956명에 비해 40% 수준”이라며 이같이 밝혔습니다.

1999년에 개원한 하나원은 한국에 입국하는 탈북민들이 국정원의 조사를 1~3개월 동안 받은 뒤 입소해 석 달 동안 한국 생활에 필요한 정착 교육을 받는 곳으로, 매달 입소하는 한 기수 인원이 많을 때는 수백 명에 달했습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여파로 자유를 찾아 나선 탈북민들의 여정이 매우 험난해지면서 입소 인원이 대폭 감소한 겁니다.

탈북민 정착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VOA에, “ 1기생 20명 배출 이후 최근 268기까지 세 기수가 함께 머무는 하나원에 탈북민이 9명뿐인 것은 개원 21년 만에 처음”이라고 말했습니다.

통일부는 이날 VOA에,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국가 간 이동 제한 등에 따른 일시적 현상으로 분석되고 있고, 향후 입국 추세는 시간을 갖고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탈북 지원단체들은 중국과 동남아 국가들이 연초에 코로나로 통제 조치를 강화한 뒤 꽁꽁 얼어붙은 상황이 8개월째 풀리지 않고 있다고 말합니다. 

한국 갈렙선교회의 김성은 목사입니다.

북한 주민들의 탈북과 남한 정착을 지원하는 갈렙선교회가 지난 2013년 2월 북한 주민이 국경을 넘는 장면을 촬영한 영상 등을 공개했다.

[녹취: 김성은 목사] “정말 무기력해져 있어요. 탈북 단체들 다 우울증이 온 것 같아요. 우울증! 하고 싶어도 할 수 없고 움직일래야 움직일 수 없고. 이 상황에서 중국에 들어갈 수 없고, 동남아도 갈 수 없고, 간다고 해도 자가격리에다 현지에서도 이동할 수 없는 상황이고. 너무 무기력해져 있어요.”

단체들은 3가지 걸림돌을 지적합니다.

중국 내 이동 상황은 지난봄보다 다소 개선됐지만, 중국과 동남아 국가들이 국경을 철저히 통제하면서 국경을 넘을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겁니다. 

두리하나선교회의 천기원 목사는 중국 정부의 외국인 입국 제한 조치도 큰 걸림돌이라고 지적합니다. 

[녹취: 천기원 목사] “제일 중요한 것은 중국에서 비자 발급이 안 된다는 것. (내부 이동은) 좀 풀렸는데, 우리 활동가들이 오가고 할 수 있는 네트워킹이 안 되니까. 마찬가지로 라오스나 태국에 가서 탈북자를 받아주고 인계해야 하는데 못 들어가니까요.”

중국은 코로나로 제한했던 한국인들에 대한 입국 제한 조치를 8월부터 유학생과 취업자 중심으로 완화했지만, 일반 여행과 방문 비자는 풀지 않아 한국인 사역자가 중국에 계속 들어갈 수 없는 상황이란 겁니다.

북한인권시민연합의 김영자 국장은 이런 상황이 장기화하면서 탈출을 위해 비밀 처소에 모여있던 탈북민들의 고통과 두려움이 팽배한 상태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영자 국장] “코로나로 인해 사실 세계 난민들이 다 정체 상태잖아요. 이동을 못 하잖아요. 그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다른 쪽보다 중국에 있는 북한 난민들은 이중삼중의 고초를 더 겪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내가 자유를 찾을 수 있다는 희망이 없어지고, 돈벌이도 없어지고, 그러다 보니 더 궁핍해지고.”

김 국장은 “다른 지역 난민들이 이런 열악한 상황에 부닥치면 언론 등 국제사회의 조명을 받지만, 탈북민들은 북한 정권의 보복에 대한 두려움과 중국 당국의 감시로 자신들을 드러낼 수 없어 더욱 사각지대에서 고통받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좁은 비밀 처소에서 20여 명이 수개월째 머물면서 자금이 바닥나고 들킬 위험은 커지자 최근에는 동남아로 탈출을 강행하는 탈북 중개인들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지난 2006년 5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북한인권법에 의거해 난민 자격으로 입국한 탈북자들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중개인 K 씨는 9일 VOA에, 선택할 여지가 없어져 최근 위험을 무릅쓰고 두 팀을 중국에서 모 국가로 이동시켰다고 말했습니다. 

K 씨는 “검문이 심하면 무기한 대기하면서 조금씩 움직여 예전에 열흘 걸리던 거리를 한 달 이상 걸려 이동했다”며 중국 공안 요원들이 라오스 내부까지 오가고 있어 여전히 위험한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K 씨는 그러나, 현지 한국대사관과 체류국 정부가 코로나 상황에서 어떤 반응을 보일지 불확실하다며, 중국은 벗어났지만, 탈북민들의 자유를 향한 여정은 여전히 위태롭다고 말했습니다. 

탈북 단체들은 이렇게 위험이 커지면서 중개인들이 요구하는 비용도 과거 1~2천 달러에서 두 배로 오르고 있다며, 안전도 담보할 수 없어 탈북민들에게는 모든 게 악재인 상황이라고 밝혔습니다. 

게다가 북-중 국경에서도 양국 당국의 강화 조치로 밀무역마저 철저히 봉쇄되고 있어 탈북은 더욱 상상하기 힘든 상황이란 지적입니다. 

김영자 국장은 중국 시골에 팔려 갔던 한 탈북 여성이 몇 달 전 상황을 비관해 자살한 사건까지 발생했다며, 소리 없이 느는 희생을 막기 위해 한국 정부와 국제사회가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영자 국장] “코로나19 때문에 어쩔 수 없다가 아니라 코로나19 때문에 더욱 고통받는 북한 난민들을 위해서 현지 대사관이 이들에 대한 고통을 (당사국에) 알리고, 이들이 수용되면 코로나 검사라든가 체계적으로 할 수 있는 시설까지 갖춰서 현지 정부를 설득해서 탈북민들이 자유를 찾을 수 있게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김 국장은 또 유엔난민기구(UNHCR)와 국제사회가 과거 위기의 무국적 난민들에게 발급했던 난센여권(Nansen Passport)을 탈북민들에게도 발급해 이들이 자유 세계로 갈 수 있도록 문을 열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