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서울에서 수험생이 수능 시험장에 들어가고 있는 가운데, 후배 학생들이 시험장 앞에서 응원구호를 외치고 있다.
15일 서울에서 수험생이 수능 시험장에 들어가고 있는 가운데, 후배 학생들이 시험장 앞에서 응원구호를 외치고 있다.

한국의 대학수학능력시험, 수능 시험일에는 다른 나라에서 보기 힘든 독특한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대통령에서부터 유명 연예인들의 수험생 응원, 교통통제와 출근시간 조정은 물론 비행기 이착륙까지 통제하는데요. 북한과 한국에서 대학입학시험을 치른 한 탈북민은 한국이 평등과 학벌 등에 매우 민감한 사회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김영권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녹취: BTS] “바로 그 때가 돌아왔습니다. 바로 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미국의 전 세계 인기 음악 순위표인 빌보드 200 차트에서 두 차례 1위를 차지한 한국의 세계적인 수퍼스타 방탄소년단(BTS)이 수능시험을 치르는 수험생들에게 동영상 응원 메시지를 보냅니다.

[녹취: BTS] “방탄소년단이 여러분의 승운을 응원합니다. 하나 둘 셋 화이팅~”

해외순방 중인 문재인 대통령도 인터넷 사회관계망 서비스(SNS)를 통해 수험생과 부모 모두 애쓰고 고생 많았다며 격려의 메시지를 보냅니다.

[문재인 대통령] “치열하게 보낸 시간들이 여러분과 함께 있습니다. 그 시간을 믿으면 여러분이 가진 실력을 그대로 보여줄 수 있을 것입니다…저는 지금 싱가포르에 있지만, 안전하게 수능을 치를 수 있도록 잘 점검하겠습니다. 수험생 여러분, 응원합니다. 화이팅!”

한국의 86개 시험지구, 1천 190개 시험장에서 15일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일제히 치러졌습니다. 이날 수능 응시생은 모두 59만 4천여 명. 

한국의 수능 시험일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보기 힘든 아주 독특한 문화가 있습니다. 

우선 수험생의 이동을 돕기 위해 전국적으로 특급작전이 펼쳐집니다. 서울의 경우 지하철 집중배차 시간은 오전 6~10시로 두 배를 늘리고 버스는 최소 배차 간격 운행, 택시는 정오까지 부제를 없애고 1만 6천 대를 추가로 투입했습니다. 

공공기관은 물론 은행과 주식, 외환 시장도 출근길 혼잡으로 수험생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을 막기 위해 출근시간을 10 시로 늦췄습니다.

서울에만 수험생 비상수송 차량 790대가 투입됐고, 경찰이 시험장 주변 지하철 역마다 배치돼 지각 수험생들의 이동을 도왔습니다.

영어 듣기평가가 실시된 오후 25분 동안은 소음을 막기 위해 항공기 이착륙과 군의 포 사격 훈련이 모두 중단됐습니다. 

언론들은 전날부터 수험생들이 시험장에 가져가야 할 것과 가져가면 안 되는 것들을 반복해서 보도합니다.

[녹취: 한국 매체들] “휴대전화를 비롯해 스마트 기기 등 일체의 전자기기는 시험장에 가져갈 수 없고 시계는 아날로그만 가능합니다.”

이렇게 철저하게 소지품을 통제하는 이유는 부정행위를 방지하기 위해섭니다.

한국 국회 교육위원회에 따르면 최근 5년 동안 수능 부정행위로 적발된 건수가 1천 24건, 매년 평균 205명이 부정행위로 적발돼 수능 무효 처리가 됐기 때문입니다. 

수험생들을 위한 후배 학생들의 응원도 고정 행사로 자리잡았습니다.

[녹취: 후배 학생들의 응원 소리] 

수능 시험일 전후로 교육뿐 아니라 음식·심리 등 여러 분야 전문가들이 나서서 수험생의 컨디션 조절, 올바른 위로법 등을 강조하는 것도 이색적인 풍경입니다.

[녹취: 유튜브 방송 전문가] “정말 중요한 전략이 시간과 심리를 잡는 거예요. 사실 시간만 잘 잡아도 등급이 최소한 1개, 두 개까지 오를 수 있다는 겁니다.”

쉬는 시간에 정답을 맞춰보면 결과에 따라 심리불안이 올 수 있기 때문에 자제하라. 시험일 아침과 점심 시간에 기름진 음식을 먹으면 장에 부담이 되니 피하라 등 전문가들의 조언이 쏟아집니다.

한 업체는 수능 시험일에 듣지 말아야 할 금지곡 목록까지 발표했습니다.

[녹취: SES 프로덕션] “엄청난 중독성을 갖고 있습니다. 실제로 세어 보니까 반복 리듬이 103번이나 됩니다.”

