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유엔 안보리에서 북한의 인권 범죄를 규탄하는 결의안을 표결로 채택했다. (자료사진)
지난 2015년 12월 유엔 안보리에서 북한 인권 유린을 규탄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자료사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변화 의지를 확인하기 위해 남북·미북 정상회담에서 반드시 인권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COI)도 최종보고서에서 북한 인권 개선의 1순위로 근본적인 정치적·제도적 개혁이 필요하다고 권고했었습니다. 남북·미북 정상회담을 맞아 점검해 드리고 있는 북한 인권 의제들. 오늘은 두 번째, 마지막 순서로 유엔의 권고들을 중심으로 어떤 사안이 먼저 다뤄져야 하는지를 살펴보겠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COI)가 “현대 사회의 어떤 국가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들다”고 지적한 북한의 인권 상황.

이런 열악한 북한인들의 인권 상황에 우려를 나타내는 사람들은 비단 인권단체 관계자나 탈북민들뿐이 아닙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 보좌관을 지낸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는 11일 하원 청문회에서 북한의 인권 침해를 미북 정상회담 의제로 포함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빅터 차 석좌] “For the United States, this must include human rights abuses in North Korea. The addressing of the human rights abuses will be important metric of North Korea’s true intention to reform and join the community of nations.”

인권 침해는 북한 정권의 개혁과 국제사회 편입에 대한 진정한 의도를 시험할 수 있는 중요한 잣대가 될 것이라는 겁니다.

차 석좌는 이날 서면 보고서에서 북한 정부가 주민들을 함부로 대하는 것을 제기하지 않고서는 보다 폭넓은 정치적 합의를 기대하기 힘들다며 인권을 정상회담 의제로 삼아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미 터프츠대학의 이성윤 교수도 이날 청문회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에게 “당신의 끔찍한 정치범수용소(관리소)를 해체하라”고 말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이성윤 교수] “Mr. Kim, tear down the walls of your horrific gulags. That may mark at least a powerful symbolic moment in the US-North Korea relations…”

북한의 비핵화가 단기적으로 가능하지 않더라도 이런 진실한 발언은 미-북 관계 역사에 적어도 강력한 상징적 순간으로 남을 수 있다는 겁니다. 

여러 전문가는 핵과 인권 모두 정치적 결단과 맞물려있기 때문에 정상회담 테이블에 함께 올라가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COI)도 이 때문에 최종보고서(2014)에서 북한 정권에 제시한 19개 개선 권고안 가운데 가장 먼저 근본적인 정치 제도의 개혁을 촉구했습니다.

북한 대학에서 주체사상을 가르쳤던 현인애 한국 통일연구원 객원연구위원은 12일 ‘VOA’에 북한 정권이 인권을 국가의 자주권과 결부시켜 주민을 세뇌하는 근본적인 문제를 유엔이 지적한 것으로 풀이했습니다. 

[녹취: 현인애 위원] “우리의 자주권을 지켜야 하는데 지금 미국이 그렇게 (압박)하고 있기 때문에 배고 고프고 어려워도 참고 견뎌야 한다 이런 가장 보편화된 논리가 주민들 속에 통용되고 있는 겁니다”

실제로 평양출판사가 지난해 펴낸 책 ‘인권을 말하다’를 보면 인권을 인간의 자주적 권리라고 정의하면서도 이를 “정치 생활에서의 자주권”, “국가 주권”, “정치 활동 참가”의 범주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한국 통일부도 홈페이지에서 북한의 인권 대응은 수령-당-대중이 일심 단결된 ‘우리식 사회주의’, 국가 주권이 인권에 우선해야 인권도 보장할 수 있다는 국가 주권 원칙에 따른 배타성을 강조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북한인들의 심리를 오랫동안 연구해온 전우택 한국 연세대 의대 정신과 교수는 과거 강연에서 북한 정권이 이를 위해 “공적인 가치와 명분’을 계속 주민들에게 강조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녹취: 전우택 교수] “공적인 가치와 명분이 가장 중요한 겁니다. 자본주의 체제에서는 돈이 인간을 지배한다는 거예요. 공산주의는 사람이 돈을 지배하는 사회로 바꿨다는 겁니다. 물론 그것이 얼마나 모순되고 잘못된 내용이란 걸 여러분들은 익히 아시지만, 그들은 착각하고 왜곡하고 오해하고 있는 겁니다. 어쨌든 북한 안에서는 끊임없이 그렇게 교육합니다. 우리가 지금 못사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가 옳은 길을 걷고 있는 거다. 그러다 보니 북한 정권은 끊임없이 공적인 가치와 명분을 앞세웁니다. 사회주의 조국 건설을 위해 너의 청춘을 받치는 게 옳다라고 얘기하는 거에요.”

