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방문한 탈북 여성들이 지난 달 30일 미국 워싱턴에 위치한 조지타운 대학교에서 열린 강의  중 질문을 받고 있다.
미국을 방문한 탈북 여성들이 지난 달 30일 미국 워싱턴에 위치한 조지타운 대학교에서 열린 강의 중 질문을 받고 있다.

매주 금요일 북한 관련 화제성 뉴스를 전해 드리는 ‘뉴스 풍경’입니다. 올해는 한국 내 탈북자들의 미국 방문이 이례적으로 많은 한 해였습니다. 한국 내 탈북자들의 정착을 지원하는 민간단체도 최근 탈북 대학생들에게 미국사회를 경험하게 할 목적으로 방문을 마치고 돌아갔습니다. 장양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라디오
[뉴스풍경 오디오] 한국 탈북민단체, 미국 대학 강연 행사

어릴 적부터 미국에 대한 세뇌교육을 받으며 미국에 대한 편견을 갖고 자랐다는 20대 탈북민 임주현 양. 

[녹취: 임주현] “무의식 속에 미국에 대한 약간의 편견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른바 미국은 개인주의가 심한 나라여서 그 나라에 사는 사람들 역시 자신들의 이익에만 충실할 거야라는 생각들입니다. 미국은 나의 원수이자 놈으로 생각하던…”

이런 생각은 2015년 한국에 입국한 뒤 달라졌지만 미국에 직접 와보기 전까지는 실감하는 데 한계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비록 짧은 기간이었지만 약 2주 남짓 진행된 미국 방문은 주현 씨의 생각에 적잖은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녹취: 임주현] “어디든 나서 자란 환경에 따라 문화와 가치관이 서로 다를 뿐이지 사람들이 지니고 있는 마음적인 부분에서는 민족이나, 나라를 떠나서 인간생명에 대한 연민을 가지고 있음을 다시 한 번 알아가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꿈에 대한 생각도 달라졌습니다. 

북한에서 살았고, 한국 국적자로서 정체성과 자존감에 대한 혼란을 경험했었지만 지금은 조금 다르다는 말입니다. 

[녹취: 임주현] ”오히려 이번 경험을 통해 제가 가진 신분 정체성에 대한 확신을 하는 계기가 되었고 이를 통해 오히려 내가 가진 정체성이 나의 삶에 장점이 되고 그래서 향후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이 사회에 어떤 기여를 하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라는 질문을 안고 돌아왔습니다.”

탈북민이라는 이유로 자신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주목하는 미국인 학생들의 진정어린 태도를 통해 갖게 된 생각입니다. 

임주현 씨는 귀국 후 탈북민으로서 자신의 역할을 찾는 진지한 고민을 시작했습니다. 

북한에서 드라마를 통해 한국의 경제적인 풍요로움, 무엇보다 여행의 자유에 대해 동경했던 30대 여성 최유미 씨는 이번 방문이 그런 의미에서도 중요한 경험이었습니다. 

한국에서 처음 여권이란 것을 받고 어디든 갈 수 있을 거란 설레임과 기대가 있었지만 정작 갈 수 있는 상황은 오지 않았고, 그런 자신에게 해외여행은 탈북자만이 느끼는 특별함이라는 겁니다.

유미 씨는 미국에서의 경험을 계기로 영어를 배우고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자신의 꿈을 이뤄가고 싶은 마음입니다.

탈북민들의 역량 강화를 통해 북한을 변화시킨다는 목표 아래 지난 2013년 설립된 한국 내 민간단체 ‘우리하나’가 미국 방문을 마치고 돌아간 건 지난 15일 입니다. 

존스홉킨스 대학 한국학과 교수들과 학생들과의 만남을 시작으로 마지막 목적지였던 동북부 매사츄세츠 주 보스턴대학교까지, 매 강연마다 수 십 명의 학생들과 소통하며 의미있는 추억을 만들었습니다. 

우리하나의 공식 페이스북에는 마지막 강연에 대한 짧은 소감이 올라있습니다. 

