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1년 4월 한국 파주 임진각에서 열린 납북자  관련 행사에 북한에 납치된 것으로 의심되는 사람들의 사진이 놓여있다.
지난 2011년 4월 한국 파주 임진각에서 납북 피해자들을 기억하는 행사가 열렸다.

유엔이 지난 1년 동안 북한에 42건의 강제실종 사건에 대한 정보 제공을 요청했습니다. 유엔은 현장 방문 조사를 북한 측에 요청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연철 기자가 보도합니다.

유엔 산하 ‘강제적 비자발적 실종에 관한 실무그룹’이 지난 한 해 동안 42건의 강제실종 사건에 대한 정보 제공을 북한에 공식 요청했습니다.

실무그룹은 지난해 5월부터 올해 5월까지 활동을 정리해 다음달에 열리는 제 42차 유엔 인권이사회 정기회의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습니다.

보고서는 또 지금까지 실무그룹이 북한 당국에 정보 제공을 요청한 강제실종 사건은 총275건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이 가운데 여성이 관련된 사건이 42건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보고서는 북한이 혐의 내용을 부인하는 답변만 보내 오는 등 실무그룹의 활동에 협조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현장 조사를 위해 2015년 5월에 북한 방문을 요청했지만 아직 긍정적인 답변을 받지 못했다며, 지난 1월에 다시 이를 상기시키는 서한을 보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유엔 인권이사회 결의를 준수해 호의적으로 반응하기를 요청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실무그룹은 이번 보고서에서 지난 한 해 동안 어떤 강제실종 사건들에 대한 정보를 북한에 요청했는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앞선 보고서들에 따르면 실무그룹은 지난 한 해 동안 1950년 한국전쟁 초기 납북된 16명, 1960년대와 1970년대에 바다에서 조업하다 북한에 끌려간 어부 17명, 북한 주민 3명, 탈북민 2명 등에 대한 정보를 북한에 요청했습니다.

진행자) 계속해서 이연철 기자와 함께 강제실종 실무그룹의 활동과 북한에 의한 강제실종에 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먼저 강제실종이 무엇인지부터 설명해 주시죠?

기자) 강제실종이란 국가기관, 또는 국가의 역할을 자임하는 단체에 의해 체포, 구금, 납치돼 실종되는 것을 말합니다. 간단히 말하자면 국가가 개입된 실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강제실종의 피해자들은 불법적으로 납치돼 구금되고, 심문 중 고문을 당하며 궁극적으로 살해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강제실종은 피해 당사자는 물론 그 가족과 사회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기 때문에 인권 침해 중에서도 매우 심각한 사례로 규정되고 있습니다.

진행자) 강제실종 실무그룹은 어떤 역할을 하는 것인가요?

기자) 실무그룹은 1980년 유엔 인권위원회 결의로 설치됐습니다. 실종자의 생사와 소재 확인을 임무로 하고 있는데요, 피해자 가족이나 민간단체들로부터 실종 사건을 접수해 심사한 뒤 이를 납치 의심 국가들에 통보하면서 명확한 조사 결과를 보고하도록 요청하고 있습니다. 서울의 민간단체인 ‘전환기정의워킹그룹’ 이영환 대표의 말을 들어보시죠.

[녹취: 이영환 대표] “실제로 접수된 사건에 대한 정보를 의혹이 제기된 나라에 보내주고 중간에서 정보를 중계하는 역할을 하는데요, 해당국 정부에 이 문제에 대해 해명하라 아니면 이 문제가 강제실종이 아니라는 것을 반증하는 증거를 내놓으라고 요구하는 과정이 되고요”

하지만 실무그룹이 법률적으로 강제력을 갖고 있지 않은 점은 한계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진행자) 북한에 의한 강제실종의 피해자들은 어떤 사람들인가요?

