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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풍경] 미 해병대박물관 한국전 전시관, 전쟁 상황 생생하게 재현


장진호 전투를 재현한 특별 전시관에 모형 미 해병.
장진호 전투를 재현한 특별 전시관에 모형 미 해병.

매주 금요일 북한 관련 화제성 소식을 전해 드리는 ‘뉴스 풍경’입니다. 미 동부 버지니아주 콴티코의 미 해병대국립박물관에는 2차 세계대전과 베트남전 등 미국이 참전했던 전쟁의 기록유품 등이 전시돼 있습니다. 특히 한국전쟁 전시관은 당시 상황을 생생하게 재현해 눈길을 끕니다. 장양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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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한국전에 참전한 미7해병대 소속 조지프 오언 중위.

오언 중위는 1950년 11월 27일에서 12월 10일까지 벌어진 장진호 전투에서의 혹독한 추위를 이렇게 기록했습니다.

“손과 발이 얼어붙어 모두 마비가 됐고, 뼈끝에 사무치는 추위가 엄습했다.”

“어떤 해병도 이처럼 열악한 기후에서 싸워본 적이 없었다”는 1 해병대 소속 조종사 더글러스 윙의 기억은 이 박물관의 특별 전시실에서 재현됩니다.

한국전 전시관을 따라 들어가면 유리문을 지나게 되는데요, 문을 열자마자 관람객들은 차가운 기온과 옷깃이 떨릴 정도의 강한 바람에 놀라게 됩니다.

당시 인해전술에 나선 중공군과 싸우는 미 해병대의 모습과 주변 상황을 70년 전으로 돌려놨습니다.

미 해병대국립박물관 그웬 아담스 홍보국장은 VOA에 중공군뿐 아니라 혹독한 추위와도 싸워야 했던 ‘덕동리 계곡’의 상황을 재현했다고 설명합니다.

=>[녹취: 그웬 아담스] “So here you get an idea of what it was like for their very existence. We tell you about what it was like in the frozen Chosin(장진호), which is a term that the Marines used to talk about ‘Toktong Pass(덕동리 계곡) (현장음)’..”

탱크와 군화 자국까지 그대로 살려놓은 바닥, 눈 덮힌 덕동리 계곡에서 포화를 마주하는 병사들, 부상 당한 통신병의 다리를 지압하는 모습 등 병사들의 위급한 목소리까지 겹쳐저 그야말로 전장에 있는 듯합니다.

중공군의 얼어붙은 시체 더미가 쌓여 병사들이 포탄을 피했다는 아담스 국장은, 적군의 시체라도 모욕하고 싶지 않았지만 당시 상황이 그랬다고 설명합니다.

[뉴스풍경] 미 해병대박물관 한국전 전시관, 전쟁 상황 생생하게 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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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동부 버지니아 콴티고에 위치한 미 해병대국립박물관(USMC Museum)은1775년 창설된 미 해병대의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곳으로 해병대훈련소, 1,2차 세계대전, 한국전, 베트남전이 주요 전시관 주제입니다.

54만 제곱미터 부지에 건물은 크기가1만 1천 제곱미터(12만 평방피트)에 원형 모양의 현대식 건물입니다.

미 해병대와 비영리기관인 해병대 헤리티지재단이 공동으로 설립했고, 국가 소속이지만 민간 재원으로 운영됩니다.

2층 복식 구조로 이뤄진 박물관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유리천정으로 덮인 탁 트인 로비에 미 해병대의 커다란 전투기들이 공중과 바닥에 설치돼 가장 먼저 관람객들을 맞이합니다.

로비를 둘러싼 전시관들이 큰 원을 그리며 차례차례 자리잡고 있는데, 한국전 전시관은 2차 세계대전 전시관 뒤로 ‘레가시 워크’ 복도 전시실 뒤에 위치합니다.

USMC 박물관은 한국전쟁에 대해, 수많은 미국인들이 적과 치열한 전쟁을 벌였으며, ‘잊혀진 전쟁’으로 알려진 한국전쟁은 냉전 시절 미국 최초의 전투였고 2차 세계대전 이후 수 년 동안 규모가 크게 줄어든 해병대가 부활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한국전 전시관은 크게 ‘냉전’,’부산 교두보’, ‘인천과 서울’, ‘장진호’, ‘다른 전쟁’, ‘포로의 운명’ 차례로 관람할 수 있고, 전쟁 관련 내용과 사진, 무기 등 유물을 볼 수 있습니다.

한국전 전시관에서 관람객을 처음 맞이하는 전시물은 겨울 군복 차림의 미 해병 마네킨.

전시관 곳곳에 다양한 모습으로 설치된 병사 마네킨은 실제 한국전에 참전했던 미 해병의 모습을 재현해 현실감을 더하고 있는데요, 고개를 살짝 숙인 실물 크기의 병사는 총을 어깨에 메고 서 있습니다.

눈 덮힌 바닥에는 미국산 초콜렛 사탕인 ‘투티 롤’ 포장지가 툭 떨어져 있습니다.

아담스 국장은 “왜 사탕 껍질이 떨어져 있을까요?” 라는 질문과 함께 이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당시 장진호 전투는 미 해병대가 경험한 전쟁 중 가장 추운 전투였고, 음식과 무기도 모두 얼어 본부에 포탄 지원을 요청했습니다.

