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입국한 탈북민 여성들이 탈북민 교육기관인 하나원 센터의 임시 거처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지난 2010년 한국 입국 탈북민들의 교육기관인 하나원 센터의 임시 거처에서 머무르는 탈북민 여성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매주 금요일 북한 관련 화제성 소식을 전해 드리는 `뉴스 풍경'입니다. 한국에서 온 미국 내 탈북민들로부터 한국을 떠나게 된 원인을 조사하고, 한국에서의 성공적인 정착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방법을 고민하는 연구조사 사업이 미국에서 진행됩니다. 장양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라디오
[뉴스풍경 오디오] 한국 내 탈북민들의 탈남 연구조사 사업

[녹취: 탈북 여성] ”한국에서 많이 방황을 했어요. 좋은 대학 들어갔어요. 남들이 다 부러워 하는 대학이거든요, 또래의 한국애들이던 탈북자 애들이던 그 학교 들어갔으면 이미 성공했다, 그런데 저는 그때 왜 제가 그 학교에 들어간 거는 좋은데, 무엇을 공부 해야하는지 왜 공부 해야 하는지, 솔직히 탈북전까지는 공부 안했으니까…”

17세 나이에 어머니와 함께 한국으로 온 30대 탈북 여성 김 씨. 

김 씨는 북한의 `고난의 행군' 시절을 거치며 초등교육 이후의 교육과정을 받을 수 없었습니다. 

한국에 온 김 씨는 또래 학생들과 학력에서 큰 차이를 느끼는 등 학창시절이 즐겁지 않았습니다. 

명문대학교에 입학했지만 중도에 포기할 수밖에 없었고, 지인의 소개로 들어갔던 회사에서도 직장 내 따돌림과 편견으로 오래 버티지 못했습니다. 

김 씨는 탈북민들의 개인적인 차이를 인정하면서도 한국사회가 탈북민들을 다르게 보는 인식은 정착에 장애가 됐다고 말합니다. 

[녹취: 탈북 여성]”탈북자라는 사실 때문에 위축된 것 같아요. 그래서 최대한 탈북자 아닌 것 처럼 행동하고 싶은것에 너무 집중했더라고요. 저는 저를 지우고 싶었나봐요 “

김 씨는 지난 2012년 유학생 신분으로 미국에 입국했는데요, 북한 출신이라는 열등감을 미국에서 난민들과 함께 공부하면서부터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녹취: 탈북 여성]”저는 전쟁을 겪어본 적은 없거든요. 그 친구들은 전쟁을 겪어 봤다는 거예요. 어린 나이에 방독면 쓰고 있고, 살생가스 때문에 애기 인데도.. 태어나자마자 전쟁을 안 겪어 본 적이 없대요. 평생을 전쟁을 봤데요. 겸손해 지는 거에요. 나보다 더 어려운 사람들이 더 많구나. 탈북자들보다 더 어려운 사람들이 세상에 널렸구나.. 느끼는? 그러면서 공감이 되는..여기까지 온 것을 감사하게 사는게..”

신학교 학생 신분인 김 씨는 한국으로 돌아가기 보다 미국에서 꿈을 찾기를 원합니다.

미국에서 망명 신청을 하고 10년이 넘도록 노동 허가만 받고 살고 있는 50대 탈북 남성 박명남 씨. 

러시아의 북-러 합영식당 주방장이었던 박 씨는 1990년대 말 한국에 입국했습니다. 

평양요리사 자격증을 갖고 있었던 덕에 한국 정착 초기에 음식점을 운영해 돈도 벌어봤지만 탈북자에 대한 시선이 예전 같지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탈북자의 자식’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사는 아들의 미래가 염려돼 2000년 초 미국 행을 결심했습니다.

[녹취: 박명남] “학교 가니까 하늘과 땅 이더라고요. 애가 그렇게 좋아하더라구요. 여기 오더니. 너무 좋아 가지고 여기 오더니……”

박 씨는 미국에서 택시기사, 국방대학교 강사, 음식점을 운영하다 건강에 문제가 생겨 수 년째 경제활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박 씨는 경제적인 어려움은 나아지지 않고 있지만 미국에 온 목적은 이뤘다고 말합니다. 아들이 미국의 대학교에서 전액 장학금을 받고 풋볼 선수로 활약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녹취: 박명남]”모든 사람들 한테 모범적인 사람으로 살고, 손가락질 받지 않고.. 북한 사람이라고.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지금처럼만 잘 자라서. 우리가 가졌던 꿈을. 우리가 하지 못했던 일을 얘가 꼭 성취해서 모든 사람들, 특히 북한에 있는 사람들에게 희망이 됐으면 좋겠어요.”

