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2년 중국 랴오닝성 단둥의 한 마을에서 북한 노동자들이 신발을 만들고 있다. (자료사진)
지난 2012년 중국 랴오닝성 단둥의 한 마을에서 북한 노동자들이 신발을 만들고 있다. (자료사진)

미국의 제재·인권 전문가들은 북한이 유엔 대북제재를 우회해 해외에 노동자를 계속 파견하고 있다는 보도에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북한 핵과 미사일 개발의 주요 자금줄이자 대표적인 인권 유린 사례인 해외 노동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중국 기업을 직접 제재해 ‘시장을 막는’ 조치가 시급하다고 밝혔습니다. 백성원 기자가 보도합니다.

유엔 대북제재에 따른 북한 노동자 송환 시한이 열흘 가까이 지났지만 중국과 러시아에서 일하는 이들 노동자 상당수가 현지에 남아있거나 편법으로 재입국을 시도하고 있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북한 문제를 오랫동안 다뤄온 전직 관리들과 제재·인권 전문가들은 이를 북한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에 투입되는 주요 자금줄이 건재하다는 경고로 받아들입니다. 

노동자 송환 조치는 북한의 무기 실험에 대한 징벌을 넘어 핵과 미사일 개발 자금을 봉쇄하려는 실질적 필요성이 우선했기 때문입니다. 

대북 지원 등 민생 문제에 대해선 유연한 태도로 일관해왔던 로버트 킹 전 국무부 북한인권특사가 해외파견 북한 노동자에 대해서만큼은 단호한 입장을 보이는 건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녹취: 로버트 킹 전 국무부 북한인권특사] “The primary emphasis behind removing the North Korean workers from foreign countries is because it's an important source of funding for North Korea's military programs.”

킹 전 특사는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해외파견 북한 노동자들은 군사 프로그램 자금의 중요한 공급원”이라는 인식을 분명히 했습니다.

미 대북 인권단체 북한인권위원회의 그렉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더 나아가 해외 노동자를 통한 수익은 북한 엘리트들에 하사품을 뿌리는데 전용되는 ‘정권의 생존 수단’이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녹취: 그렉 스칼라튜 사무총장] “So, where does the hard currency go? To the top priorities in terms of preserving the regime nuclear weapons and ballistic missiles, keeping the elites happy to access to important luxury goods from the outside world.”

따라서 이는 소수를 위해 주민 다수를 착취하는 북한 인권 탄압의 전형적 실태라고 비판했습니다.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개발은 물론 정권의 생존과도 직결되는 해외파견 노동자 문제를 해결하는데 중국과 러시아는 늘 걸림돌로 언급돼 왔고, 이번에도 관련 제재의 회피처를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습니다. 

킹 전 특사는 북한 노동자 고용을 유리하게 여기는 중국과 러시아 때문에 중동과 동유럽 등에서 상당한 성과를 거둔 북한 노동자 송환에 한계를 겪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로버트 킹 전 국무부 북한인권특사] “ China and Russia find it helpful to have these workers there. And they're not willing to end the practice… There has been reasonable success in terms of North Korean workers being leaving places in the Middle East. There were at one point some in Poland, those apparently are gone now. There has been some progress but not as much as would be desired, and that's largely, I think, because of China and Russia.”

스칼라튜 사무총장도 북한 노동자들이 관광비자 등을 발급받아 중국과 러시아에 입국한 사례가 있다며, 특히 두 나라에서 유엔 제재를 회피하는 많은 방안들이 동원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그렉 스칼라튜 사무총장] “I believe that there are many ways of circumventing the measure in particular in Russia and in China. We have already had reports of North Koreans going to China, to Russia on tourist visas, while they're actually workers there. So there are many ways of circumventing the sanctions.” 
 
전문가들은 외부 세계를 경험한 북한 노동자들이 귀환한 뒤 북한에서 자유와 인권의 개념을 전파하는 첨병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입장을 밝혔습니다. 

