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완 교수의 새 책 '러시아에서 분단을 만났습니다' 중 러시아 내 북한 노동자의 손을 찍은 사진.
강동완 교수의 새 책 '러시아에서 분단을 만났습니다' 중 러시아 내 북한 노동자의 손을 찍은 사진.

유엔 안보리의 대북 결의에 따라 러시아 내 많은 북한 노동자가 철수하고 있지만, 관광과 교육 목적으로 3개월 단기 비자를 받아 러시아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늘고 있다고 강동완 한국 동아대 교수가 VOA에 밝혔습니다. 강 교수는 최근 지난 2년 동안 러시아에서 만난 북한 노동자들의 삶은 다룬 책 ‘러시아에서 분단을 만났습니다; 충성의 외화벌이라 불리는 북한 노동자’를 펴냈습니다. 강 교수는 당과 수령에 대한 충성을 위해 개인의 삶과 자유를 유린 당하는 해외 북한 노동자들의 실태를 조명하고 싶었다고 말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강 교수를 전화로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러시아 내 북한 노동자들의 삶을 다룬 책을 내셨습니다. 마침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라 노동 허가를 받은 북한 노동자들이 모두 북한으로 22일까지 돌아가야 하는데요. 어떤 계기로 책을 쓰게 되셨습니까?

강 교수) “전 세계 많은 나라에 북한 노동자들이 파견돼 있고, 그 가운데 러시아에 굉장히 많은 북한 파견 노동자들이 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 분들이 어떻게 생활하는지 정말 궁금했고, 무엇보다 인권 유린이란 주제와 관련해 많은 언론 보도가 있어서 정말 그들의 실상이 어떤지 실제 두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러시아로 달려갔고, 그곳에서 북한 노동자들을 직접 만나서 (2년 동안) 얘기를 나눴습니다.”

기자) 주로 어떤 지역에서 무슨 일을 하는 북한 노동자들을 만나셨습니까?

강 교수) “주로 연해주에 많이 나와 있습니다. 한국에서 비행기로 2시간 반이면 닿을 수 있는 가장 가까운 유럽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상당히 가까운 곳에 북한 노동자들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연해주 지역 건설장 어디서나 노동자들을 쉽게 볼 수 있었습니다. 그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형태를 볼 필요가 있습니다. 하나는 청부 일을 하는 노동자입니다. 이들은 합숙소보다 혼자 나와서 일합니다. 숙식도 일하는 곳에서 하기 때문에 조금만 친분을 쌓으면 함께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많습니다. 또 하나는 집체노동입니다. 단체로 합숙하는 형태여서 이들을 만나기는 굉장히 어렵습니다. 그래서 청부 일을 하는 분들을 길거리에서 주로 만났고, 차를 타고 가다 보이면 따라가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강동완 교수의 새 책 '러시아에서 분단을 만났습니다' 표지.
강동완 교수의 새 책 '러시아에서 분단을 만났습니다' 표지.

기자) 앞서 언급했듯이 북한 노동자들은 22일까지 모두 북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지난 10월에도 북한 노동자들을 만났다고 했는데, 복귀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는지 궁금합니다.

강 교수) “일단 그 분들의 생활은 굉장히 비참합니다. 무엇보다 당과 조국을 위한 충성자금이란 명목으로 나와서 일을 하는데, 청부 일을 하는 개인 노동자들은 한 달에 1천 달러 정도 상납금을 바쳐야 합니다. 그것을 계획분이라고 하는데. 1천 달러란 금액은 노동자가 한 달에 일해서 벌기에는 굉장히 많은 금액입니다. 대부분 거의 30일을 하루도 빠지지 않고 한 달 내내 일해야 겨우 벌 수 있는 금액입니다. 그 금액을 마련하기 위해 출퇴근 시간이 따로 없는 거죠. 아침 일찍부터 저녁 늦게까지 일을 하다가 잠시 일하는 곳에서 몇 시간 잠을 자고 또 아침에 일합니다. 그렇게 일을 하다가 이제 유엔 제재에 따라 돌아가야 하는 시점이 임박하면서 굉장히 마음을 졸이는 모습을 봤습니다.”