기자) 주로 한국 국민들인데요, 크게 한국전쟁 중 납북된 사람, 즉 전시 납북자와 정전협정 체결 이후 납북된 사람인 전후 납북자로 구분됩니다. 북한은 한국전쟁 중 정치인과 학자, 종교인, 예술인, 기술자 등을 강제납치해 지금까지도 억류하고 있는데요, 이런 전체 전시 납북자 수가 약 1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북한은 또 1953년 7월 정전협정 체결 이후에도 다양한 형태로 한국 국민들을 납치했습니다. 이런 전후 납북자는 총 3천835명이고 이 가운데 지금까지 북한에 516명이 억류돼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데요, 이들 중 약 90%는 어선에서 붙잡힌 뒤 강제 실종된 어부들이고요, 이밖에 납치된 민간항공기에 탑승했던 승객과 군인, 해안경비대원, 청소년 등이 포함됐습니다.

진행자) 북한에 의한 강제실종이 한국인들에게만 국한된 일은 아니죠?

기자) 그렇습니다.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COI)는 최종 보고서에서 북한이 1960년대와 80년대 사이에 한국은 물론 일본, 그리고 다른 나라에서 많은 사람들을 납치했고, 1990년대부터는 중국과 레바논, 말레이시아, 루마니아, 싱가포르, 태국 등의 국적을 가진 사람들도 납치하는데 관여했다고 밝혔습니다. 전환기정의워킹그룹의 이영환 대표는 북한이 2000년대 들어 중국에서 한국 국민들과 탈북민들을 납치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함께 북한 주민들도 당국에 의한 강제실종에 희생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녹취: 이영환 대표] “어느 날 밤에 갑자기 북한 보위부나 안전부 사람들이 와서 한 집을 덥쳐서 강제로 끌고 갔다, 그런 문제도 모두 강제실종에 해당되는 문제들입니다.” 

이 대표는 탈북민들을 통해 이런 사례들이 알려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그 동안 실무그룹에 보고된 북한에 의한 강제실종 사건은 모두 얼마나 되나요?

기자) 현재까지 실무그룹에 보고된 사건은 총 275건입니다. 제일 먼저 실무그룹의 문을 두드린 사람은 ‘1969년 칼기 납치 피해자 가족회’의 황인철 대표였는데요, 2010년에 실무그룹에 한국 납북자 중 처음으로 아버지 사건을 접수했고 지금까지 진정서 제출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실무그룹의 아리엘 둘리츠키 위원은 2017년 서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북한과 관련해 접수되는 강제실종 수가 늘어나고 있다며, 전시 납북자와 관련된 사건이 주를 이루고, 정전협정 이후에 발생한 납치 사건도 일부 포함돼 있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실무그룹에 접수된 전체 275건 가운데 한국전쟁이 시작된 1950년에 발생한 사건이 92건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이어 2000년대가 50건, 1970년대가 48건, 1960년대가 40건으로 뒤를 이었습니다.

진행자) 당사자인 북한 당국은 강제실종 문제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까?

기자) 북한은 실무그룹의 정보 제공 요청에 협조하지 않고 있습니다. 혐의 내용을 부인하는 똑 같은 답변만 되풀이하고 있는데요, 황인철 대표의 말을 들어보시죠.

[녹취: 황인철 대표] “2012년에 북한의 답변을 받았습니다. “강제실종에 해당되지 않는다, WGEID (강제적 비자발적 실종 실무그룹)에서 다룰 인도적 사안이 아니다, 북한의 적대세력에 의한 대결 책동의 산물이다”라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북한은 자국에 강제실종 문제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COI)는 최종보고서에서, 한국전쟁 당시 민간인들과 국군포로는 물론 납북 어부와 북송 재일한인, 납북 일본인 등 2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북한에 의해 강제실종된 것으로 추산된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지금까지 이연철 기자와 함께 유엔 강제실종 실무그룹의 활동과 북한에 의한 강제실종에 관해 자세히 알아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