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8년 6월 폐쇄된 서울의 북한인권재단 사무실. 이후 아직까지도 재단의 정식 출범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폐쇄된 서울 마포구 소재 북한인권재단 사무실.

한국 국회가 통과시킨 북한인권재단이 2년 넘게 출범하지 못하면서 결국 사무실이 폐쇄됐습니다. 탈북단체들은 최근 남북한과 미-북 간 화해 분위기 속에 소외감이 커지고, 동력도 잃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함지하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북한인권재단 사무소가 위치했던 서울 마포구의 한 빌딩.

18일 'VOA'가 찾은 이 곳은 한 때 재단이 사용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간판만 그대로 남아 있을 뿐 유리문 안쪽으로 보이는 사무실은 텅 비어있었습니다.

최근 한국 통일부가 북한인권재단 사무실 폐쇄를 결정했기 때문입니다.

재단에 사무실을 임대한 건물 관계자는 이날 'VOA'에 “(통일부가) 집기를 모두 빼간 상태”라며, “원상복구 작업만 남겨 놓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인권재단은 지난 2016년 3월 한국 국회가 통과시킨 북한인권법에 의해 설립된 법정재단입니다. 그러나 국회가 이사진 구성 문제를 놓고 여야 갈등을 겪으면서 2년 넘게 출범이 지연됐고, 결국 사무실 폐쇄로 이어졌습니다.

백태현 한국 통일부 대변인.
백태현 한국 통일부 대변인.

​​이런 가운데 통일부는 사무실 임대료 등 유지 비용으로만 약 20억원이 들었다며 더 이상의 예산 낭비를 막기 위해 이번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습니다.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입니다.

[녹취: 백태현 대변인] “그 사무실 철수와 관련해서는 그게 출범이 안 돼서 재정적 소실이 불가피한 상황이고 해서 그래서 사무실 임대 종료를 추진하겠다는 것이고요. 재단을 위한 노력들은 이미 여러 번 저희가 말씀을 드렸습니다. 국회에 협의 공문을 보내서 국회 협조가 있어야 인권재단 이사진이 구성이 되고 그래야 출범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그런 부분들에 있어서 저희가 관련된 노력들을 지속하겠다, 그런 상황입니다.”

백 대변인의 설명처럼 현재 가장 큰 걸림돌은 국회입니다.

재단이 출범하기 위해선 통일부가 2명, 여당과 야당이 각각 5명씩을 추천해야 합니다. 이미 통일부는 추천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지만, 지난해 정권이 바뀌고, 야당이 여러 교섭단체로 나뉘는 등의 문제를 겪으면서 국회 차원의 합의에 이르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리고 있습니다.

백 대변인은 “재단의 조속한 출범을 위해서 노력한다는 기본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며 이사진 구성만 완료되면 사무실 문을 열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인권단체들과 관계 기관들은 갑작스러운 사무실 폐쇄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비록 사무실 폐쇄의 주 원인이 정치권의 타협 실패 때문이라고 하지만, 최근 조성된 남북 화해 분위기 속에서 북한인권 문제에 소극적인 정부 차원의 움직임과 무관치 않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탈북자들의 대북방송인 `자유북한방송' 김성민 대표입니다.

[녹취: 김성민 대표] “중요한 건 탈북자들이 북한인권이라든가 민주화 운동을 한 게 대한민국 정부를 발판으로 해서 북한의 민주화를 이루려고 하는 게 탈북자들의 공통된 지향이에요. 그런데 대한민국 정부가 민주주의, 통일을 향한 발판을 만들기는 커녕 잘못된 대북 관계에 올인을 하고 있단 말이에요.”

국회인권포럼 대표를 맡고 있는 홍일표 의원이 18일 'VOA'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국회인권포럼 대표를 맡고 있는 홍일표 의원이 18일 'VOA'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국회인권포럼 대표를 맡고 있는 홍일표 한국 국회의원은 이날 'VOA'와 만난 자리에서 사무실 폐쇄에 대한 책임을 통감했습니다. 그러나 이 시점에 정부가 나서서 폐쇄하는 건 과도한 결정이었다고 반발했습니다.

[녹취: 홍일표 의원] “일단 정치권에 책임이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정부가 정치권이 합의만 되면 언제든지 출범이 되도록 더욱 독려하고 촉구하고 만발의 준비를 갖추고 있어야 되는데 그런 게 없이 오히려 재단 사무실 문을 닫겠다고 하니까 이런 조치들이 갖는 상징성이라든가, 또 여러 단체들은 실망이 클 수밖에 없다...”

홍 의원은 남과 북이 대화하고, 미국과 북한 정상이 만나면서 더 이상 북한인권 문제가 부각되지 않고 있지만, 한국인 6명이 북한에 억류돼 있고 6.25전쟁 이후 민간인 납북자와 국군 포로 등 해결되지 않은 인권 문제가 많다는 사실을 상기시켰습니다.

따라서 관련 노력에 대한 의지가 후퇴하지 않았고, 북한 눈치를 보는 게 아니라는 신호를 주기 위해서라도 정부 차원에서의 더 많은 노력이 기울여져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한편 국내외에서 활동하는 탈북자 단체들은 최근 들어 소외감이 커지고, 활동의 동력을 잃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남북은 물론 미국과 북한 정상 간 대화가 이뤄지고, 이 과정에서 북한인권 문제가 전혀 다뤄지지 않으면서 활동의 폭이 크게 줄어들었다는 겁니다.

김성민 대표도 최근 분위기에서 북한인권 운동을 하는 게 매우 힘들어졌다면서 “(국가 지도자들에게) 김정은 정권이 타협과 협력의 대상일지 모르지만 탈북자들에겐 여전히 독재자”라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김성민 대표] “탈북단체들이 바라봤을 때는 막막하고 답답하죠. 아주 막막하고 답답해요. 미국 트럼프 행정부도 이런 상황으로 간다고 보니까 더 답답하고 막막하죠.”

이런 가운데 북한인권 단체 '나우(NAUH)'는 “6월 들어 많은 이슈가 있었지만 북한 주민들의 삶은 아직도 나아지거나 개선된 점이 없다는 것이 안타깝다”며, 오는 23일 서울역광장에서 북한 주민들의 인권 개선을 위한 길거리 캠페인을 실시한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