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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동서남북] 연례행사처럼 반복되는 북한 수해  


지난 2007년 8월 북한 황해북도 신평군에서 주민들이 폭우와 홍수로 부서진 하천 제방을 보수하고 있다. (자료사진)
지난 2007년 8월 북한 황해북도 신평군에서 주민들이 폭우와 홍수로 부서진 하천 제방을 보수하고 있다. (자료사진)

한반도 주요 뉴스의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는 ‘쉬운 뉴스 흥미로운 소식: 뉴스 동서남북’ 입니다. 북한은 거의 매년 집중호우로 인한 수해를 겪고 있습니다. 올해도 예외가 아닐 전망인데요, 북한이 왜 연례행사처럼 큰물 피해를 겪는 것인지, 최원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북한 황해도와 강원도를 비롯한 중부 지역에 수 백mm의 폭우가 쏟아지면서 큰물(홍수) 피해가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달 들어 강원도 평강군에는 한 해 평균 강수량의 절반이 넘는 760mm가 쏟아졌고, 황해도 평산군은 560mm, 개성시에 접한 장풍군도 강수량이 550mm에 달했습니다.

평양을 관통하는 대동강과 평안북도의 청천강, 개성 인근의 예성강에도 홍수경보가 내려졌습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이례적으로 신속히 이틀간 황해북도 은파군 일대의 큰물 피해 상황을 살펴봤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방송’입니다.

[녹취: 중방] “최고 영도자 김정은 동지께서 6일과 7일 황해북도 은파군 대청리 일대의 큰물 피해 상황을 현지에서 요해하시었습니다.”

북한TV는 이 지역에서 물길 제방이 터지면서 살림집 730여 동과 논 600여 정보가 침수되고 179동의 살림집이 무너졌다고 밝혔습니다.

탈북자들은 북한의 실제 피해가 훨씬 더 많고 클 것이라고 말합니다. 함경북도 함흥에 살다가 2001년 한국으로 망명한 탈북민 박광일 씨입니다.

[녹취: 박광일] ”거기는 상하수도를 비롯한 기반시설이 약하기 때문에 한국처럼 비가 왔다면 한국의 4배 피해가 있다고 봐야 합니다.”

북한이 집중호우나 홍수로 수 십 명이 사망하거나 집을 잃는 수해를 겪는 것은 하루이틀 된 얘기가 아닙니다.

지난 1995년 북한에서는 이른바 ‘100년 만의 대홍수’로 인해 68명의 사망자와 520만 명이 넘는 수재민이 발생했습니다.

이어 1998년까지 태풍과 홍수가 연이어 북한 전역을 강타했습니다. 이는 1990년대 후반 북한이 ‘고난의 행군’ 즉, 대기근을 겪는 결정적 계기가 됐습니다.

북한은 2000년 10월 노동당 창건 55주년을 맞아 ‘고난의 행군’이 끝났다고 선언했으나 자연재해는 계속됐습니다.

바로 그 해 태풍과 집중호우로 주택 1만여 채가 파손되고 이재민 4만6천여 명이 발생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 집권 이후에도 대형 수해는 잇따랐습니다.

지난 2016년 제10호 태풍 ‘라이언 록’이 함경북도를 휩쓸었고,유엔은 당시 수해로 3만 7천여 채의 가옥이 부서지고 500명 이상의 사망자와 실종자가 발생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처럼 북한이 연례행사처럼 수해를 겪는 이유로 전문가들은 사회기반시설 부족을 꼽습니다.

집중호우와 홍수로 인한 수해 피해를 막으려면 댐과 저수지, 제방, 배수로, 펌프장 등이 갖춰져야 합니다.

남한의 경우 1970년대부터 5개 다목적 댐과 4대강 유역 하천정비사업, 저수지 건설, 사방사업 등을 벌여 1만8천여 개의 시설이 건설되거나 정비됐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1986년 6월 완공된 서해갑문 이후에는 홍수 예방에 필요한 기반시설을 건설한 것이 없습니다.

북한 경제 전문가인 남북물류포럼의 김영윤 박사는 북한의 사회기반시설이 남한의 50%도 안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영운 박사] ”50%도 안 되죠, 그보다 훨씬 열악하다고 생각되는데, 도로와 철도도 그렇고 수방시설, 댐 이런 것이 상당히 열악하죠, 남쪽은 댐이 유기적인 관계를 갖고 있는데..”

