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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 지원 단체들 "최악의 구출 상황...한국 정부 적극 나서야"


지난 2011년 탈북자들이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지난 2011년 탈북자들이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올해 한국에 입국하는 탈북민이 20년 만의 최저로 예상되는 가운데 중국에서 탈북민들이 체포되는 등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고 지원 단체들이 밝혔습니다. 이들은 과거 김하중 전 주중대사가 중국 당국을 설득해 탈북민 1천 명 이상을 구출한 것처럼 주중 한국대사관 등 한국 정부가 탈북민 보호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호소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한국 통일부는 21일 VOA에, 지난 3분기에 한국에 입국한 탈북민이 남성 23명, 여성 25명 등 48명이라고 밝혔습니다.

지난 2분기 12명보다는 다소 늘었지만, 작년 3분기에 입국한 223명과 비교하면 거의 5분의 1에 불과한 수준입니다.

아울러 지난 9월 말 현재 누적 입국자는 195명으로, 이런 추세라면 올해 탈북민들의 한국 입국 규모는 20년 만의 최저인 300명 이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북한 주민들의 탈북 행렬은 ‘고난의 행군’을 거치면서 대폭 늘어나 지난 2001년부터 해마다 1천 명~3천 명 가까이 한국에 입국했으며, 지난해에는 최저 수준인 1천 47명을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여파에 따른 북한과 중국, 동남아 국가들의 국경 폐쇄와 내부 통제 강화로 탈북민들이 거의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한국 통일소망선교회 대표인 이빌립 목사는 21일 VOA에, 3분기에 입국한 탈북 여성 25명 중 다수는 코로나 발생 전 동남아 국가에 입국했던 사람들이라고 말했습니다.

교인 80%가 탈북민인 서울 열방샘교회(통일소망선교회) 행사 현장. 역시 탈북민인 이빌립 목사(가운데) 얼굴은 교회 측 요청에 따라 가렸다.
교인 80%가 탈북민인 서울 열방샘교회(통일소망선교회) 행사 현장. 역시 탈북민인 이빌립 목사(가운데) 얼굴은 교회 측 요청에 따라 가렸다.

[녹취: 이빌립 목사] “작년 12월부터 (A국에) 들여보낸 사람들이 다 한국에 못 들어오다가 이번에 우리 선교회를 통해 양육 받은 분들이 지난 8월에 한꺼번에 한국에 들어온 겁니다.”

이 목사는 탈북 남성 중 다수도 코로나로 발이 묶였던 러시아 파견 노동자 출신들로 알고 있다며, 중국에서 동남아를 향하는 경로는 여전히 험난하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갈렙선교회 대표인 김성은 목사는 중국이 통제를 일부 완화하면서 일부 단체가 탈북민들을 동남아로 이동시키다가 체포되는 상황이 지난 2~3개월 사이 급증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성은 목사] “잡히거나 못 들어온 사람이 굉장히 많은데, 우리는 자꾸 들어온 사람의 숫자만 갖고 얘기합니다. 이번에 또 19명이 잡혔다고 들었습니다.”

김 목사는 지난 석 달 사이 중국 공안에 체포된 탈북민이 거의 50명에 달한다며, 어쩔 수 없이 탈출해야 하는 상황도 있지만, “코로나로 수입이 전무했던 일부 중개인들이 무리하다 체포되는 경우도 늘고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게다가 중국 공안 당국이 북-중 국경 지역에서 탈북민을 체포했다가 풀어준 뒤 미행해 남부 대도시 집결지에 모인 탈북민과 중개인들을 대거 체포한 사례도 있다며, 공안의 체포 수법이 더욱 교묘해지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한국의 민간단체인 북한인권시민연합의 김영자 국장은 최근 동남아로 이동하는 탈북민들은 대부분 안가에 장기간 숨어있던 사람들이라며, 이제 떠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영자 국장] “한 두 달이 아니고 일곱 달, 여덟 달 된다고 생각해 보세요. 거기서 어떻게 지내겠어요. 또 식대, 월세, 의료비 여러 가지가 다 들어가잖아요. 쉘터가 한두 군데가 아니고 몇 군데가 있으면 어떻게 되겠어요. 그리고 사람이 닫혀있는 공간에 오랫동안 있다 보면 아시잖아요. 얼마나 마음이 피폐해지는지.”

김 국장은 단체들이 이런 탈북민들을 집중 탈출시키고 있다며, 북한인권시민연합도 지난달에 이런 상황에 처한 소수 탈북민들이 동남아로 탈출하도록 지원했다고 말했습니다.

탈북 중개인 P 씨는 22일 VOA에, 지난 8~9월에 잠시 일부 탈북민을 동남아로 이동시켰지만, 지금은 너무 위험해 활동을 중단했다고 말했습니다.