탈북을 거쳐 탈남으로 이어지는 이들 탈북민들의 여정을 구체적으로 들어보고 성공적인 정착에 도움이 될 방안을 찾기 위한 연구조사사업이 미국에서 진행됩니다.

워싱턴의 아메리칸대학교의 한국학과 교수진과 한국 내 탈북민 지원단체 `더 브릿지'의 미국법인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이 사업은 한국과 미국을 모두 경험한 탈북민을 비교 분석하는 연구입니다.

더 브릿지 미국법인-브릿지 US의 이찬미 디렉터는 아메리칸대학과 협업해 한국의 재단법인 ‘통일과 나눔(UniKorea Foundation)’에 연구제안서를 제출했고 다음달부터 내년 2월까지 미국 지역의 탈남자를 만나 심층인터뷰와 포커스그룹을 구성한다고 밝혔습니다. 

이 디렉터는 연구조사 사업의 배경과 취지를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녹취: 이찬미] “한국에 3만 명이 넘는 탈북자들이 사회적 문화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탈북을 통해 한국사회에 정착을 시도했다가 다시 미국으로 이주한 ‘탈남자‘들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한국에 정착하고 있는 탈북자에 대한 다양한 영역의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지만, 탈남자들에 대한 연구는 거의 존재하고 있지 않기에 미국에 정착한 탈남자들의 심층 인터뷰를 통해 한국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언어적 문화적 괴리감이 큰 미국으로 재이주하게 되는 요인을 찾고 해결방안을 도출하고자 합니다. “ 

이 디렉터는 두 나라를 경험한 탈북민들을 만나 이들이 체감하는 차이점과 그 이유를 분석하고 한국사회에 적용해 한반도 통일을 준비한다는 것이 연구의 목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를 위해 한국 정착의 장애요인인 정책, 사회구조, 인식과 편견, 사회적 위치, 불평등의 문제가 미국에서는 어떠하며 적용 방법과 새롭게 마련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 찾아간다는 설명입니다. 

한국에서 탈북민들의 창업지원 활동을 벌이고 있는 황진솔 씨는 VOA에 한국 내 탈북민들의 정착에 방해가 되는 요소 가운데 몇가지를 꼽았습니다. 

첫 번째로 남북한 사람들의 기대감의 차이를 꼽습니다.

[녹취: 황진솔] “한국사회 안에서 비교 의식, 열등감이 생기는 것 같고, 한국 사람들은 탈북민을 대할 때, 외모나 언어가 같으니까 외국인 노동자들보다 더 높은 기대치를 가지고 대하다 보니, 실제로 소통에 어려움이 있어서 직장에서나 학교에서 상대적 박탈감이 큰 것 같아요..탈북민들이 남한사람들의 자신에 대한 기대감이 높을 경우 이를 충족시키지 못해 무시당한다고 느낀다는 말을 듣고 있습니다.” 

황 씨는 또한 한국 내 탈북민 지원단체나 기관이 이들을 돕는 대상으로만 본다며 기획과 결정을 함께하는 동반자로서의 역량을 인정하거나 성장시키는 면은 부족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더 브릿지 US는 미국내 탈북민들과 함께 포커스 그룹을 만드는 등 탈북민들의 의견을 정보 제공자로만 국한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찬미 디렉터는 이를 통해 실질적 시사점을 도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번 사업에 참여하게 될 미국 내 탈북민은 약 30여명입니다. 

이들은 한국에 정착했다가 다양한 이유로 미국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정착 과정에 여려움을 견디지못하고 관광비자로 미국에 입국해 망명 신청을 하는 사례가 있지만 실질적으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유학, 결혼, 파견 근무 등의 이유로 미국에 온 후 정착을 결정하거나 더러는 불법체류를 하기도 합니다.

이유와 사정은 다르지만 한국보다 미국에서 정착하기를 소망하는 사람들입니다. 

더 브릿지 US는 현재 약 200여명으로 추정되는 미국의 탈남자들과 ‘신뢰’를 쌓는 것을 우선순위로 두고 있다며 이 점은 연구조사사업에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사업에 참여하는 탈북민들에게는 소액의 사례비가 제공됩니다. 

VOA가 접촉한 10여명의 탈북민 참가자들은 서부 캘리포니아, 테네시, 버지니아, 메릴랜드, 켄터키, 조지아, 뉴욕 등지에 거주하고 있으며 거주기간이 2년 이상입니다. 

이들은 한국 내 탈북민들의 성공적인 정착에 도움이 되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연구조사 사업 내용은 내년 2월 공개세미나와 미디어를 통해 한국사회에 공개할 계획입니다.

VOA 뉴스 장양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