[녹취: 그웬 아담스] “The codeword for the mortar rounds that day was ‘Tootsie Roll’ because they're round. so that was the code words. Well, the guy on the other end, for whatever reason didn't know that that was the code word. And he's thinking..”

군사 용어로 ‘포탄’을 의미했던 미국의 초콜렛 사탕 ‘투티 롤’을 진짜 사탕으로 이해했던 병사의 실수로 미군은 뜻밖에 ‘선물’을 받았다는 겁니다.

예기치 않았던 투티 롤 더미를 받은 병사들은 달콤한 초콜렛 사탕을 먹고 피곤한 전투를 버틸 수 있었다는 일화입니다.

투티 롤에 얽힌 일화를 시작으로 ‘냉전’구간을 지나 ‘부산 교두보’로 진입하면 각종 무기들이 보입니다. 구간마다 음향과 영상, 특수 효과를 설치해 관람객들이 당시 상황을 간접 체험하도록 만들었습니다.

‘인천’ 구간을 설명하는 아담스 홍보국장은 특별히 설치된 철제 구조물을 밟고 올라섭니다.

[녹취: 그웬 아담스] “We feel the floor rumbling under you. It's to give our visitors kind of an idea of what it would have felt like for watching the video. They're feeling the floor rumbling under them so that it makes it a little more real…”

이 구조물은 동영상 자료 앞에 설치됐는데요, 아담스 국장은 바닥이 떨리는 것을 느낄 수 있는데, 관람객들은 소리와 영상을 보고 들으며 전쟁을 조금 실감할지도 모른다고 말합니다.

군복과 사진은 인천상륙작전 당시 부대원을 살리기위해 수류탄을 품고 전사한 발도메로 로페즈 중위.
군복과 사진은 인천상륙작전 당시 부대원을 살리기위해 수류탄을 품고 전사한 발도메로 로페즈 중위.

인천상륙작전 당시 미 해병대가 사다리를 타고 방파제를 올라가는 유명한 사진도 관람객들에게는 반가운 전시물입니다.

이 사진의 주인공으로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는 전쟁영웅 발도메로 로페즈 중위에 대해 설명하는 아담스 홍보국장.

[녹취: 그웬 아담스] “This is his uniform and he received the Medal of Honor for his actions at In charge of the need for a major And so we're able to tell his story by showing his uniform. And then leave ..”

로페즈 중위의 군복이며 그가 이후 해리 트루먼 대통령의 명예 훈장을 받았다는 설명인데요, 이를 통해 그가 전쟁에서 한 일을 배울 수 있다는 겁니다.

미 해병대 로페즈 중위는1950년 9월 15일 인천상륙작전에서 부대원의 피해를 막기 위해 자신의 몸으로 수류탄을 감싸 25세 나이로 전사했습니다.

인천과 연결된 ‘서울의 전투’에는 실물 크기의 탱크가 전시실 한 켠을 가득 채웁니다.

북한 김일성 주석과 옛 소련의 조지프 스탈린 사진이 내걸린 서울 시내에 연합군의 탱크가 밀고 들어가는 상황을 재현한 겁니다.

그밖에 포로들을 수용했던 이동용 나무 밀실, 그리고 사람이 아닌 동물이 한국전쟁에서 세운 공로로 훈장을 받은 이야기도 눈길을 끕니다.

‘써전 레클레스’라는 이름의 말은 포탄이 날아다니는 전장에서 무거운 탄약을 운반하는 등 공을 세웠습니다.

이 말은 공식적으로 군사 계급을 보유한 유일한 동물이면서 두 개의 `퍼플 하트’ 훈장을 받았습니다.

포로의 운명을 상징하는 나무로 만든 밀실에 대해 박물관은 이렇게 설명합니다.

“약 7천200 명의 미국인이 한국에서 포로가 되었고, 그 중 221 명은 해병대였으며, 이 중 27 명 (12 %)이 공산주의자 손에서 사망했다. USMC 훈련 없이는 결코 살지 못 했을 것이다. 살아남은 해병대원은 모두 집으로 돌아왔다.”

박물관 기록에 따르면 1950년부터 1953년까지 한국전쟁에 투입된 미 해병은 총 13만명, 전장에서 사망한 3천 321명을 포함해 부상후, 혹은 실종이나 포로가 돼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수를 합해 총 4천 268명이 사망했고, 부상자는 2만 3천 744명입니다.

10년 넘게 이 박물관의 홍보를 담당하고 있는 아담스 국장은 아버지가 2차 세계대전 참전용사이면서 자신도 미 해병대에 복무했던 백인 여성입니다.

아담스 국장은 매년 42만명의 관람객들이 박물관을 찾고 있다면서, 한국전쟁이 발발한 지 70년이 지난 지금, 오래 전에 벌어진 전쟁을 돌아보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며 그 의미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녹취: 그웬 아담스] “The lives that were lost the lives that were changed forever during that war, because believe it was Churchill that said, If we forget the mistakes or forget our past, we're doomed..”

사람들의 삶이 전쟁에서의 사망으로 영원히 바뀌었고, 처칠 영국 총리의 말대로 만약 우리가 실수나 과거를 잊어 버린다면 같은 일이 미래에 또 다시 반복될 수 있다는 겁니다.

미 해병대박물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임시 휴관 중이지만 박물관 홈페이지를 통해 영상과 음성 해설이 들어간 ‘비대면 버추얼 관람’이 가능합니다.

VOA 뉴스 장양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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