장마와 홍수에 대비해 하천을 정비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남한의 경우 수해 상습지와 하천 정비를 위해 2000년부터 24조원을 투입해 하천 유역별 예방사업을 벌였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하천 정비를 하려고 해도 자재와 예산, 장비가 없는 실정이라고, 탈북민 박광일 씨는 말했습니다.

[녹취: 박광일] ”하천 정비를 하려면 재료가 필요한데, 재료가 공급이 안 되요. 그러니까 그냥 하천의 풀이나 잡초를 제거하는 거 밖에 못해요. 한국하고는 100% 달라요.”

산림 황폐화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전문가들도 많습니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인 래리 닉시 한미연구소(ICAS) 연구원은 북한이 1970년대 김일성 주석의 지시로 ‘다락밭’을 만든 것이 상습적인 수해를 겪는 이유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래리 닉시 박사] ”Nationwide campaign eliminate hillside , mountainside forest...”

특히 1990년대 후반 ‘고난의 행군’ 시절 주민들이 땔감을 마련하기 위해 나무를 마구 베는 바람에 산림이 황폐화 됐습니다. 산에 나무가 없으니 장마철이면 토사가 쏟아져 산사태는 물론 강물이 범람해 상습적인 수해를 겪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북한 통일전선부 간부 출신 탈북민 장진성 씨는 북한 당국도 다락밭의 문제점을 알고 있지만 손을 못대고 있는 형편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장진성] “산을 깍아서 다락밭을 만드는 것은 김일성의 교시에요. 김일성은 북한의 신이에요. 그게 엄청 큰 자연재해를 가져온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걸 고집할 수밖에 없어요.”

북한은 전체 산림 750만 정보 중 20%에 해당되는 150만 정보가 황폐화 된 민둥산입니다.

부실한 수해복구 시스템도 문제입니다.

남한에서는 수해가 발생하면 소방청 산하 ‘119 구급대’가 긴급 출동해 피해 주민들을 병원이나 지정된 구호시설로 이동시킵니다. 그러면 적십자사를 비롯한 구호기관이 이재민에게 구호키트와 천막 , 모포, 물티슈, 생수, 햇반, 참치캔,컵라면, 도시락 등 각종 생필품을 제공합니다.

이어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굴삭기(포크레인)과 불도저같은 중장비를 수해 지역에 투입해 복구작업을 벌입니다.

그러나 북한 수해 복구 현장에는 중장비가 눈에 띄지 않습니다. 북한 TV를 보면 수해 복구 현장에 수 백 명의 주민과 군인 등이 동원돼 맨손으로 돌을 나르거나 마대나 들것으로 흙을 퍼나르는 모습을 흔히 볼 수있습니다.

탈북민 박광일 씨는 중장비는 없고 삽과 곡괭이가 전부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광일] ”없죠, 있다고 해도 기름이 없죠. 보수에 필요한 중장비가 노후되고 부속품이 없어요. 그냥 서있는 거죠. 그래서 인력을 동원해 삽과 곡괭이로 보수하는 흉내를 내는 거죠. 안 되는 거에요.”

그나마 북한 당국이 개선한 것이 있다면 기상예보입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2014년 6월 장마철을 앞두고 ‘기상수문국’을 방문해 기상예보의 오보를 없애라고 지시했습니다. 북한 TV에 나온 강철록 기상수문국 부국장입니다.

[녹취: 중방] “우리 지난 시기에 일기예보 사업을 정확히 진행하지 못했습니다. 바로 이러한 때 2014년 6월 9일 경애하는 최고 영도자께서 우리 기상수문국을 현지지도 하셨습니다. 그래서 경애하는 최고 영도자께서 우리 사무실을 찾아오시어 앞으로 기상수문 사업은 전국가적인 사업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거…”

그러나 전문가들은 북한의 기상예보가 보다 정확해지려면 인력과 장비에 좀더 많은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합니다.

또 매년 되풀이 되는 수해를 막으려면 국가 예산과 정책 우선순위를 바꿔야 한다고 말합니다.

[녹취: 래리 닉시 박사] ”30-40% of Gross Domestic Products are spend military including nuclear and missile program…”

닉시 한미연구소 연구원은 북한이 여전히 국내총생산(GDP)의 30-40%를 핵과 미사일 개발을 비롯한 군사 분야에 쏟아 붓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밝혔습니다.

VOA뉴스 최원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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