[중개인 P씨] “지금음 못 빼요. 사고율이 너무 높아요. (지금 움직이는 탈북민들은) 진짜 억지로 가는 거죠. 완전히 목숨 내걸고 가는 거예요.”

게다가 체포 위험 때문에 과거처럼 대여섯 명이 한 조로 움직이지 못 하고 1~2명이 여러 도시를 우회하며 이동하기 때문에 비용이 2~3배로 치솟았다고 단체 관계자들은 말합니다.

북한에 2년간 억류됐다 풀려난 한국계 미국인 케네스 배 씨가 지난 2018년 2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국제 인권회의에서 연설했다.
북한에 2년간 억류됐다 풀려난 한국계 미국인 케네스 배 씨가 지난 2018년 2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국제 인권회의에서 연설했다.

기독교 선교단체인 느헤미야글로벌이니셔티브(NGI)의 케네스 배 대표입니다.

[녹취: 케네스 배 대표] “비용이 예전에는 저희가 2~300만원 사이에 중국에서 움직였다면 이제는 적어도 600만 원 정도, 두 배 이상 올랐고, 이제는 개인 차량으로 동북 3성에서 남부까지 가야 하는 상황이니까. 그런데 그것도 간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붙잡히기도 하고 넘어갈 수 없는 경우가 많아서 저희는 몇 팀의 성공 사례가 보이면 움직이려고 하고 있습니다.”

많은 단체 관계자들은 가뜩이나 코로나로 모금마저 열악한 상황에서 비용이 치솟아 재정적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말합니다.

게다가 이런 진퇴양난 속에 뚜렷한 해법마저 보이지 않는다며, 한국 정부가 탈북민 보호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미국에서 탈북민 구출 지원 활동을 펼쳐온 디펜스 포럼의 수전 숄티 회장은 20일 제9회 서울평화상 수상자 자격으로 문재인 한국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에서 중국 내 탈북민 보호에 적극 나서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숄티 대표는 코로나 때문에 북한 당국이 중국의 탈북민 북송을 거부하고 있다며, 이는 문 대통령이 수백 명의 탈북민을 구할 엄청난 기회라고 말했습니다.

[숄티 회장 서한] “This current situation gives you a tremendous opportunity to save the lives of hundreds of men, women, and children currently in detention centers in the People’s Republic of China,”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인도주의 온정을 보여 탈북민들이 한국으로 안전하게 가도록 허용해줄 것을 문재인 대통령이 요청하길 바란다는 겁니다.

김성은 목사 등 단체 관계자들은 한국 정부가 과거 김하중 전 중국주재 한국 대사의 탈북민 지원 사례를 적용해 중국 정부를 적극 설득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최장기 주중 대사를 지낸 김하중 전 대사는 자신의 책인 ‘하나님의 대사’와 교회 등 기독교 단체 강연에서 재임 기간에 탈북민 1천 65명을 보호해 한국행을 도왔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하중 전 대사 특강 중] “2005년 5월에 탈북자가 (대사관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그것 때문에 중국 정부와 굉장한 마찰이 생기고 엄청난 협상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저희 간부들이 와서 대사님 받으시면 안 됩니다. 받으시면 앞으로 한중 관계 여러 가지 문제가 많습니다. 그래도 받았습니다. 그리고 하나님께 기도했습니다. 제가 주중 대사로 있는 동안에 1천 명만 탈북자를 받게 해 주십시오…통일부 장관으로 임명이 돼서 떠날 때 직원들에게 내가 있는 동안에 보낸 탈북자가 몇 명이냐고 물었습니다. 정확히 1천 65명이었습니다. 나의 주중 대사 재임 기간 동안 탈북민들이 435번 진입했습니다. 중국 정부와 얼마나 많은 교섭과 싸움이 있었는지 모릅니다.”

김 전 대사는 중국에서 탈북자를 구할 사람은 한국대사인 자신밖에 없어서 “대사직을 내놓고 탈북자를 구할 것”이라고 대사관 직원들에게 말했다고 회고했습니다.

한편 탈북민 출신 지성호 한국 국민의힘 소속 국회의원은 21일 장하성 주중대사에 대한 국회 국정감사에서 북한이탈주민법 4조에 근거해 장 대사와 외교부가 중국에 억류되어 북송을 앞둔 탈북민들을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지 의원은 국정감사 뒤 ‘페이스북’에 중국에 억류 중인 탈북민을 220여 명으로 추정하면서, 한국 정부가 “사지에 내몰릴 위기에 직면한 탈북민들의 보호자가 되어 달라”고 말했습니다.

장하성 대사는 이날 국정감사 답변에서 탈북민 신변보호 문제, 강제북송을 막고 희망하는 곳으로 갈 수 있도록 노력을 계속하고 있고, 문제가 제기될 때마다 중국 당국과 소통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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