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ssengers wearing face masks as a precaution against the coronavirus stand at a bus stop in Seoul, South Korea, Monday, March…
지난 1일 한국 서울 버스 정류장에 마스크를 쓴 승객들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여파로 많은 지구촌 주민들이 고통을 겪는 가운데 한국 내 탈북민들의 경제적·정서적 어려움도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북한에 두고 온 가족의 생계에 대한 걱정과 건강 우려 등으로 불안과 스트레스 증세가 심화됐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김영권 기자가 탈북민들의 상황을 취재했습니다

한국 최대 규모의 시화·반월 공단이 있는 안산에서 탈북민 사역을 하는 북한 청진 출신 허은성 목사(안산 동산교회)는 이 지역 탈북민들의 삶이 코로나로 더 힘들어졌다고 말합니다.

많은 업체와 공장 모두 수주가 급감하면서 주로 생산직에 종사하는 탈북민들도 타격을 받았다는 겁니다.

[녹취: 허은성 목사] "이전보다는 많이 어려워지셨죠. 업체 자체가 생산직이다보니. 생산직은 저쪽에서 수출하는 물량을 집중적으로 생산하는 라인입니다. 그 모든 게 거의 다 타격을 입었기 때문에 생산 물자가 많이 줄었고, 주야간으로 (근무 시간이) 많이 바뀌시고 야간작업은 없어졌고요. 그래서 벌이가 시원치 않다고 말씀하십니다.”

서울의 한 전기 관련 업체에서 계약직으로 일하던 회령 출신 수명 씨는 코로나로 계속 일을 할 수 없게 되자 지금은 시급 9천 500원, 미화 8달러 40센트 정도를 받는 택배 일을 하고 있습니다.

수명 씨는 이전 업체보다 임금도 줄어든데다 단순 노무직이다 보니 당일 물량에 따라 변동이 심해 수입이 매우 불안정한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수명 씨] “일하는 게 고정적이지 않죠. 그냥 시간당 9천 500원인데, 그거 갖고 힘든 게 물가가 많이 올랐잖아요. 여기는 시간당 받으니까 물량이 많을 때가 있고 적을 때가 있더라고요. 계약한 시간보다 조금 빨리 11시나 12시에 끝나면 (나머지 돈을) 채워주면 좋은데, 빨리 끝나면 그냥 보내버려요. 딱 시간만 재니까.”

코로나 여파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단순 노무직과 서비스업 종사자들이 큰 타격을 받는 가운데 한국에서 이 업종에 많이 종사하는 탈북민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탈북 청년들의 한국 사회 통합 활동 등을 지원하는 ‘비욘드더바운더리’(Beyond The Boundary)의 이영석 사무국장은 탈북 청년들이 특히 코로나로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영석 국장] "장사하시는 분들이 식당 이런 것이 잘 안 돼서 아르바이트하는 학생들을 거의 다 잘라서 우리 친구들이 아르바이트를 못 구해서 되게 고생을 많이 했어요. 그래서 한 달 가까이 라면만 먹었다는 친구도 있었습니다.”

지난해 4월 식당이 몰려 있는 한국 서울 거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한산한 모습이다.

이 국장은 특히 사회적(물리적) 거리 두기와 당국의 모임 제한 등으로 사람들과 교류가 끊기면서 탈북 대학생들 사이에 불안과 우울증 증세도 꽤 증가했다고 지적했습니다.

탈북 대학생들은 과거 직접 만나 교제하면서 모르는 수업 과제 등을 묻고 해결하곤 했지만 지금은 대부분의 수업과 만남이 온라인으로 바뀌면서 많이 힘들어 한다는 겁니다.

[녹취: 이영석 국장] “1학년, 2학년 이런 친구들은 아직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상태에서 다 온라인으로 하다 보니 뭐가 뭔지 모르고 처음에는 학과 수업도 못 따라가서 불안해 휴학하려는 친구도 매우 많았습니다. 그런 데다가 사람에게 얻는 위로를 하나도 받지 못하다 보니까, 가족도 없고 그래서 외롭고 우울하고 이런 게 집단으로 좀 심하게 나타났었습니다.”

