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랴오닝성 차오양에서 살고 있는 탈북 여성이 탈북민 인신매매 피해 실태를 조사하는 기자와 인터뷰하고 있다. (자료사진)
중국 랴오닝성 차오양에서 살고 있는 탈북 여성이 탈북민 인신매매 피해 실태를 조사하는 기자와 인터뷰하고 있다. (자료사진)

매주 금요일 북한 관련 화제성 소식을 전해 드리는 ‘뉴스 풍경’입니다. 한국 내 탈북 여성단체가 중국 정부의 탈북민 강제북송에 따른 중국인 남편들의 피해를 보여주는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장양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라디오
[뉴스풍경] "중국 정부의 탈북 여성 강제북송으로 중국인 남편들도 피해"

탈북 여성 이모 씨는 1999년 굶주림 때문에 중국으로 탈북해 현지에서 중국인 남편을 만났습니다.

[영상자료 녹취:이모 씨] “한 2년 정도 만났나. 나는 그냥 조선족으로 신분을 속였어요.”

조선족인 남편을 만나 10여 년 동안 살았던 이 씨는 2010년 중국 공안에 체포됐습니다.

당시 북한으로 강제북송됐던 이 씨와 그의 남편은 10년이 지난 지금도 당시 상황을 생생하게 증언하고 있습니다.

이 씨의 남편은 아내가 고문 당했던 상황을 생각하면 지금도 격분할 수밖에 없다며 울분을 터트립니다.

[영상자료 녹취: 중국 남편] “집사람이 그래 맞는데..내 진짜 옆에 있다면 군대고 경찰이고 검찰이고 어디 있겠어요? 내 혼자서 열 명이고 백 명이고 다 죽이고 싶죠. 여자를 그래 개 같이 패고 그런데, 지금 내가 말하니까 격분되는데.. “

한국의 민간단체 `통일맘연합회’가 최근 제작한 이 동영상에는 중국 정부에 의해 강제북송된 탈북 여성들의 인권 유린에 관한 증언이 담겨 있습니다.

2002년 탈북해 중국인 남성과 결혼했던 정 씨는 2011년 한국에 입국하기 전 중국 공안에 체포됐고 강제로 낙태 당한 경험을 털어놓습니다.

[영상자료 녹취: 정 씨] “(임신) 8개월 정도 됐었는데, 아들이었거든요. 그 집에서는 오매불방 기다렸었고, 남편도 장애인이었으니까 북한 여자가 아들을 임신했으니까 얼마나 좋았겠어요. 경사 중에 경사였는데 그 때 바로 잡혀가지고 양쪽 팔을 묶어가지고 데리고 갔는데 병원으로 바로 데리고 갔고 10센티미터 넘는 바늘로 배에 바로 주사를 놨어요..”

중국인 남편과 함께 한국에서 살고 있는 손명희 씨는 강제북송된 뒤 고문의 후유증으로 청각장애인이 되면 어쩌나 하는 염려 속에 살고 있습니다.

[영상자료 녹취: 손명희] “병원에, 귀가 잘 안 들려 가니까 청각장애인이 될 수준이라고 하더라고요.”

2007년 탈북해 중국에서 5년 동안 살다가 2012년 북송됐던 손 씨는 2014년 재탈북에 성공해 2015년부터 한국에서 살고 있지만 고문 후유증 등 정신적 육체적 피해 속에 살고 있습니다.

탈북 후 중국인 남성에게 팔리고, 이들과 자녀를 낳고 살아도 강제북송의 두려움 속에서 살아가는 탈북 여성들.

통일맘연합회는 이들이 중국에 자녀를 두고와야 했던 사연을 국제사회에 알리며 아이를 다시 품에 안을 수 있게 해 달라고 호소하고 있습니다.

지난 2016년부터 유엔과 미 국무부, 미국 내 인권단체들을 돌며 목소리를 내고 있는 이 단체가 최근 의미있는 보고서를 자료집으로 발간했습니다.

’내 아이 안고 싶어요 프로젝트 5: 탈북여성 강제북송 실태조사 최종 보고서’로, 중국 정부의 탈북자 강제북송을 멈추기 위한 목적입니다.

김정아 대표는 VOA에 자료집을 내놓은 배경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녹취: 김정아] “작년에 미국에 갔을 때 ‘중국 정부의 강제북송 정책은 중국인 자국민 피해로 봐야한다. 탈북민 여성의 문제로만 보게되면 강제북송의 근본 뿌리가 해결을 못한다. 왜냐하면 중국 정부가 탈북민을 강제북송 시키면서 내놨던 명분이 북한과의 범죄인인도협약 때문에 우리는 어쩔수 없이 탈북민을 보낼 수밖에 없다, 국가간의 약속이다.’ 이러고 회피해왔거든요. 그러나 저희가 그걸 주장했는데, 그때 미국 정부기관 고위층 분들이 “그래서?”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라는 질문이 저희한테 정말로 충격으로 다가왔거든요. 그래서 자료가 있어야 한다..”

귀국 후 이 단체는 자료 수집 계획을 세웠고 지난 3월 프로젝트를 구상해 5월부터 6월까지 설문조사를 진행했습니다.

설문조사는 전문가의 분석과 함께 취합돼 220쪽 분량의 자료집으로 펴냈는데, 중국 정부의 탈북 여성 강제북송 실태와 함께 그 피해자를 중국 남편으로까지 확대했습니다.