하지만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COI)는 북한 정권이 이런 명분으로 “인류의 양심에 충격을 주는 범죄를 포함하는 정책을 수십 년간 추구해 왔다”고 지적했습니다. 따라서 “북한 정부가 자국 주민을 보호하는 데에 명백하게 실패한 만큼, 국제사회가 반인도 범죄로부터 북한의 주민을 보호할 책임이 있다”는 겁니다.

유엔은 또 북한에 주민들이 공정한 재판과 법적 절차를 보장받을 권리, 독립적인 언론 매체 설립을 허용하고 주민들이 인터넷, 국제 통신수단, 외국 방송과 출판물을 자유롭게 접하도록 허용해야 한다고 권고했습니다. 

또 인권과 기본적 자유를 북한 주민에게 교육하고 성분에 따라 차별하지 않으며, 주민들이 최소 기준의 복지를 보장받도록 국가 재정의 우선순위를 재정비해야 한다고 권고했습니다 

현인애 위원은 그러나 유엔의 권고안이 모두 필요하다면서도 북한인들의 피부에 가장 와 닿는 사안을 먼저 정상회담에서 제기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현인애 위원] “너무 많은 카드를 꺼내 들게 되면 이것도 저것도 안 됩니다. 하지만 북한 주민들한테는 오히려 정치범수용소나 이산가족 상봉보다는 가장 생활에 가까운 것은 공짜로 일을 시키는 겁니다. 직장에 나가 돈 2천 원 받고 일하는 것은 심각한 인권침해다”

북한 주민들이 제대로 임금도 받지 못한 채 직장에서 일해야 하는 상황, 즉 노동권 착취 문제가 북한 주민들에게 가장 필요하고 이해할 수 있는 사안이란 겁니다.

[녹취: 현인애 위원] “북한 주민들이 다 의무적으로 돈도 못 받고 나가서 공짜로 일하잖아요. 그것은 한마디로 징용이죠. 그런데 북한 사람들이 그걸 몰라요. 일제보다(일제 강점기) 더 심합니다. 일본은 그래도 밥이라도 먹여줬잖아요. 공짜로 일하는 것은 징용이다. 이게 북한 사람들에게 제대로 알려줘야 합니다.”

유엔 인권 관계자들의 방북 역시 북한인권결의안에 해마다 오르는 사안입니다. 

토마스 오헤아 퀸타나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은 지난달 VOA에 자신 등 유엔 관계자들의 방북, 북한에 억류된 한국인 등 외국인들의 영사 접견권 보장과 법률 절차 보장, 평양과 지방의 경제적 차별을 언급했습니다.

[녹취: 퀸타나 특별보고관] “My request to talk to them, to have conversation to seek…”

터프츠 대학의 이성윤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북한에 억류 중인 외국인 석방, 미국 내 한인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 등 실질적인 행동을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성윤 교수] “I would advise president Trump to basically call for some action release foreign detainees…”

미국 내 한인 이산가족이 북한 내 가족·친척과 자유롭게 통화하고 편지를 교환하며 상봉을 정례화하는 것을 김정은 위원장에게 요구해야 한다는 겁니다. 

한국 내 30여 개 인권단체들은 최근 집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 보고서에 기초해 한국인 억류 등 6가지 사안을 남북 정상회담에서 제기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녹취: 김태훈 변호사] “(한국인 억류자 석방) 정치범 수용소 해체 문제, 세 번째로는 강제 송환된 북한 주민들 처벌 중지, 국군포로 생사 확인과 송환, 다섯 번째가 전시 및 전우 납북자 생사 확인 및 송환, 이산가족이 자유스러운 왕래 등 여섯 가지입니다.”

하지만 인권단체들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1일 남북 정상회담 준비위원회 2차 회의에서 남북이 서로 간섭하지 말아야 한다고 한 발언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녹취: 문재인 대통령] "남북이 함께 살든 따로 살든 서로 간섭하지 않고 서로 피해 주지 않고 함께 번영하며 평화롭게 살 수 있게 만들어야 합니다.”

미 랜드연구소의 브루스 베넷 선임연구원은 이에 관해 인권에 기반에 세워진 문재인 정부가 북한의 인권 문제를 검토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매우 역설적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베넷 선임연구원] “Isn’t it ironic that a government based upon interest in human rights could decide not to consider that with regard to North Korea? That seems to me highly ironic.”

한국의 한 언론은 12일 청와대 관계자의 반응을 전하며 “(한국) 정부가 북한 인권 문제에 관해 언급하길 꺼리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