청년들뿐 아니라 탈북 장년과 노인층도 지난해 복지시설 폐쇄 등으로 집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면서 우울 증세 등이 심화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탈북민 수백 명이 다니는 부산 수영로교회의 황문규 목사는 올해 들어 상황이 다소 개선됐지만, 작년에는 특히 탈북 노인들에게 어려움이 많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황문규 목사] "저희가 두 차례 70대 이상 (탈북) 어르신들을 가가호호 방문해 본 적이 있었습니다. 작년에. 대부분 복지관이나 이런저런 단체에서 춤을 배우거나 운동, 그림을 배운다거나 이런 활동들을 나름 해오셨는데, 복지관 자체가 다 문을 닫았었습니다. 그래서 이분들이 집안에서 갇혀있는 상황이 됐던 겁니다. 그 부분에 대해 굉장히 힘들어하셨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갔을 때 정말 반가워하셨고요.”

탈북민들이 지난해 코로나로 겪은 경제적 어려움은 통계를 통해서도 엿볼 수 있습니다.

한국 통일부 산하 남북하나재단이 최근 공개한 ‘2020 북한이탈주민 정착실태조사’를 보면 한국 내 3만 3천여 명의 탈북민들 가운데 실업률이 2019년 6.3%에서 지난해 9.4%로 3.1% p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경제활동 참가율도 62.1%에서 60.1%, 고용률은 58.2%에서 54.4%, 임금근로자는 84.3%에서 82.7%로 줄었습니다.

직업 유형에서도 단순 노무 종사자는 2019년보다 4.3% p 증가한 28.6%로 가장 많았고, 서비스 종사자 16%, 판매 종사자 9.9%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일반 한국인들의 단순 노무직과 서비스직 평균 비율이 각각 14.3%, 11.2% 임을 고려하면 탈북민들의 비중이 훨씬 높아 코로나 같은 위급 상황에 상대적으로 더 취약하다는 지적입니다.

한국 정부의 탈북민 지원기관인 부산하나센터장을 지낸 강동완 동아대 교수는 경제적으로 보면 다른 한국인들도 어려움을 겪기 때문에 탈북민들과 큰 차이는 없다면서도 여성들은 조금 다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4일 한국 서울 상가 앞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예방 마스크를 쓴 여성이 지나가고 있다.

탈북민 가운데 72%가 여성, 이중 다수가 서비스업에 종사하고 있으며 적지 않은 인원은 지방 도시의 유흥업소 등지에서 일하기 때문에 당국의 집합금지 조치로 수입에 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겁니다.

[녹취: 강동완 교수] "자기 혼자 경제생활을 꾸려나가야 하는 것도 있고, 또 북한에 있는 가족에게 송금해야 하는 것도 있고, 또 중국에 아이를 두고 온 상황이라면 거기에 또 돈을 보내야 하잖아요. 이중 삼중의 경제적 부담을 안고 있다 보니까…”

강 교수는 그러나 탈북민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것은 경제적 이유보다 정서적인 어려움이라고 지적합니다.

북한 정권의 국경봉쇄 장기화로 북한 내 가족과 연락이 두절된 상황에서,북한 내 열악한 보건 상황으로 가족이 감염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다 일부는 가족을 한국으로 데려오려는 계획이 중단돼 무력감에 빠지는 경우가 있다는 겁니다.

