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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민 대다수 심각한 외상후 스트레스 겪어...장기적 관리 필요"


탈북과정에서 학업시기를 놓친 탈북민들을 위한 대한 학교인 서울 우리들학교에서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탈북과정에서 학업시기를 놓친 탈북민들을 위한 대한 학교인 서울 우리들학교에서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탈북민 대다수는 북한 내 경험이나 탈북 과정에서의 정신적 외상으로 심각한 스트레스를 겪고 있어 장기적이고 정기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스트레스가 탈북민의 새로운 사회 적응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겁니다. 김영교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탈북 후 미국 시카고에서 살고 있는 마테 김 씨는 지금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고 자신있게 말합니다.

하지만, 언제나 그랬던 것은 아닙니다.

[녹취: 마테 김] “저 자체로서는 탈북하기 직전과 탈북하면서부터 리스크(위험)를 많이 겪었습니다. 본의 아니게 거짓말도 해야 했고, 그 상황에서 살아가자니까. 또 고생도 많이 해야 했고. (새로운) 생활환경 속에서 자기의 처지를 생각하고 살아나갈 방법을 찾자니까, 본의 아니게도 여러 가지 위험적인 요소가 많이 섞인, 척진 생활을 해야 했습니다.”

북한에서 비교적 물자가 풍족한 지역에서 살았지만, ‘고난의 행군’ 이후 정권이 ‘군량미’를 채워야 한다며 주민들에게 자비를 들여 쌀을 내놓을 것을 요구하면서 생활이 어려워졌고, 이후 탈북을 결심하게 된 것입니다.

더 나은 삶을 찾기 위해 북한을 떠나기로 결심한 탈북민들.

하지만, 북한에서 뿐 아니라 탈북 과정에서 입은 정신적 외상이 새로운 출발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녹취: 김정아 대표] “그들을 그 환경으로 내몬 것은 북한 정권이었고, 그리고 중국의 강제북송 정책이었는데 그들은 그 모든 아픔이 다 자기 잘못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바로 한국 정착의 심리불안으로 이어지는 탈북 여성들의 정착 생활에 가장 큰 장애로 지금 발생되는 것 때문에…”

탈북 여성들의 모임인 ‘통일맘’ 연합회 김정아 대표는 지난해 10월 VOA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며, 탈북민들 사이에서 탈북 후 중국에서의 생활과 강제북송의 두려움 등으로 인해 느꼈던 정신적 고통이 이후에도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습니다.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주에 정착한 탈북민 제임스 리 씨 역시 비슷한 경험이 있지만, 그런 고통을 잘 극복한 경우입니다.

[녹취: 제임스 리] “그래도 트라우마는 있었는데요. 처음에 넘어와서 3, 4년은 있었죠. 그것도 너무 지속되니까, 제 자체가 못 견딜 것 같고. 그렇게 사는 게 옳은 것 같지도 않고. 빨리 털어버리는 것이죠. 어찌보면. 그게 제 인생에 이익이 되고.”

탈북민인 영국 민간단체 ‘징검다리’의 박지현 대표는 19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탈북민 상당수가 북한에서의 경험과 탈북 과정에서 정신적 외상을 받아 심각한 스트레스를 겪는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지현 대표] “탈북민이면, 여성만이 아니고 남자들 아이들 모두, 탈북민이라면 그런 트라우마는 다 갖고 있다고 생각해요. 아무리 자유민주주의에서 자유롭게 모든 생활이 이뤄진다고 해도, 항상 밤이면 두려움이 나오고 또 잠자리 꿈에서도 겪었던 트라우마들이 나오고...”

이처럼 탈북민들이 입은 정신적 외상에 대해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내용의 논문이 최근 한국의 한 대학에서 나왔습니다.

이화여대 간호과학과 석사 과정을 이달 졸업할 예정인 방소현 씨가 작성한 “북한이탈주민의 문화성향,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회복 탄력성이 남한사회 적응에 미치는 영향”이란 제목의 논문에 따르면, 탈북민의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가 새로운 사회에 적응하는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방 씨는 한국 수도권에 거주하는 만 19세 이상 탈북민 171명에 대한 면접조사를 토대로 한 이 논문에서, 탈북민들의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가 심할수록 한국에서의 적응에 어려움이 크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녹취: 방소현] “북한이탈주민들의 PTSD는 보통 탈북 과정에서 형성되는 경우가 많다고 해요. 물론 탈북 전 북한에서도 공개 처형이나 폭력이나 주변사람들이 아사하는 것을 보는 것도 트라우마로 남을 수도 있고…”

이번 조사에서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탈북민 여성은 남성 보다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의 정도가 더 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방 씨는 말했습니다.

[녹취: 방소현] “탈북 과정에서 북한이탈 여성이 특히 중국에서 인신매매나 불법 감금이나 강간, 또 폭행 등의 트라우마를 많이 경험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을 하고요.”

방 씨는 탈북민의 새 환경에서의 적응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는 이들의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조절하고, 회복 탄력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안이 모색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방소현] “북한이탈주민의 PTSD를 낮추기 위해서는 북한이탈주민이 입국한 즉시부터 지역사회에 편입한 이후에 PTSD가 장기적으로, 정기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하는데요. PTSD는 트라우마 사건을 겪고 한 달 이내에 증상이 나타나지만, 외상 사건을 겪은 1년 뒤에도 갑자기 나타나는 경우도 있어요. 그리고 증상이 없어졌다가 다시 심해질 수 있기 때문에…”

방 씨는 또 부모에게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가 있을 경우 자녀의 정신건강에도 영향을 미친다며, 탈북민의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관리는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함께 탈북민들 스스로도 정신질환을 치유해야 할 필요성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VOA 뉴스 김영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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