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9년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들이 구직박람회에 참석해 채용게시판을 들여다보고 있다. (자료사진)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들이 구직박람회에 참석해 채용게시판을 들여다보고 있다. (자료사진)

탈북민들이 북한의 가족에게 보내는 송금 수수료가 유엔이 발표한 국제 평균 비율보다 적어도 4배 높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국제 금융망이나 인터넷이 아니라 중개인을 통하고, 북한 보위부 요원도 개입하고 있어 상황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유엔은 지난 16일 `국제 가족 송금의 날’을 맞아 발표한 성명에서 전 세계 이주민들이 본국의 가족에게 보내는 송금 수수료가 전체 송금액의 평균 7%라고 밝혔습니다.

유엔 산하 국제농업개발기금(IFAD)은 올해 국제 이주민들이 본국의 가족에게 보내는 송금 총액이 지난해 보다 200억 달러 많은 5천 5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며 이같이 밝혔습니다.

특히 송금 수수료가 여전히 너무 높다며, 2030년까지 수수료를 3% 아래로 낮춘다는 유엔 `지속가능 개발목표’(SDG-10)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국제 평균 수수료 비율 7%는 탈북민들이 북한의 가족에게 보내는 송금 수수료에 비하면 상당히 낮다는 지적입니다. 

한국의 민간단체인 북한인권정보센터(NKDB)는 지난 3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탈북민 414명을 조사한 결과 대북 송금 평균 수수료가 29.3%였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국제 평균 수수료보다 무려 4배 이상 높은 액수입니다. 

대북 송금은 일반 은행이나 인터넷 거래가 불가능해 중국과 북한 중개인을 거치고 위험수당까지 감수해야 하기 때문에 훨씬 비싸다는 게 탈북민들의 설명입니다. 

탈북민 사라 씨는 17일 VOA에, 북한의 국가보위성(옛 국가안전보위부) 요원들이 송금에 대부분 관여하기 때문에 수수료가 전체 송금액의 절반을 넘을 때도 많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사라 씨] “중개인도 중개인이지만, 이 돈 작업이 다 보위부가 관련합니다. 거의 100%가 관여하니까 얘네도 가져갑니다. (수수료가) 30%라고 말하는 것은 공식적인데, 저희는 믿지 않습니다. 보위부도 눈을 감는 대신 또 몇 프로 입금해야.. 보위부도 김정은이가 돈을 안 주기 때문에 자급자족이거든요.”

사라 씨는 “수수료가 7%만 되면 얼마나 감사하겠냐”며 유엔이 말하는 국제 송금망은 사고가 나도 배상이 되지만 대북 송금은 말할 곳도 고소할 곳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중국에서 활동하는 한 중개인도 지난달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지난 1~2년 사이 북-중 국경 지역의 경비가 더 강화되면서 수수료가 올라 부담을 느끼는 탈북민들이 많아졌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국제농업개발기금은 전 세계 2억 명의 이주민 근로자가 가족에게 보내는 송금으로 8억 명이 혜택을 받는다고 밝혔습니다.

해외 이주민 근로자는 1~2개월 평균 200~300달러를 본국의 가족에게 보내며, 이는 임금의 15% 정도에 불과하지만, 남은 가족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겁니다.

길버트 호웅보 국제농업개발기금 총재는 홍보 영상에서 200~300달러의 적은 돈도 빈곤 지역에서는 가족 수입의 60%에 달한다며, 이는 그들과 지역사회에 중대한 차이를 만든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호웅보 총재] “We believe remittances come the most in poor rural areas of developing countries. This is where these remittances can help families left behind build more secure future.”

송금은 개발도상국의 최빈곤 지역에 남아있는 가족들이 더 안정된 미래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겁니다.

북한 전문가들도 탈북민들의 송금이 북한 내 가족의 생계 등에 다양한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합니다.

북한인권정보센터의 임순희 북한인권기록 보존소장입니다.

[녹취: 임순희 소장]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습니다. 경제적이나 가족생활에 있어서. 아무리 많은 수수료를 떼이고 일부 뇌물로 바쳐지는 부분이 있더라도 기본적으로 이 분들의 전체 생활에 그런 큰돈이 올 기회가 없으니까요. 그걸 바탕으로 장마당 장사를 시작하는 분들도 계시고 하기 때문에 크게 도움이 되는 거죠.”
한국 내 탈북민 1호 박사인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도 최근 언론 기고에서 대북 송금은 가족의 호의호식이 아니라 “북한사회를 아래로부터 바꿀 수 있는 장마당의 확장에 기여하고 동시에 한류문화의 전달 통로로도 이용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의 변화와 발전을 위해 옛 동·서독처럼 탈북민들의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북한인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 3월 설문조사에 응한 탈북민 가운데 지난해 송금한 125명이 북한의 가족에게 보낸 액수는 1회 평균 2천 450달러였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