정신건강의학 전문의로 탈북민 사회정착교육기관인 하나원에서 탈북민들의 정신 건강을 장기간 담당했던 전진용 한국 국립정신건강센터 정신건강사업과장도 코로나 시대 탈북민들의 심리적 불안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전진용 과장] “이분들이 북한에 돈을 송금하고 계속 연락을 했었는데, 북한에 경제가 어렵고 가족도 힘들면 이분들도 되게 심리적 영향이 있는 거죠. 여기서 살기 어려우니까 돈을 보내는 것도 힘들 수 있고, 북한도 어렵다고 하니까 그런 얘기 들으면 자기들도 걱정이 되고. 사실 북한의 상황 자체가 이분들에게 심리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습니다. 그게 봉쇄가 됐던, 경제가 어려워졌던, 코로나로 더 어려워졌던. 그래서 그런 걱정도 실제로 하십니다. 북한은 치료가 힘드니까 가족들이 아프면 어떻게 될까? 그런 생각도 하고.”

국립정신건강센터에서 탈북민들을 계속 진료하는 전진용 과장은 교류 단절과 정보력 부족으로 이미 불안이나 우울증 증세가 있는 사람들은 상태가 더욱 악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많은 탈북민이 IT 문화나 인터넷 사용에 익숙하지 않아 정보를 제때 받기 힘들고, ‘줌’ 등 온라인 화상 소통 프로그램에 접속하기도 쉽지 않으며, 와이파이와 데이터 사용 비용도 부담일 수 있어 정부 당국의 세심한 지원이 더 필요하다는 겁니다. 

이런 추세는 고향을 떠나 세계 각지로 이동한 이주민들이 코로나 시대에 겪는 공통적 특징이기도 합니다. 

세계이주기구(IOM)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국제 이주민들이 불안정한 직업으로 경제에 취약하고, 근로 환경이 열악해 코로나 감염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으며, 각국의 국경 봉쇄로 이주 규모도 역대급으로 떨어졌다고 지적했습니다.

세계은행은 최근 보고서에서 코로나 여파로 지난해 이주민들이 본국에 송금하는 비율이 전년보다 7.2% 떨어진 5천 80억 달러, 올해는 7.5%가 더 줄어 4천 700억 달러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비욘드더바운더리’(Beyond The Boundary)의 이영석 국장은 탈북민들도 수입이 줄면서 북한 내 가족을 예전처럼 돕지 못해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영석 국장] “거기도 물가가 많이 올라서 힘들다 도와달라는 연락을 받는 분들도 있는데, 도와줄 수 없는 상황이어서 북한에 있는 가족 때문에 심리적으로 되게 힘들어하는 친구들도 있었어요.”

하지만 이런 어려움 속에서 긍정적인 현상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부산의 황문규 목사와 안산의 허은성 목사는 탈북민들이 고립을 체험하면서 더욱 자주 교류하고, 교회 등 공동체 활동도 예전보다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서로를 진심으로 격려하는 분위기가 늘었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1월 한국 서울 여의도 순복음 교회에서 신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예방을 위해 거리를 유지한 채 예배를 드리고 있다.

한국인들 역시 코로나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탈북민 등 소수자에 대한 포용력이 예전보다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국 국책연구기관인 한국행정연구원이 지난달 발표한 ‘2020 사회통합실태조사’를 보면 탈북민을 집단 구성원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부정적 응답이 2019년 25.5%에서 지난해에는 18.3%로 내려갔습니다.

남북하나재단은 올해 탈북민 실태 보고서에서 여러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인 탈북민들의 사회·경제적 지위는 중간층이 2019년 52.8%에서 지난해 53%, 상류층은 2.1%에서 2.7%로 다소 높아졌으며, 임금 근로자의 월 평균 임금은 204만원에서 216만원, 미화 1천 890달러로 올랐다고 밝혔습니다. 

전진용 과장은 고난을 많은 겪은 탈북민들에게 잠재력은 더 풍부할 수 있다며, “코로나 시대에 가짜 정보를 피하고, 외부와 교류를 확대하며, 규칙적인 생활을 통해 심신을 건강하게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도 장기간의 국경 봉쇄로 많은 주민이 과도한 두려움과 불안, 스트레스를 겪을 수 있다며, 북한 정부가 자력갱생으로 버티라는 주장 대신 다른 정부들처럼 주민들의 어려움을 해결해 주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