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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대유행에 시름 깊어지는 한국 내 탈북 청소년 학교


한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확산으로 방역 조치가 강화된 가운데 23일 서울 명동 거리가 한산한 모습이다.
한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확산으로 방역 조치가 강화된 가운데 23일 서울 명동 거리가 한산한 모습이다.

한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3차 대유행이 진행되는 가운데 탈북민 청소년들의 대안학교인 여명학교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원격수업에 따른 학생들의 고충은 커지고 있고 신종 코로나 사태 장기화로 학교 재정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후원금은 줄어들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서울 도심의 남산에 자리한 여명학교는 79명의 탈북 청소년이 어렵사리 꿈을 가꿔가는 보금자리입니다.

하지만 올해 초부터 닥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가 잦아들기는커녕 최근 3차 대유행으로 번지면서 시름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이 학교 조명숙 교감은 24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수도권 지역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로 격상된 지난 8일부터 학교수업을 전면 온라인 원격수업으로 전환했다며, 한국 생활에 익숙치 않은 어린 학생들이 힘들어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조 교감은 중학교와 고등학교 과정 합쳐 총 79명의 학생들 가운데 부모가 모두 있는 경우는 10명 남짓이고 나머지는 부모가 없거나 홀어머니 뿐이라서 원격수업을 하게 되면 학생들이 집에 혼자 있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명숙 교감] “79명 중에 12명이 무연고잖아요. 부모가 다 있는 경우도 그 정도 밖에 안되요. 나머지는 다 엄마 혼자 있는 경우들이 많죠. 그러니까 엄마가 계셔도 생계유지를 위해 나가서 일을 해야 되잖아요. 그러니까 아이가 공부한다고 간식을 마련해준다든지 아니면 옆에서 가르쳐준다든지 이런 상황은 아니죠.”

올해 대학입시를 치른 이 학교 박모 군은 올 한 해 동안 신종 코로나 사태로 원격수업을 할 땐 공부를 하다가 모르는 게 있으면 달리 물어볼 데도 없는 처지라서 어려움이 컸다고 말했습니다.

박 군은 상당수 학생들의 집이 지방이라서 학기 중엔 기숙사 생활을

하는데 올해는 신종 코로나 사태로 교실수업과 원격수업이 들쭉날쭉 진행되면서 지방에 내려가 있다가 학교로 올라오곤 하는 게 어린 학생들에게 큰 고충이라고 전했습니다.

[녹취: 박모 군] “집이 다 지방이다 보니까 원격수업을 했다, 안했다, 즉 (학교에) 나갈 때 있고 안 나갈 때도 있고 하니까 지방에서 왔다 갔다는 데 비용이 많이 드는데 여러 번 지방까지 내려갔다가 또 기숙사에 들어가야 되고 이런 것들이 피곤하고 고달픈 것 같아요.”

현재 여명학교 학생들 가운데 절반 가량은 기숙사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조 교감은 그나마 지난 봄학기가 시작될 무렵 신종 코로나 사태로 인한 원격수업이 처음 의무화할 당시 학생들이 사용할 노트북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게 천만다행이라고 말했습니다.

조 교감은 당시 노트북 수 십대를 장만할 돈을 구할 방법을 궁리하다가 후원자들에게 간곡한 내용의 편지를 보냈습니다.

[녹취: 조명숙 교감] “아이들을 도와줬으면 좋겠다, 이렇게 편지를 썼는데 3일만에 노트북이 한,두 대씩 오더니 75대가 후원이 됐어요. 그래서 아이들은 지금은 노트북으로 모두 원격수업을 하고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죠. 이게 너무 아름다운 이야기로 유엔 인권위에 12월10일 소개가 됐어요. 그래서 정말 영광스럽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하고 그렇죠.”

하지만 신종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후원의 손길도 조금씩 줄어들고 있습니다.

여명학교는 통일부로부터 학교 예산의 절반 정도를 지원받고 있고 나머지 절반은 후원금으로 충당하고 있습니다.

조 교감은 신종 코로나 사태 장기화로 경기가 나빠진 탓에 후원금이 10% 정도 감소해 당장 학생들을 가르치는 강사의 수를 줄여야 할 판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명숙 교감] “후원을 약정하신 분들이 계시잖아요. 올해 얼마 내겠다 이렇게. 그런데 그 분들이 7천만원 넘게 후원을 못 해주셨어요. 그리고 약 100명

정도가 내년부터 못할 것 같다고 얘기하시는 거에요. 그 분들 아직 끊은 것은 아니고 내년부터 끊을 분들이죠.”

여명학교는 이와 함께 새 보금자리를 찾아야 하는 숙제도 안고 있습니다.

여명학교는 현재 빌려 쓰고 있는 3층 건물의 임대계약이 당초 내년 2월에 만료될 예정이었습니다. 이 때문에 서울시와 시교육청의 도움을 받아 새로운 장소를 물색해 왔습니다.

지난해 말엔 서울 은평구 은평뉴타운 내 서울주택도시공사 소유 유휴지를 타진했는데 주민들 반대가 심했습니다.

다행히 현 건물주가 이런 사정을 감안해 2023년까지 임대계약을 연장해 한숨을 돌린 상황입니다.

조 교감은 한국사회엔 탈북민들에 대한 온정도 있지만 편견도 엄연히 존재한다며, 일단 시간을 벌었으니 새 보금자리를 찾는 일에 한층 힘을 쏟겠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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