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여행객이 감소하면서, 10일 수도 워싱턴 인근 덜레스 국제공항 터미널이 한산한 모습이다.
미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여행객이 감소하면서, 워싱턴 인근 덜레스 국제공항 터미널이 한산한 모습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여파로 워싱턴을 자주 찾던 탈북민들의 발길도 뚝 끊겼습니다. 정부와 민간 차원의 각종 교류 프로그램이 중단되거나 온라인으로 전환됐기 때문인데, 관계자들은 탈북민의 역량을 강화하고 자긍심도 높일 기회가 줄어 안타깝다고 말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2019년 7월 백악관에서 열린 국제종교자유 행사. 

북한 지하교회 신도의 후손인 탈북 청년 주일룡 씨가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에게 북한 내 기독교인들이 받는 박해 상황을 설명합니다. 

[녹취: 주일룡 씨] “고모와 고모의 가족, 주춘희, 김철, 김지향, 김성식 모두가 정치범수용소에 갇혔습니다. 고모의 시아버지가 기독교인이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또 제 사촌의 가족은 성경의 복음을 전했다는 이유로 처형됐습니다.”

이렇게 주 씨처럼 다양한 이유로 백악관을 방문한 탈북민 팀은 2019년 한 해에만 적어도 7차례에 달합니다.

국무부에 따르면 2019년까지 ‘국제 방문자 리더십 프로그램(IVLP)” 등 미국 정부의 다양한 국제 교류 프로그램을 통해 미국을 방문한 한국 내 탈북민은 150명을 넘었습니다.

또 한국 교육부 산하 국립국제교육원은 VOA에, 한국 대학생들이 미국에서 최대 18개월까지 어학연수와 인턴을 할 수 있는 ‘한미대학생연수(WEST)’ 프로그램을 통해 미국을 찾은 탈북 학생이 2019년까지 48명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밖에 미국의 민간단체인 한인나눔운동(KASM) 등 민간단체와 기독교단체들을 통해 미국을 다녀간 탈북민도 수 백 명에 달할 정도로 지난 몇 년 동안 탈북민들의 미국 방문은 끊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여파로 대부분 프로그램이 1년 넘게 중단됐거나 비대면 온라인 방식으로 대체되면서 미국을 찾는 탈북민들의 발길이 거의 끊겼습니다.

미 국무부 교육문화국(ECA)은 코로나 여파로 지난해 3월 국제지도자 프로그램(IVLP) 등 교류 프로그램을 잠정 중단한 뒤 일부는 온라인 프로그램으로 전환해 지금까지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국무부 관계자는 26일 VOA에, 탈북민 방문 등에 대해 구체적인 확인을 하지 않은 채 한국과 대면 행사가 제한된 경우들에 대해서는 온라인 프로그램을 통해 계속 교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국무부 관계자] “ECA continues to engage with the Republic of Korea through virtual programming in cases where in-person events are curtailed.

또 국무부 교육문화국의 광범위한 프로그램은 각기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나라마다 모든 프로그램이 재개가 가능하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한국의 국립국제교육원도 지난 5일 ‘한미대학생연수(WEST)’ 프로그램 참가자 모집공고를 통해 프로그램을 재개한다고 밝혔지만, 올해 상반기는 모두 미국 방문 대신 온라인 프로그램으로 대체했습니다.

민간단체들의 사정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 2012년 이후 탈북 학생 100여 명을 미국에 초청해 미국 정부기관과 주요 국제기구, 민간 연구단체, 학교 견학 프로그램을 운영했던 한인나눔운동(KASM)은 상황이 계속 불투명하다고 밝혔습니다.

이 단체 나승희 대표입니다. 

[녹취: 나승희 대표] “지금도 불투명합니다. 굉장히! 저희 희망은 좋아지면 늦은 여름이라도 프로그램을 진행하도록 준비하고 있지만 아직은 전반적인 상황이 매우 불투명합니다. 그래서 확신할 수가 없습니다.”

과거 탈북 학생들이 방문했던 정부기관과 단체, 학교, 박물관 모두 외부인의 방문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일정조차 세울 수 없다는 겁니다.

나 대표는 한국에서 지난해 선발한 10여 명의 학생들과 온라인으로 소통하고 있지만, 미국을 직접 방문해 배우고 체험한다는 본연의 목적을 실현할 수 없어 매우 안타깝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나승희 대표] “아 미국 가서 멋진 미국의 모습을 보고 싶다며 흥분된 기대감 때문에 우리 프로그램을 꼭 하고 싶다고 말하곤 했는데, 안타까운 것은 그런 미국에 대해 알 수 있는, 미국을 만지고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기대감이 자꾸 엷어지는 겁니다. 자꾸 시간이 갈수록,”

과거 미국에서 연수했던 탈북민들도 후배들에게 타격이 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세계 최강국인 미국을 방문해 세계관을 넓히고 북한의 변화, 탈북민들의 역량을 더 강화할 기회가 사라지고 있어 많이 아쉽다는 겁니다.

과거 한인나눔운동(KASM)의 워싱턴 리더십 프로그램(WLP)에 참여했던 신지성 씨입니다.

[녹취: 신지성 씨] “북한 속담에 그런 말이 있습니다. 집에 있는 똑똑이보다 나가 돌아다니는 거지가 더 훌륭하다. 이처럼 모든 것을 책으로 본 미국, 말로만 들은 미국과 실제로 가서 본 미국의 차이는 아주 큰 거죠. 일단 미국 땅을 밟는다는 것 자체가 뿌듯함이 큽니다. 둘째로, 중요한 기관과 주요 부처를 방문해 중요한 사람들을 만난다는 것도 의미가 큽니다. 또 같은 동년배 미국 학생들과 교류하면서 그들의 사고와 의식 수준이 얼마나 앞서가고 있는지 깨닫게 돼 분발하게 되고, 그러면서 사고의 폭이 통일 이후까지 넓혀지는 거죠.”

신 씨는 특히 위험을 무릅쓰고 탈출한 탈북민들을 영웅으로 존중하는 미국인들을 만나면서 탈북민들의 자존감도 높아진다며, 자긍심을 쌓을 기회가 좁아지는 것도 안타깝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신지성 씨] “미국은 약간 히어로(영웅) 같은 느낌이 있죠. 왜냐하면 그 어려운 상황을 벗어나서 지금 공부하고 미국에 와서 당당하게 인권과 민주주의에 대해 말하는 탈북민들의 모습이 미국인들에게는 영웅으로 보이는 시각이 더 큰 것 같아요. 한국에서 북한 사람 바라보는 기준과 다르다는 겁니다. 와 당신들은 역경을 뚫고 나온 사람들이기 때문에 여기 아이들보다 낫다! 온실에서 자란 아이들보다 북한 아이들이 더 낫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그러니까 보는 가치를 더 높게 보는 거죠.”

신 씨는 미국 연수를 마친 대부분의 탈북 학생들이 새로운 도전을 받고 더 열심히 노력해 긍정적 결과들을 만들어 가고 있다며, 교류 프로그램이 조속히 재개되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