킹 전 특사는 북한 노동자들이 바깥 세계를 볼 수 있게 된다는 주장에 타당성이 있지만, 동시에 감시인들과 노동당 간부들의 철저한 감시와 통제 아래 놓여있어 제약이 크다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로버트 킹 전 국무부 북한인권특사] “The primary emphasis behind removing the North Korean workers from foreign countries is because it's an important source of funding for North Korea's military programs.”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해외파견 북한 노동자들이 북한에서 ‘변화의 주도세력’이 되지 못할 것이라고 단언했습니다. 그들이 다른 세계를 보게 되는 것은 맞지만 보위부원와 현지 감시인 등 3중 감시체제 아래 엄격히 통제되고, 자아비판 시간인 생활총화를 일주일에 최소 한차례씩 하면서 인권이나 노동법에 대한 어떤 식견도 갖게 되기 어렵다는 이유를 들었습니다. 

[녹취: 그렉 스칼라튜 사무총장] “These laborers do not become a force of change in North Korea. Do they see a very different world? Yes, and that opportunity is limited because their work sites are tightly controlled. They have three officials in charge, the party secretary, the Ministry of State Security agent, and the actual site supervisor. Every week they have to conduct at least one thing called ‘Saenghwalchonghwa’ session. These are self-criticism ideological indoctrination sessions. They do not receive absolutely any guidance, instruction or materials on a applicable labor legislation or human rights law, their rights, while working within the territorial jurisdiction in other states.” 

김정은 체제의 숙청을 피해 북한을 탈출한 전 노동당 고위 관리 A씨는 VOA에 “해외에 아무리 오래 거주해도 귀국 후 한달이면 북한 상황에 완전히 적응하게 된다”며 “끝없이 이어지는 학습과 지침, 생활총화가 바깥 세계의 영향을 모두 털어내도록 만든다”고 말했습니다. 

수십년 동안 대외 업무를 담당했던 A씨는 “공무여권, 도강증 발급 등을 통해 노동자 신분을 얼마든지 세탁할 수 있다”며, “북한 노동자를 고용하는 현지 기업들을 찾아 제재하는 것만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중국이 북한 석탄 수입을 중단한 것은 자국 강철공장을 대북 제재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 였다며, “북한 노동자 관련 제재가 제대로 이행된다면 중국의 많은 기업과 은행들은 거센 후폭풍을 맞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미국의 대북제재 전문가 조슈아 스탠튼 변호사도 같은 견해를 밝히면서 “북한 노동자들에 대한 임금 지급이나 이들이 생산한 상품은 미국 금융 시스템과 시장을 거칠 확률이 높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미국 연방 하원 외교위원회 자문관을 지낸 스탠튼 변호사는 “중국 기업이 은행을 통해 북한 노동자들에게 달러 뿐 아니라 인민비로 임금을 준다 해도 이들 은행을 대리하는 미국 은행은 해당 중국 은행과 거래를 끊어야 하고 중국 은행은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조슈아 스탠튼 변호사] “The bank that does business with a “Covered Person” and where that transaction ultimately goes through the United States. It probably also covers non-dollar transactions with a “Covered Person, if that bank then has corresponding access in the United States. So in other words, If the Bank of China were then to pay the North Korean workers in renminbi, then, American banks that provide correspondence services to that bank are supposed to disconnect that foreign bank. And if the foreign bank does that, they may also be subject to criminal penalties.”

이어 “최근 상원을 통과한 ‘오토 웜비어법’은 이 같은 제재에 보다 확실한 법적 근거를 제공했지만, 미국은 현행 법과 제재로도 얼마든지 같은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스탠튼 변호사는 또한 “북한 노동자를 고용한 중국 기업들이 세계 시장에 상품을 수출하고 달러 거래를 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만큼 제재가 확실히 이뤄질 경우 이들 기업은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백성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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