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6년 노르웨이 수도 오슬로에서 열린 연례 국제 인권행사 ‘오슬로자유포럼’에서 정치범 수용소 출신 탈북자 정광일 씨가 연설하고 있다. 사진 출처 = 오슬로포럼 공식웹사이트. (자료사진)
지난 2016년 노르웨이 수도 오슬로에서 열린 연례 국제 인권행사 ‘오슬로자유포럼’에서 정치범 수용소 출신 탈북자 정광일 씨가 연설하고 있다. 사진 출처 = 오슬로포럼 공식웹사이트. (자료사진)

한국의 많은 탈북민 단체들이 정부의 직간접적인 지원이 줄어들면서 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일부 단체들은 미 국무부 지원에 기대를 하고 있지만, 제안서 작성 등 과정과 절차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이연철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2007년 설립된 탈북민 단체인 북한민주화위원회의 허광일 대표는 최근 심각한 자금난으로 사무실을 유지하기도 힘든 실정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허광일 대표]  “저희들의 사정을 감안해서 이름 없는 독지가들이 한 푼 두 푼 모아서, 그 전에 한 6개월씩 월세가 밀리곤 했는데, 그 분들의 도움으로 겨우 월세를 메워가고 있습니다.”

허 대표는 이전에 도움을 주겠다고 약속했던 중소기업들마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자신들을 외면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사무실 임대료라도 벌기 위해 24시간 편의점 아르바이트나 기업 회장의 비서 자리 등을 알아보고 있지만 나이가 많다며 써 주지 않는 실정이라고 말했습니다.

허 대표는 일부 탈북민 단체장들은 신용카드 불법 할인에 연루되거나 신용불량자로 전락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많은 탈북민 단체들이 직간접적인 정부 지원이 줄어들면서 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올해로 창립 20주년을 맞는 탈북자동지회는 2년 전 국정원의 지원금이 중단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 단체의 서재평 사무국장은 연간 최대 1억3천만 원, 미화로 11만4천 달러를 지원 받았었지만 2017년 12월에 중단됐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국정원 측으로부터 탈북민 단체에 대한 지원이 기관의 성격에 맞지 않아 지원을 중단한다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습니다. 

그 후 사무실 규모를 대폭 축소해 이전하고 상근직원 4명을 모두 내보냈다며, 지금은 단체의 명맥만 유지할 뿐 활동 자체를 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서재평 사무국장]  “그러다 보니까 현재는 앞이 안 보이고 이 상태로 가면 내년이면 사무실 문을 닫아버릴 수도 있고 그래요.”

서 국장은 탈북민들에 대한 정부의 태도와 인식이 너무 치졸하다고 말했습니다.

북한군 출신 탈북자 단체인 북한인민해방전선의 최정훈 대표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후 군 부대 강연이나 국방부가 발주하던 북한 군 관련 연구사업이 모두 중단되면서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최정훈 대표]  “국방부에서 북한군 실태에 대해서 1년에 한 번 논문이나 책을 만들어냈어요. 그래서 거기서 발주를 받으면 책을 쓰고 거기서 나오는 비용을 가지고 사무실 임대료를 내고 활동을 하고 했었는데, 그것 자체를 안 하잖아요, 국방부에서도”

이에 따라 북한 주민들의 의식 변화를 위한 정보 제공 활동 등을 대폭 축소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신의 경우 월 120만 원, 미화 1천55달러인 사무실 임대료를 충당하기 위해 저녁 6시부터 새벽 2시까지 대리운전을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경상남도 김해시에 있는 자유와 인권을 위한 탈북민연대의 김태희 대표는 그 동안 자신의 주요 활동이었던 국가보훈처 안보 강사와 민방위 안보 강사 자리가 모두 사라져 타격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따라 상근 직원을 내보내고 겨우 사무실만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 대표는 사회적 기업을 만들거나 수익 활동을 통해 활로를 모색하기에는 한국 경제 상황이 너무 좋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태희 대표] “있는 기업들도 문을 닫고 있는 상황에서 저희가 자금을 들여 가지고 과연 수익성 있는 것을 해야 되겠냐…...” 

김 대표는 지금으로서는 생존을 유지하는 것만도 대단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자유북한방송의 김성민 대표는 한국 정부의 탈북민 단체 지원이 주로 기획 공모 방식을 통한 간접적인 지원이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총리실과 산하의 거의 모든 부처에서 하던 북한 인권 관련 공모들을 거의 모두 사라졌고, 기업이나 독지가들로부터 후원을 받기도 어려운 환경이 됐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따라 어떤 단체들은 사무실을 폐쇄했고, 어떤 단체들은 사무실 운영비 마련을 위해 단체장이 막노동에 뛰어들기도 했다고 말했습니다.

김 대표는 다행히 자유북한방송은 지난해 7월에 미 국무부로부터 지원을 받기로 결정이 됐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활동에 지장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의 탈북민 단체들이 국무부의 기획 공모에 지원해 좋은 결과를 얻는 일이 아주 중요해졌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성민 대표] “수전 숄티 여사가 이번에 탈북민 단체들에게 거의 공개적인 주문을 했죠. 국무부에서 새로운 기획안을 발표했으니까 단체들이 기획 공모를 해서 국무부에서 오더를 따는 것이 상당히 중요하다라고 하고 있어요.”

미 국무부 민주주의·인권·노동국은 지난달 20일, 북한의 인권과 책임 추궁, 정보 접근을 위해 활동하는 국내외 단체와 기관들을 위한 기금 지원 공고를 발표했습니다.

주요 대상은 대북 정보 유입과 내부 정보 유출, 그리고 북한 내 정보 유통을 촉진하는 사업과 북한의 인권 유린을 기록하고 이에 대한 국제적 인식을 제고하는 사업입니다.

지원 금액은 총 600만 달러로, 마감시한은 5월 17일입니다. 

노체인의 정광일 대표는 이제는 탈북민 단체들이 국무부 지원금에 기대를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신도 그 일 때문에 이번에 워싱턴을 방문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국무부 지원금을 받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얼마나 많은 단체들이 받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정광일 대표] “일단 탈북자들이 영어를 못하니까 제안서를 잘 쓸 수 없고, 여러 가지 복잡한 문제들이 많아요. 던스넘버라든가...” 

북한인민해방전선의 최정훈 대표는 국무부로부터 활동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제안서 작성 능력이 크게 부족하기 때문에 국무부의 지원 대상으로 선정될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이연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