‘탈북민 강제북송은 중국 정부의 자국민 피해’ 라는 주장을 뒷받침할 중국인 남성의 증언을 직접 듣고 이를 분석한 것인데, 이 조사에 참여한 중국인 남성은 500명에 이릅니다.

[녹취: 김정아] “한국에서 사는 탈북 여성과 함께 사는 중국 남편들 300명, 중국 안에서 사는

201명, 전체 501명 했는데, 조선족이 5% 미만,대부분 한족인데 한국말을 모르잖아요. 부인들이 통역하면서 설문조사 진행해서 결국은 300명의 설문조사가 부부 설문조사가 되버린거죠. 600명이 됐어요.”

설문조사는 중국과 한국에서 탈북 여성과 살고 있는 중국인 남성을 대상으로 온라인 인터뷰와 전화를 통해 진행했습니다.

조사 결과는 탈북 여성과 함께 사는 중국인 남편 역시 탈북 여성들과 같은 공포와 삶의 불안을 겪는 등 정신적 육체적 피해를 당한다는 것으로 요약됩니다.

한국 내 중국 남편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참여한 300 명 가운데는 50대가 가장 많았고, 이어 40대와 30대, 60대 순이었으며, 출신 지역은 길림성이 과반을 차지했고 흑룡강성, 요녕성이 뒤를 이었습니다.

또 2006년 이후 입국한 사람이 90%에 달합니다.

자료집은 이들의 결혼 생활과 한국 생활을 포함해 중국 가정에 대한 이야기도 함께 실었는데, 한국 입국 과정에서 과반수가 자녀와 이별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부분이 눈길을 끕니다.

그 원인으로는 한국 입국, 강제북송, 장거리 일이었습니다.

무엇보다 탈북 여성의 강제북송과 관련한 내용에서 배우자가 위험에 처해 있다고 느꼈다고 답한 사람이 78%에 달했고, 중국 공안의 폭행을 목격하고, 자신과 가족들이 함께 폭행을 당했다는 증언도 있었습니다.

중국 공안에 의한 강제낙태를 직접 목격했거나 들은 사람, 그리고 아내와 함께 도망 다닌 경험이 있다고 답한 사람은 37%입니다.

또 중국 정부의 탈북민 강제북송과 관련해 중국인 가족들도 두려움을 함께 겪고 있다는 응답이 88%, 이 정책이 부당하다고 느낀다고 답한 사람은 90%가 넘었습니다.

이런 내용은 중국 내 탈북 여성을 통해 취합된 중국인 남편들의 답변과도 대부분 일치합니다.

강제북송을 피해 도망을 다녀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는 답은 절반 이상을 차지했고, 두려움으로 악몽에 시달린다는 응답자는 63%였습니다.

또한 탈북민 여성들의 강제북송 과정에서 중국 남편들도 위험을 느낀다고 답한 사람은 80%에 달했습니다.

이런 상황은 56%의 중국 남편들은 아내가 중국 국적을 얻는다고 해도 중국에서 살고 싶지 않다는 답으로 이어졌습니다.

이번 조사에서 탈북 여성 80%가 중국에서 만난 가족들과 좋은 관계를 맺고 있다고 답한 내용은, 중국인 남편으로부터 폭행을 당했다는 탈북 여성들의 기존 증언과 대조되는 부분입니다.

미국 시카고에 거주하는 40대 탈북 여성 해나 김 씨는 VOA에 “남편과 남편의 가족의 감시를 받았지만 자신에게 매우 잘 대해줬다”고 증언한 바 있습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북한인권위원회 그렉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중국 내 탈북 여성들이 중국인 남편으로부터 폭행 당하고 법적 지위가 없이 매우 취약한 상황에서 살아간다는 사실을 지적하면서도, 이 단체의 이번 조사는 새로운 차원을 조명한다고 진단합니다.

“중국 내 탈북 여성 상당수가 남편에게 학대 당하고 실질적으로 성노예의 희생자이지만 예외는 있으며, 이번 보고서는 이전에 간과됐던 북한 아내와 자녀를 돌보는 중국인 남편의 고통을 보여준다”는 겁니다.

김정아 대표는 30여 년간 이어지는 비극의 책임은 누구보다 중국 정부에 있다고 강조합니다.

[녹취: 김정아] “작년 12월에 중국 정부가 중국 내 탈북민에게 호적 올려줄게 가족을 지켜라.. 라는 선포를 했습니다. 그런데 올해 2월에는 중국인 아이를 임신한 탈북민 임산부를 국경연선까지 데리고 가서 북한이 코로나 때문에 안 받겠다고 하니까. 거기서 출산을 하게 된 거에요. 최근에도 10월 12일쯤 또 데려갔는데 북한이 송환을 거절했습니다, 지금 이 상황을 연이어 보게 되면 북한이

코로나 때문에 안 받겠다는데도 계속 강제북송하겠다는 겁니다. 이걸 뭘로 봐야 돼요? 정말로 강제북송의 악덕은.. 그 뿌리는 중국 정부라는 거죠.”

김 대표는 중국 정부가 자국 법을 어기면서까지 이런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며, 이에 대한 내용이 구체적으로 자료집에 실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정아] “1990년 9월 10일부터 시행된 중화인민공화국 국적법으로 중국의 아이를 낳은 탈북민 여성이 중국 국적에 올릴 수 있는 조항이 여러가지고 주목되는 상황입니다. 이 가운데 외국인 무국적인으로 인정될 수 있는..”

VOA 뉴스 장양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