중독성이 강해 멜로디가 계속 두뇌에서 반복되면 수험생의 집중력을 흩트릴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그런가 하면 수능 시험을 활용해 반짝 수익을 올리려는 상술도 빠르게 퍼지고 있습니다.

한 언론매체는 기존의 유통업계뿐 아니라 유명 대학들까지 나서면서 수험생 선물 시장이 1조원, 미화로 8억 8천 500만 달러에 달한다고 추산했습니다. .

보도에 따르면 서울대 등 유명 대학들은 ‘수능 시즌 상품 기획전’을 열어 수험생 두뇌에 좋다는 약콩두유, 초콜릿, 고대빵 등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또 명문대 도서관의 의자와 같은 상품이 인기를 끌고 학교 디지털 공간의 소음을 담은 이른바 ‘명문대 소음 동영상’ 등도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합격을 기원하는 선물 시장도 과거 엿과 찹쌀떡에서 진화해 ‘으랏차차 불낙덮밥’, 감을 잘 잡으라는 의미의 단감 행사 등 마케팅이 다양화되고 있습니다.

또 새벽부터 온종일 서서 감독해야 하는 7만 5천여 명의 시험감독관의 고충 등 인권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런 수능 시험일의 떠들썩한 모습은 공정성과 학벌, 교육열을 중시하는 한국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서울 신광여자고등학교의 이원광 교장입니다.

[녹취: 이원광 교장] “일단은 (인정받는) 대학 숫자는 적고 아이들은 많고 그러다 보니 공정한 시험, 대학을 나와야만 뭐가 된다는 그런 게 영향을 많이 주죠. 또 고등학교 교육 자체가 처음부터 입학부터 대학이거든요. 대학을 좋은 곳에 가기 위해 학교 선택도 일반, 자사고도 그렇지만, 어느 학교를 가야 대학을 잘 보내냐, 서울대 몇 명 보냈다 뭐 다 그런 게 영향을 많이 미치죠.”

게다가 “고등학교에 가자마자 내신 관리를 모두 대학과 연관시키고. 부모님과 교사도 아이들 특성이나 개성을 존중해 지도하는 게 아니라 그걸 이용해서 어떻게 대학에 갈 것인가에 집중하고 있어 변화가 힘들다”는 지적입니다.

북한의 정준택원산경제대학을 졸업한 뒤 탈북해 한국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김영희 KDB 산업은행 통일사업부 북한경제팀장은 수능 시험은 학벌주의의 산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영희 팀장] “여기 한국은 학벌주의라서 그래요. 학벌주의! 수능을 잘 봐야 좋은 대학 가잖아요. 그러니까 그렇게 응원하고 그러는 거 보면 글쎄요. 자기 꿈을 이룬다는 것과 별개인 것 같아요. 꿈이라는 게 꼭 공부 잘해서 꾸는 게 아니잖아요. 아직까지도 한국은 공부만 잘해 좋은 대학에 가야 취업이 잘 되는구나.”

김 팀장은 남북한이 장단점이 있다며, 북한은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만 선출해 대략 10%만 대학에 입학해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형태라 단순비교가 힘들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영희 팀장] “북한도 교육열은 있는데 공부를 잘해서 신분을 좀 바꿔보자는 거죠. 돈을 많이 벌고 좋은 회사에 들어가는 것보다도 내 신분을 좀 바꿔 보자는 거죠. 농민과 노동자가 간부가 좀 돼보자 이런 거죠.”

하지만 한국에서는 취업할 때나 직장에서 학벌부터 물어봐 당황스러울 때가 많다는 겁니다. 

북한에서 대학을 다녔고 다시 한국에서 수능 시험을 치르고 대학을 졸업한 B 씨는 남북한의 대입 시험 차이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녹취: B 씨] “(북한은) 넉넉한 시간에 규모가 적고 어려운 문제를 푸는 시험이라면, 남한에서는 짧은 시간 동안 연습을 통해 어느 정도 점수를 올릴 수 있는 시험인 것 같다 이런 생각이 듭니다.”

B 씨는 사회 자체가 평균, 균등에 대해 상당히 민감해 보인다며, 누구나 열심히 하면 점수를 올려 좋은 학교에 갈 수 있다는 시스템을 위해 시험을 어렵지 않게 내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신광여고의 이 교장도 학생들이 공정에 너무 민감해 자칫 배려에 약해질 수 있는 우려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원광 교장] “불공정하게 내가 대접을 받았다든지 차별을 받았다고 생각하면 요즘 아이들은 절대 참지 않습니다. 내 권리가 침해당하는 것 자체가 용납이 안 되죠. 똑같이 밥 한 톨 먹으면 똑같이 먹어야 한다는 생각이죠.”

15일 수능시험이 끝나자 언론들은 바로 과목별 난이도를 분석하며 주요 대학에 들어갈 수 있는 점수를 예상하고 있고, 백화점과 의류, 화장품 업계, PC 방들은 수험표를 갖고 오는 학생들에게 할인을 한다는 대대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