“보스턴대학교에서 진행한 강연을 듣기 위해 150명이 넘는 학생, 교수, 연구원들이 참석했습니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 북한의 현실과 인권에 대해 강연한 우리하나 학생들과 참석자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라는 내용입니다.

‘북한의 내부: 탈북자들의 이야기’라는 주제를 가지고 이 단체가 달려간 곳은 미국 동부와 북부에 위치한 7개 대학교입니다. 

존스홉킨스 국제관계대학원, 조지타운대학, 조지워싱턴대학, 콜럼비아대학, 브라운대학, 보스턴대학, 웰즐리대학입니다. 

대학교들을 돌며 다양하고 많은 학생들과 교수진, 연구원들과 소통의 시간을 가진 탈북민 학생들은 3번 째로 방문했던 조지타운 대학에서도 열띤 강연과 토론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탈북민 학생들은 자신의 경험을 통해 북한의 내부 상황에 대해 증언했고, 그것이 바로 탈북한 이유가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최유미 씨는 자신이 탈북하게 된 배경에는 북한 정권의 열악한 경제정책이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최유미] ”북한이 충격적인 화폐개혁 사건이 있습니다. 2009년 이었습니다. 2000년 초반부터 북한사회가 시장화됐습니다. 94년에 김일성이 죽는 해였는데, 그 전에는 국가에서 배급을 했는데, 그 이후로 재해와 제재로 살기 어려워졌습니다. 그리고 시장화가 시작됩니다. 시장화가 활성화되고 국가를 믿기보다는 시장에서 장사하게 되니까, 정부도 대책을 세워야 했고, 그래서 화폐개혁을 하는데, 얼마있든 무시하고 구화폐 50만원에 새화폐 500원을 다 나눠줬다.”

이 일로 북한 주민들은 정권을 믿지 못하게 됐고 자신도 북한에서 미래를 계획할 수 없어 위험을 무릅쓰고 탈출했다는 설명입니다. 

이날 참석한 학생들은 학생들에게 대양한 질문을 던졌습니다. 

아시안게임 당시 이뤄진 남북한 단일팀에 대한 탈북민들의 생각을 묻기도 했는데요, 이에 대해 궁극적으로 갈등보다는 이해와 화합이 중요한 만큼 단일팀은 긍정적이라는 생각을 말했습니다. 

조지타운대 학생인 야스민 씨는 학생들의 강연 내용 가운데 자살할 각오로 탈북을 결심하고 실행에 옮긴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라며, 매우 인상적이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야스민] “I was worried about the difficulties that defectors have to face leaving North Korea but I guess it was really inspiring hearing…”

탈북민 학생들은 미국의 대학생들은 모두 발전 가능성이 크고, 탈북민에 대한 시각이 동정심이 아니라는 점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습니다. 

학생들은 7개 대학 가운데 콜럼비아대학과 웰즐리대학이 가장 인상이 깊었다고 말했습니다. 

웰즐리대학에서는 미국인 청년 여성들의 힘을 느낄 수 있었고, 콜럼비아대학에서는 법학과 학생들의 질문으로 많은 생각의 기회를 가졌습니다. 

콜럼비아대 법학과 학생들은 탈북민 학생들에게 북한과 한국의 법률 제도의 차이점, 대북 제재의 역할, 북한 사람이 인권을 이해하고 있는지 여부, 언론의 자유 등에 대해 물었습니다. 

이 대학 법대 학생들의 모임인 The Society for Korean Legal Studies(SKLS)측은, 탈북자 초정 행사는 이번이 처음이라며 뉴스 속의 북한과 탈북자 증언으로 듣는 북한에 대한 정보 제공이 목적이었다고 밝혔습니다. 

이 모임의 사라 대표는 탈북민들의 방문이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설명했습니다. 

탈북자들이 국제사회를 경험하는 것 자체가 세상을 보는 시각을 넓히고 북한의 선전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갖게 한다는 점, 그리고 외국인들과 탈북자들과의 만남을 통해 핵무기 논의에 가려진 북한 주민의 인권이 드러나야 하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사라 대표는 그런 의미에서 한국 내 탈북자들의 미국과 해외 방문을 환영하며, 앞으로 더 많은 탈북자들의 방문을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VOA 뉴스 장양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