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북한 평양에서 기상수문국 직원들이 날씨 정보를 분석하고 있다.
5일 북한 평양에서 기상수문국 직원들이 날씨 정보를 분석하고 있다.

한반도에 피해를 속출시키고 있는 장맛비가 북한 곡창지대인 평안도와 황해도에 집중되면서 북한 당국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대규모 홍수가 현실화되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와 겹쳐 1990년대 `고난의 행군’기와 유사한 식량 위기에 봉착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4일 기상수문국의 통보를 인용해 6일 오전까지 대부분 지역에 폭우를 동반한 큰 비가 내린다며, 특히 500㎜ 이상의 비가 내릴 것으로 보이는 황해남북도와

평안남북도에는 특급경보가 내려졌다고 보도했습니다.

또 6~7일 북한의 대표적인 곡창지대를 형성하는 대동강과 예성강, 청천강 유역에 홍수주의경보가 발령됐다고 전했습니다.

대동강은 북한 수도 평양을 가로질러 황해로 흘러드는 강이며 예성강은 북한 최대 쌀 생산지인 황해남도의 주요 물길이고, 청천강은 평안북도를 지나 황해로 흐릅니다.

이들 강이 흐르는 평안도와 황해도는 쌀과 옥수수, 콩 등 북한 주요 농작물 전체 생산의 70% 정도를 차지하는 지역입니다.

장마 폭우로 인해 이들 강이 범람 위기에 놓임에 따라 북한 당국이 수해 방지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조선중앙방송’은 5일 “기상수문국 통보에 의하면 5∼6일까지 대동강 유역에 평균 150∼300㎜의 많은 비가 내릴 것이 예견되며 6일 저녁 대동강 다리 지점 수위는 경고 수위를 초과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또 “예성강 유역에서도 평균 150∼250㎜의 많은 비가 내려 연백호의 유입량과 방출량이 하루 안전통과 흐름양을 훨씬 초과할 것으로 예견된다”고 전했습니다.

5일 북한 평양에서 비가 내리고 있다.

한국 내 북한농업 전문가인 권태진 GS&J인스티튜트 북한·동북아연구원장은 지금이 벼의 이삭이 만들어지는 ‘유수형성기’이기 때문에 이 시기에 홍수로 벼가 물에 잠기면 피해가 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권태진 원장] “물에 사흘 정도 잠기면 예상되는 생산량의 30~40% 정도가 피해를 보는 겁니다. 그 다음에 최악의 상황은 자갈이나 모래가 논을 완전히 덮쳐서 매몰시켜 버리면 그것은 100% 피해이고.”

한국 기상청은 한반도 올해 장마가 예년보다 길게 진행돼 8월 중순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보했습니다.

권태진 원장은 벼 이삭이 여무는 ‘출수기’에 접어드는 이달 중순까지 장마가 지속되면 피해 경작지 면적이 커지면서 햇볕 부족에 따른 생육부진과 세균 또는 해충 피해가 겹쳐질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북한이 홍수에 취약한 것은 산림 남벌과 낙후된 배수시설 등이 주된 요인입니다.

탈북민 출신인 조충희 굿파머스 연구소장은 북한에서 홍수 피해가 가중되는 이유는 산림 황폐화로 흙탕물이 경작지에 떠내려오기 때문이라며, 1990년대 `고난의 행군’기를 거치면서 북한의 산림 황폐화 수준은 더 악화된 상태라고 진단했습니다.

[녹취: 조충희 소장] “그 때는 그나마 고난의 행군 전이라서 나무가 산에 좀 있었거든요. 그 다음에 경제난 들어와서 힘들게 되면서 먹을 것 없으니까 소나무 벗겨 먹고 나무 찍어다가 팔고 불 때고 불 놓고 농사짓고 해서 황폐화 수준은 그 때에 비해 훨씬 더 진행이 된 상태니까 실질적인 피해는 앞으로 10일 정도 비가 많이 오고 500mm 정도 오면 되게 힘들어지겠는데요.”

조 소장은 또 북한은 관개체계에 비해 배수체계가 더 열악하다며 이는 양수기 부족과 전력난, 배수로 미비 등 복합적인 요인들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조 소장은 특히 주민들이 자체적인 식량 해결 차원에서 북한 당국의 관리 사각지대에 있는 빈 자투리 땅에 농사를 짓는데 이런 경작지들이 홍수에 특히 취약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충희 소장] “주민들이 거의 30~40%가 부대기 농사라고 해서 자체로 강 하천 침수지 등 낮은 지역에다가 심어서 먹는데 이들이 가장 먼저 피해를 보죠.”

만성적 식량난을 겪고 있는 북한은 해마다 100만t 안팎의 식량이 부족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지난 2012년 7월 북한 평안남도 안주에서 폭우로 주택과 농지가 물에 잠겼다.

올해는 국제사회 대북 제재가 지속되는 가운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까지 겹치면서 식량 생산에 예년보다 더 큰 차질이 빚어지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북한이 자칫 고난의 행군기와 같은 식량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가뭄으로 올 봄 농사에 애를 먹었고요, 그 다음에 코로나로 인한 북-중 접경지역 차단으로 비료가 거의 안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세

번째는 도시에 있는 학생 사무원들의 농촌 지원이 코로나로 인해서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았죠. 그러니까 가을 수확량이 현저하게 감소할 거라는 예상이 있는 상황에서 지금 수해까지 발생한다면 올 가을은 최악의 식량난 즉, 고난의 행군기에 버금가는 식량난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고요.”

수입이나 밀교역을 통한 식량 확보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북한이 올 상반기 중국에서 수입한 식량 규모는 총 10만8천500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75% 수준에 그쳤습니다.

장마당도 신종 코로나로 인한 북-중 국경 봉쇄로 위축된 상태입니다.

조한범 박사는 “장마당에서 거래되는 식량 가격은 안정돼 있지만 이는 공급이 충분해서가 아니라 대북 제재와 신종 코로나라는 겹악재로 북한 주민들의 구매력이 줄어든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