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북한 평양의 한 식당에서 판매되는 햄버거와 프렌치프라이. (자료사진)
지난해 6월 북한 평양의 한 식당에서 판매되는 햄버거와 프렌치프라이. (자료사진)

북한에 부유층이 늘고 식사량이 개선되면서 당뇨병 환자가 급증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평양의 당뇨병 발병률이 지방보다 매우 높다는 지적입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세계 170개 나라, 230개 기관이 가입해 있는 국제당뇨연맹(IDF)의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북한 내 당뇨병 환자가 계속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 2015년에 20세 이상 성인의 당뇨 발생률이 4.4%였지만, 2017년에는 4.7%로 늘어 약 84만 2천 명의 당뇨 환자가 있다는 겁니다.

특히 지난 5월 평양에서 열린 ‘당뇨병의학과학토론회’에 참석한 국제당뇨연맹 대표단에 따르면, 북한의 당뇨 환자는 지난해 4.82%로 전년보다 더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대표단의 일원으로 평양을 방문했던 한국 고려대 김신곤 교수는 한국 과학지 ‘동아사이언스’에, 신봉철 조선병원협회 당뇨병위원장이 새 자료를 발표하며 북한에 당뇨병 발생률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경제적 여유가 더 있는 평양 등 도시 인구의 당뇨병 발생률이 74%를 기록해 27%를 보인 농촌보다 발생률이 훨씬 높았다며, 평양은 20세 이상 성인 중 당뇨병 환자가 9%에 달한다고 전했습니다.

과거 한국에서 “부유한 사람만 걸리는 병이라는 별명처럼 북한에서도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사람들 사이에 당뇨병 발병률이 높은 공통점이 있다”는 겁니다.

하버드대 의과대학 소속으로 지난 5월 평양을 방문했던 박기범 재미한인의사협회 북한 담당 국장은 23일 VOA에, 평양과 지방의 현격한 당뇨병 발병률 차이는 그리 놀랍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기범 국장] “I don't think that's any surprise. I think people realize that the ones the people that get to live in Pyongyang are privilege. They have much better access to food and things like that.”

평양 시민들이 특권이 있다는 것은 알려진 사실로, 식량과 다른 것들에 대한 접근이 지방보다 훨씬 낫기 때문에 당뇨병 환자도 더 많을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전문가들은 과식이 비만을 유발해 췌장에 무리를 주면서 인슐린 분비 기능을 떨어뜨려 당뇨병에 걸린다고 지적합니다.

지난 5월 평양을 방문한 조남한 국제당뇨연맹 회장은 한국 매체들에, 암은 완치가 될 수 있지만 당뇨병은 완치가 없을 정도로 지속적 관리가 필요한 불치병이라고 말했습니다.

전 세계 당뇨병 환자가 7억 7천만 명에 달하고 거의 6초마다 1명씩 당뇨로 사망하고 있기 때문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겁니다.

박기범 국장은 당뇨가 위험한 이유는 합병증 때문이라고 지적합니다.

[녹취: 박기범 국장] “Blood vessel diseases it actually increases your risk of heart disease. You can develop vascular problems in your legs. You can develop neuropathy nerve ending problems you can become blind.”

당뇨로 인한 혈관 질환으로 심장병 위험이 증가하고 다리에 혈관 문제가 생길 수 있으며, 신경 장애로 시력을 잃는 등 모든 종류의 만성질환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당분 섭취 조절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도 당뇨병으로 인한 심장질환 등 합병증으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2011년 김 위원장 사망 소식을 전하며 “중증 급성 심근경색이 발생하고 심한 심장성 쇼크가 합병됐다”고 보도했습니다. 

하지만 북한 내 당뇨병 치료는 예방에만 집중할 정도로 의료 환경이 매우 열악하다는 지적입니다.

고려대 김신곤 교수는 북한이 30년 전 개발된 치료제를 사용할 정도로 치료약제와 검사 장비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때문에 국제당뇨연맹은 오는 12월 한국 부산에서 열리는 세계총회에 북한 의료진 50여 명을 초청해 교류와 지원을 모색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조남한 국제당뇨연맹 회장은 전 세계 170개 나라에서 1만 7천 명의 전문가들이 행사에 참석한다며, 북한에 남북 협력 당뇨병 전문병원 설립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남북관계가 최근 악화하면서 북한 의료진들의 참석은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