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브로드웨이에서 한국 남자 주인공 ‘국민성’과 탈북자 여자 주인공 '유난희'이 공연을 펼치고 있다. 사진제공=Joan Marcus, The public Theater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한국 남자 주인공 ‘국민성’과 탈북자 여자 주인공 '유난희'이 공연을 펼치고 있다. 사진제공=Joan Marcus, The public Theater

매주 금요일 북한 관련 화제성 소식을 전해 드리는 `뉴스 풍경' 입니다. 미국 내 한인 여류작가의 작품이 미국 브로드웨이 무대에 올랐습니다. 한국 남성과 탈북 여성의 사랑이야기인데요, 장양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라디오
[뉴스풍경 오디오] 남남북녀의 사랑 이야기 ‘기러기의 꿈’ 미국 브로드웨이 공연

[녹취:모노로그] “Once upon a time there was an angel, she lived in heaven with  all the..”

“옛날 아주 먼 옛날에 천상에 사는 한 천사가 지상으로 내려가기로 결심하고 몰래 줄을 타고 내려왔습니다…”

무대위에선 연사가 익살스럽게 각색된 한국의 전래동화 ‘선녀와 나뭇꾼’을 잠자리에 드는 아이들에게 들려주듯 이야기합니다. 

“천사가 날개 옷을 벗어놓고 지상의 즐거움을 누릴 때, 그 모습을 엿보던 나뭇꾼은 아름다운 천사의 날개옷을 숨겼고, 배고픔과 추위에 지치고 화가난 천사는 나뭇꾼을 따라가 그들은 부부가 됩니다. 자녀도 낳고 아이들이 대학을 다니던 행복했던 어느날 우연히 날개옷을 발견한 천사는 소리쳐 부르는 남편을 뒤로하고 하늘 높이 올라가 버렸습니다.” 

연사는 만약에 당신이 천사라면 어떤 선택을 하겠냐며, ‘가족’과 ‘날아가는 것’ 중 날아가는 것을 택하라고 이야기합니다. 

첫 장면으로 들려진 유머스런 이야기가 연극의 복선임을 관객들이 깨달을 시간도 없이, 환하게 밝혀진 무대는 붉은 벽으로 둘러쌓였습니다. 

한국임을 알 수 있는 갖가지 단어와 이미지들. 무대 위는 서울도심인 반면, 객석을 둘러싼 벽은 한국의 전통가옥을 떠올릴 문양뿐 아니라 북한 지도자들의 모습도 보입니다.

이미지들로 꾸며진 무대와 객석과 극장 내 모든 벽은 관객들을 360도 휘감고 있으며 심리적, 정서적인 공간이 됩니다.

무대에 등장하는 6인의 합창단은 ‘삭제’, ‘좋아요’, ‘보냄’ 등의 짧은 단어로 주인공의 온라인 활동을 알려 주기도 하고, 노래와 춤으로 주인공의 환경과 상황을 설명하는 역할을 담당합니다.

연극 ‘Wild Goose Dreams-기러기의 꿈’의 주인공은 한국 남성 ‘국민성’과 30대 탈북 여성 ‘유난희’ 그리고 유난희의 아버지입니다. 

남자 주인공 ‘국민성’은 이름처럼 한인 여성작가 정한솔 씨가 관찰한 한국인 남성의 공통점 즉, 감정을 참고 부인하며 헌신에 길들여진 중년 남성으로, 자녀교육을 위해 아내와 딸을 미국으로 보내고 돈을 벌어 뒷바라지 하는 ‘기러기 아빠’ 입니다. 

‘기러기의 꿈’ 여자 주인공 '유난희'가 다른 두 명의 배우들과 함께 공연하고 있다. 사진제공=Joan Marcus, The public Theater
‘기러기의 꿈’ 여자 주인공 '유난희'가 다른 두 명의 배우들과 함께 공연하고 있다. 사진제공=Joan Marcus, The public Theater

​​유난희는 자유를 찾아 탈북한 후 4년 동안 두고온 가족을 그리워하며 가족에 대한 죄책감과 그리움, 외로움 속에 살고 있습니다. 

민성은 자신을 현금카드로 취급하는 가족으로부터 상처를 받지만 불평하지 않은 채 허전함을 달래기 위해 온라인 데이팅 사이트에 가입합니다. 

여러 차례 광고를 무시하던 난희는 무료이용권으로 호기심에 가입했고 ‘광부의 딸’과 ‘기러기 아빠’ 라는 가상이름으로 만난 두 사람은 친구가 되기로 하고 만나 하룻밤을 보냈습니다. 

가족에 대한 극도의 그리움과 외로움을 갖고 사는 두 사람은 처음에는 문화차이로 어색한 시간을 보냈지만 만남을 지속하며 연인관계가 됩니다. 

그런데, 민성에게 마음을 열어준 시점부터 난희는 북에 두고온 아버지의 환영을 보기 시작합니다. 

딸 때문에 고문당하는 아버지, 자신을 비난하고 펭귄으로 나타나 날개를 돌려달라며 원망하는 아버지를 난희는 견디기 어렵습니다. 그리고는 결국 두만강을 다시 건너 북으로 돌아갑니다. 

난희가 없는 서울에서 가족에게도 외면당하는 민성은 극도의 고독함에 시달리다 ‘자살노래’를 인터넷 사이트에 올립니다. 

