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3일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관 입구에서 직원이 기자들의 촬영을 막고 있다.
지난달 13일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관 입구에서 직원이 기자들의 촬영을 막고 있다.

최근 한 반북단체의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관 습격을 계기로 일부 언론이 대북 반체제 활동을 조명하고 있습니다. 북한 정권의 압제에 대응한 반체제 활동이 제대로 후원을 받지 못하는 이유는 핵무기와 전략-지정학적 이유, 규모가 작은 탈북민 사회, 북한 정권의 위협 등 여러 이유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정권에 대응한 캠페인은 달갑지 않은 임무’.

영국의 유력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27일 반북단체인 ‘자유조선’의 활동을 계기로 반북 활동의 실태를 조명하며 붙인 제목입니다.

‘자유조선’이 북한 정권 출범 이후 처음으로 북한 외교공관을 공격하면서 보기 드물게 북한의 폭군에 반대하는 활동으로 주목을 받았지만, 이런 활동이 실제로는 녹록하지 않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김정은 반대자들은 자금이 부족하고 크게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며 몇 가지 이유를 지적했습니다.

다른 나라들과 달리 북한 내부에 김 씨 정권에 반대하는 공개된 반체제 인사들이 없고, 정치적 시위와 유사한 어떤 활동도 정치범수용소행이나 총살형이란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겁니다.

게다가 북한 밖에서 반체제 활동을 하는 사람들도 김정은 정권의 암살 공격으로부터 안전하지 않다고 `이코노미스트’는 밝혔습니다.

매체는 이어 한국 정부가 북한 정권에 반대하는 고위 탈북민들에게 일부 생활자금과 경호를 제공하고 있지만, 남북 군사적 위기 고조에 대한 우려 등으로 이들의 활동을 막고 있는 것도 이유로 꼽았습니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 신문도 25일 전문가 기고를 통해 김정은 정권에 반대하는 단체의 활동을 조명했습니다.

미 터프츠대학의 이성윤 교수는 이 신문에 ‘자유조선’의 활동은 범죄가 아니라 일제 강점기의 독립운동처럼 김 씨 정권의 오랜 폭정에 대응하는 “저항운동”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김정은의 최고존엄은 절대로 훼손돼서는 안 된다는 70년에 걸친 김 씨 일가에 대한 금기시된 역사를 ‘자유조선’이 깨고 자유의 이름으로 폭정에 대응하는 것은 “범죄가 아니라 오히려 권리이자 의무”라는 겁니다.

이 교수는 자국민을 압제하기 위해 강력한 통제망과 잔혹한 형벌제도를 활용하는 정부에 맞서는 것은 낮은 단계의 비대칭 전술이 유일한 수단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교수는 26일 ‘VOA’에, 김 씨 정권에 대한 반정부 활동이 북한 안팎에서 활발하지 않은 이유로 북한의 공포정치를 지적했습니다.

[녹취: 이성윤 교수] “1차적으로는 북한 내에서 저항할 능력도 없고, 북한이 워낙 완벽한 전체주의 체제니까요. 억압이 너무 극심하다 보니 북한 주민이 데모를 한다든지 조직을 결성해 정식으로 정권에 대한 저항을 할 가능성을 차단했기 때문에 북한 내에서는 저항세력이 없지 않습니까?”

이 교수는 또 남북한이 마주하는 특수성 때문에 한국에서 김정은 정권의 교체를 말하면 전쟁광 혹은 극우로 보는 선입견도 반체제 활동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관 공격 용의자 가운데 한 명이 최근 미 당국에 체포·기소돼 법원에 출두하면서 국제법 이행과 국제정세, 정의구현 사이에 간극이 적지 않다는 지적입니다.

전문가들과 탈북민 활동가들은 다른 독재국가 사례와 비교하면 북한은 이미 반체제 운동이 활발히 전개되고 국제사회의 자금 지원도 활발해야 정상이지만, 이를 가로막는 여러 걸림돌이 존재한다고 말합니다.

‘북한의 은밀한 혁명’ 저자인 영국 옥스퍼드대학의 백지은 작가는 26일 ‘VOA’에 핵무기 등 대량살상무기(WMD) 확산 우려와 전략-지정학적 이유 때문에 어떤 정부도 김 씨 정권에 대한 반대 활동 지원에 미온적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백지은 작가] “There are two major reasons. Possession of nuclear weapon and positioning the geostrategic location…”

김 씨 정권이 평화적으로 교체되지 않을 경우 핵무기 등 대량살상무기가 테러집단의 손에 넘어가는 확산 우려가 크기 때문에 어떤 정부도 이런 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기 힘들다는 겁니다.

게다가 북한의 정권 교체로 국익에 큰 유익을 챙길 나라가 없고 중국은 자유롭고 민주적인 북한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전략-지정학적으로도 반체제 활동을 지원할 나라가 거의 없다는 지적입니다.

백 작가는 최근 북아프리카의 알제리와 남수단에서 제2의 `아랍의 봄’으로 볼 수 있는 반정부 시위가 계속됐지만, 많은 나라가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도 비슷한 이유라고 말했습니다.

로버트 킹 전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는 과거 동유럽 공산국가처럼 내부에 대표적인 반체제 인사가 북한에 존재하기 힘든 상황과 미국 등 서방세계에 정착한 탈북민이 적은 이유를 지적했습니다.

[녹취: 킹 전 특사] “Part of problem is that there are so few North Korean defectors who have settled in the United States.”

미국에는 미얀마와 베트남, 이란 등 여러 나라에서 많은 난민과 망명자들이 정착해 반체제 활동을 벌여 왔지만, 탈북 난민은 지난 15년 간 250명도 입국하지 못할 정도로 규모가 너무 작다는 겁니다.

미 국무부에 따르면 탈북 난민은 지난 2006년 북한인권법에 근거해 6명이 처음으로 미국에 입국한 뒤 지난 3월 말까지 총 218명이 정착했습니다.

북한인권단체인 ‘노 체인’의 헨리 송 전 국장은 압박 받는 북한 주민들의 심각한 상황을 영상이나 사진으로 생생하게 제시할 증거가 부족한 게 반체제 활동의 주요 걸림돌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송 전 국장] “There is less evidence that video, photo…”

북한은 지난 몇 년 새 국제사회의 큰 주목을 받은 미얀마군의 로힝야족 학살처럼 명확한 영상이나 사진이 거의 없고, 남수단의 열악한 실태 등을 집중적으로 알리는 영화배우 조지 클루니 같은 유명 인사의 지원도 없다는 겁니다.

이번주부터 미국을 방문해 북한의 체제 변화 필요성에 대해 순회 강연 중인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는 북한 정권의 속임수를 지적했습니다.

[녹취: 박상학 대표] “북한 정권이 너무 속임수에 능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김정은이 아주 상식적이고 정상적이며 아름다운 지도자처럼 속이는 것에 국제사회와 많은 사람들이 넘어가는 거죠.”

‘이코노미스트’는 ‘자유조선’의 활동을 박상학 대표 등 한국 내 탈북 반체제 인사들이 반기고 있다며, 이들이 벌이는 대북 정보유입 활동을 자세히 소개했습니다.

이 매체는 그러나 현재로서 북한 정권에 대응한 가장 효율적인 저항은 아마도 박 대표가 살고 있는 민주적이고 번영하는 나라인 한국의 존재일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