기자) 왜 그런가요?

강 교수) “왜냐하면 우리 생각에 너무 힘든 상황이기 때문에 조국으로 돌아가면 좋지 않겠나 하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오히려 해외생활을 굉장히 오래 하다 보니까, 가족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과 여기에서 경험한 자유라든지 그나마 누릴 수 있던 경제적 부분들을 놓고 돌아가야 하는 데 대해 갈등하는 겁니다.”

기자) 해외 노동자 출신 탈북민들은 그런 상황을 “역설적”이라고 표현합니다. 임금의 대부분을 북한 당국에 갈취 당하는 등 여러 노동권 탄압 문제가 있지만, 그래도 북한 내부보다 돈을 더 벌 수 있다는 이점 때문에 뇌물을 바쳐서라도 해외로 나가기 원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겁니다. 당사자들 마음이 꽤 복잡할 것 같습니다.

강 교수) “제가 책에서 썼던 (챕터) 제목 중 하나가 ‘귀향을 앞두고 번뇌하던 이 선생’입니다. 이 선생은 7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가는 상황이었죠. 왜냐하면 북한 당국이 노동자 철수 과정에서 나온 지 오래된 사람들부터 순차적으로 돌려보냈습니다. 러시아가 제재를 강력하게 이행하고 있고, 북한 당국도 시한이 다가올수록 이탈하는 노동자들이 늘어나니까 나온 지 오래된 노동자부터 돌려보내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본인은 7년 만에 가족을 만난다는 재회에 대한 기대, 한편으로는 돌아갈 수 없다는 번뇌, 그 사이에서 굉장히 갈등하는 모습을 봤습니다.”

기자) 말씀하신 대로 러시아가 유엔 제재를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비자를 다른 명목으로 받아 노동을 계속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강 교수) “맞습니다. 지금 나와 있는 노동자들은 대부분 건설 현장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저희가 만나 들은 증언 중에 3개월짜리 관광비자를 받아 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란 말이 많습니다. 왜냐하면 신규 노동자를 허가하지 않고 기존 노동자를 모두 돌려보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최근에는 북한 노동자들이 학생비자나 관광비자를 받아 나오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들은 노동 허가를 받지 못했기 때문에 러시아 시내 건설장에서 일하기 힘듭니다. 왜냐하면 러시아 당국의 단속에 걸리기 때문에 이들은 대부분 연해주 지방의 시골 마을에서 일합니다. 그들 사이에서는 ‘돼지농장’이라고 표현하는데, 3개월 관광비자를 받고 나온 이들은 대부분 이런 곳에서 일하고 있다는 증언들을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 기한이 건설노동자들처럼 몇 년이 아니기 때문에 북한 당국도 우려하고 있고, 러시아도 대북 제재란 큰 틀 안에서 노동자들을 북한으로 돌려보내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기자) 책을 통해 세상에 어떤 메시지를 보내고 싶으셨습니까?

강 교수) “그 분들의 삶이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란 겁니다. 과거가 아니라 지금 현재 일어나는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그들의 삶을 우리가 함께 알아가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독재정권 아래서 당과 조국을 위한 충성자금이란 명목으로 개인의 삶과 자유가 이렇게 구속 당할 수 있다는 것을 꼭 세상에 알리고 싶었습니다. 정말 그들의 어려운 삶을 자유세계에 사는 우리가 함께 공감할 수 있어야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진행자) 최근 ‘러시아에서 분단과 만났습니다’란 책을 펴낸 한국 동아대 강동완 교수로부터 러시아 내 북한 노동자들의 삶과 유엔 제재에 따른 복귀 움직임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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