한국 남자 주인공 ‘국민성’이 기차를 치며 노래를 부르고 있다. 사진제공=Joan Marcus, The public Theater
한국 남자 주인공 ‘국민성’이 기차를 치며 노래를 부르고 있다. 사진제공=Joan Marcus, The public Theater

​​‘나는 죽고 싶다’ 라는 노래를 부르며 난희를 찾아보던 민성은 삶을 마감하고, 다음날 아침뉴스에는 서울 대기업에 다니던 중년 남성이 고시원에서 자살했다는 한 줄 기사가 떴습니다. 

민성을 그리워하던 난희는 아버지와 시간을 보내지만, 결국 아버지는 사랑하는 딸의 행복을 위해 딸을 떠나보내고, 난희는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마음으로 아버지를 떠납니다. 

그러나 한국에 다시 돌아온 난희는 민성이 없다는 것을 알게되지만 민성의 죽음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인데요, 영혼으로 등장한 민성에게 자신에게 영향을 준 것에 고마워하고 두 사람은 입을 맞춥니다. 

관객들은 속도감 있는 상황 전개, 유쾌하고 익살스러운 대사, 극장 전체를 무대화 하는 입체적인 연출로 1시간 45분 동안의 긴 연극이 지루하지 않게 느껴졌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비극적인 결말에 일부 관객들은 무거운 심정을 표현했습니다. 

50대 미국인 여성은 기러기 아빠가 무엇인지, 그리고 전체주의 사회에서 사는 사람들이 자유를 찾아 도망치기 위해 얼마나 힘든 시간을 보내는지 배우는 것이 슬펐고 전혀 알지 못했다고 `VOA'에 말했습니다. 

[녹취: 관객] “It was sad to learn about the goose father and about people who the live..”

다른 미국인 여성은 난희가 아버지에 대한 헌신적인 마음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두고 북한으로 돌아간다는 것이 놀라웠다고 말했습니다. 

40대 한인 여성은 작가가 비유적으로 표현한 펭귄을 언급했습니다.

[녹취: 한인 여성] “아버지가 자기 날개를 계속 달라고 했는데, 날개를 갖고 있어도 현실적으로는 날 수가 없거든요. 그래서 껍데기 뿐인 꿈?그런 걸 느껴서 마음이 아팠습니다.”

극 속 펭귄은 어디든 자유롭게 가지 못하는 존재, 고립된 존재, 그러나 가족애가 남다른 존재를 상징합니다. 

관객들은 기러기 아빠, 탈북, 북한 가족 등이 익숙하지 않은 소재이지만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헌신, 개인의 자유와 꿈에 대한 희망과 사랑 등에 대한 이야기로 이해한다는 반응이었습니다. 

무대에 섰던 배우들에게도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아버지 역할을 맡은 30여년 경력의 브로드웨이 유명 배우 프란시스 주 씨는 준비 기간 동안 어머니를 떠나보내는 아픔을 경험했다고 말했습니다. 

힘든 시간 동안 연극을 준비하면서 깨닳은 것은 가족이란 모두에게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는 사랑과 영향력을 주는 존재라는 겁니다.

[녹취: 프란시스 주] “Nanhee sees fantasy of her father ..”

난희가 결국 아버지에게 돌아가고 아버지는 딸의 진정한 자유와 행복을 위해 딸을 영영 떠나보내는 진한 가족애가 연극을 통해 보여진다는 설명입니다. 

한인 남성 배우로 주인공 민성 역을 맡았던 피터 김 씨는 민성은 무척 희망적인 사람이지만 탈북 여성처럼 강인하지 못해 자살한 거라며, 난희는 고난을 두려워하지 않고 이겨내는 영웅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피터 김]“He doesn’t know how to survive. I always think that Nahee stronger ...”

실제로 여주인공 유난희는 극 중 내내 거의 웃는 모습이 없지만, 자유와 가족 그리고 사랑을 위해 세 번이나 목숨을 건 탈출을 할 만큼 강인한 여성으로 그려집니다. 

난희 역을 맡은 타이완 출신 여배우 미셸 크루세 씨는 이번 역할이 자신에게 매우 특별하다며, 북한 여성의 삶을 공부하고 많은 자료를 검토하며 눈물의 시간이 많았다고 말했습니다. 

기러기 아빠를 탄생시킨 한인 정한솔 작가는 난희 역을 탄생시키는데 적잖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탈북자들을 만나고 각종 자료를 섭렵하는 등 북한 사람에 대해 쓰는 것이 매우 힘들었습니다. 

정 작가는 관객들이 난희라는 인물을 정신적으로 아프다고 생각하지 않기를 바랬습니다. 

올해만 두 번째 이 작품을 무대에 올린 리 실버만 감독은 이 이야기가 북한과 남한 사람만이 아닌 누구의 이야기든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극장 전체를 무대로 보고 무대와 객석 전체를 꾸민 이유도 객석의 관객 역시 무대 위의 인물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지난 한 달 간 미 동북부 뉴욕 맨하탄 내 유명극장인 퍼블릭씨어터(The Public Theater)에서 공연된 이 연극은 오는 17일까지 계속됩니다. 

한편 정한솔 작가는 이화여대에서 영문학, 필라델피아 주립대에서 뮤지컬 연출을 공부하고 예일대학 드라마 스쿨에서 극작으로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집약적이며 뛰어난 감정 묘사로 미 연극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정 씨는 지난 3월 문화예술계 지원단체인 화이팅 재단(Whiting Foundation)으로부터 미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작가로 선정됐습니다. 

화이팅 재단은 매년 소설과 극작, 시 등 각 문학 장르에서 뛰어난 재능을 보이며 주목받은 작가를 선정해 5만 달러의 상금을 주고 있습니다. 

VOA 뉴스 장양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