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간 탈북자들은 통일부가 운영하는 하나원에서 정착에 필요한 교육을 받는다. (자료사진)
한국에 입국한 탈북민들은 통일부 소속 하나원에서 사회 정착에 필요한 교육을 받는다. (자료사진)

많은 탈북민들이 자신을 북한 정권의 피해자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인권 유린 가해자들에 대한 재판과 관련해서는 한국 내에 국제재판소가 설치되는 방식을 선호했습니다. 국제 인권 단체의 설문조사 결과를 이연철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탈북민들은 북한의 인권 유린에 대한 책임을 추궁할 수 있는 기회가 올 경우, 가장 중요한 조치로 가해자들에 대한 형사 소추와 처벌을 꼽고 있다고, 국제 인권단체인 ‘전환기정의워킹그룹’이 밝혔습니다.

남북한과 미국 등 5개국 출신 인권운동가들로 구성된 이 단체는 25일 발표한 ‘풀뿌리 전환기 정의를 위한 탐색: 북한 인권침해 책임 추궁에 관한 탈북민들의 견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이같이 말했습니다.

보고서는 4년 동안의 한국에 거주하는 탈북민 중 451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와 탈북민 10명에 대한 심층인터뷰 결과를 바탕으로 작성됐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가해자들에게 어떻게 하기를 바라느냐는 복수 응답이 가능한 질문에, 가장 많은 320명이 형사재판을 꼽았습니다.

이어 ‘잘못을 고백해야 함’이 251명, ‘용서를 구해야 함’이 204명으로 뒤를 이었습니다.

인권 침해 가해자들에 대한 처벌에 대한 지지도 매우 높았습니다.

응답자 318명 가운데 처벌이 매우 중요하다고 응답한 사람이 241명, 중요하다고 응답한 사람이 72명 등으로, 전체의 98.4%인 313명이 처벌을 원했습니다.

반면, 처벌이 중요하지 않다는 응답자는 5명에 불과했습니다.

북한 인권 침해 가해자들에 대한 재판과 관련해서는 한국에 설치된 국제재판소, 즉 외국인 재판관으로 구성된 한국 내 국제재판소 방식을 선호하는 탈북민이 가장 많았습니다.

416명의 응답자 가운데 약 절반(45.9%)인 191명이 한국 내 국제재판소를 선택했고, 26.2%인 109명이 한국재판소를 꼽았습니다.

이밖에 59명이 외국에 있는 국제재판소, 57명이 한국인 재판관과 외국인 재판관이 함께 일하는 한국 내 혼합재판소를 꼽았습니다.

보고서는 심층인터뷰에서는 기소 규모나 범위를 제한해야 할 지 여부에 대한 질문이 제기됐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심층인터뷰 참가자 중 다수는 북한 당국의 하급자들이 종종 본인들의 의지가 아닌 상부의 명령 때문에 인권침해를 자행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따라서 이들은 가장 책임 있는 혐의자들만 기소하는 것을 실현 가능한 방안으로 꼽았다고 덧붙였습니다.

보고서는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보고서 발간 이후 학계와 시민사회에서 전환기 정의에 관심을 둔 논의가 활발해지는 것에 비해 피해 생존자들의 관점은 대체로 간과되어 왔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번 설문조사와 심층인터뷰를 통해, 탈북민들이 피해를 어떻게 인식하고, 여러 유형의 전환기 정의 메커니즘 가운데 어떤 것들이 북한 주민 전체 차원은 물론 개인적 차원에서도 이로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지 살필 수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VOA 뉴스 이연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