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동계올림픽에 참가한 북한 선수단이 지난 8일 선수촌 입촌 환영행사에서 취재진과 시민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평창동계올림픽에 참가한 북한 선수단이 지난 8일 선수촌 입촌 환영행사에서 취재진과 시민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평창 올림픽이 북한의 참혹한 인권 실상을 엿보는 창이 되고 있습니다. 올림픽을 시청하지 못 하는 북한 주민들, 엄격한 통제를 받는 북한 선수단과 응원단의 모습을 많은 언론이 보도하면서 북한의 참혹한 인권 문제가 역설적으로 더 조명을 받고 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중반으로 치닫고 있는 세계인의 축제 2018 평창 겨울올림픽. 

눈과 얼음판 위를 질주하는 선수들의 생생한 모습은 다양한 전파를 타고 전 세계 안방에 전달됩니다. 

텔레비전뿐 아니라 휴대폰, 북한에서 판형 컴퓨터로 불리는 태블릿을 통해 언제 어디서든 경기 모습을 시청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올림픽 중계의 사각지대입니다. 

북한 전문 웹사이트인 ‘노스코리아텍’의 윌리엄 마틴 대표는 홈페이지에 ‘조선중앙방송’을 모니터한 결과 올림픽은 방송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대북 소식통들 역시 ‘조선중앙방송’은 한국을 방문했던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과 고위 대표단의 성과만 집중적으로 보도했을 뿐 개회식이나 경기를 전혀 방송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잠시 개회식과 경기 관련해 사진과 정지된 화면을 간간이 올렸을 뿐 올림픽 경기 영상을 전하지 않고 있다는 겁니다.

인권 전문가들과 탈북민들은 이런 모습이 새삼스럽지 않다고 지적합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북한인권위원회(HRNK)의 그레그 스칼라튜 사무총장입니다.

[녹취: 스칼라튜 총장] “북한 정권이 걱정 많이 할 수 있죠. 대한민국은 번영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인데요. 경제 강대국인데요. 그런 장면을 보면 북한 주민들이 의심할 수 있죠. 북한 정권의 선전을 의심할 수 있죠. 그래서 확실하게 정보를 차단하고 확실하게 주민들을 세뇌시키기 위해 방송을 안 한 거죠”

국제탈북민연대의 김주일 사무총장은 북한 주민들이 이런 북한의 방송 실태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이 문제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주일 총장] “북한 주민들 입장에서는 아마 올림픽 경기가 중계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을 겁니다. 왜냐하면, 원래 그런 사회였고 크게 북한 선수단이 이기지 않고서는 국제경기도 잘 중계를 안 했습니다.” 

북한은 과거 올림픽이나 월드컵 축구를 종종 녹화로 중계했었습니다. 특히 남북 관계가 좋았던 지난 2002년에는 한국과 일본이 공동 개최한 월드컵 축구 대회를 녹화로 중계했던 사례도 있었습니다. 

특히 올해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신년사에서 올림픽을 두 번이나 언급하며 “민족의 위상을 과시하는 좋은 계기”라고 말해 평창올림픽을 주민들에게 중계할 가능성도 제기됐었습니다. 

[녹취: 김정은 위원장] “남조선에서 머지않아 열리는 겨울철 올림픽 경기대회에 대해 말한다면, 그것은 민족의 위상을 과시하는 좋은 계기로 될 것이며 우리는 대회가 성과적으로 개최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스칼라튜 총장은 이에 대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평창 올림픽과 한국의 발전상을 통해 자신의 병진 노선이 주민들에게 실패로 비치는 것을 원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스칼라튜 총장] “경제적으로는 약속만 많이 했죠. 사실상 병진 노선이 실패했다고 볼 수 있어요. 경제적으로는. 그만큼 대한민국과 비교가 되면 정권 입장에서는 곤란할 수 있죠.”

게다가 지난 2002년의 월드컵 축구 녹화방송이 정권에 도움을 주기보다 사상 통제에 어려움을 겪은 학습효과도 작용했을 것이란 분석입니다. 

스칼라튜 총장은 그러나 북한이 한국의 발전상을 엿볼 수 있는 영상을 모두 삭제한 채 북한 선수들의 경기 모습들을 녹화 편집해 방영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평창동계올림픽 북한 응원단이 15일 피겨 스케이팅 경기에 앞서 응원을 펼치고 있다.
평창동계올림픽 북한 응원단이 15일 피겨 스케이팅 경기에 앞서 응원을 펼치고 있다.

​​평창 올림픽에 참가한 북한 선수단과 응원단의 모습도 날이 갈수록 언론에 부정적으로 묘사되고 있습니다. 

북한 선수와 응원단이 한국은 물론 다른 나라 선수들과 자유롭게 대화하지 못하는 모습, 철저한 감시로 자유롭게 이동조차 못 하는 모습을 많은 언론이 보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일부 언론은 지시에 따라 일괄적으로 움직이는 북한 선수단과 응원단을 로봇에 비유하며 유엔과 미 국무부가 과거 발표한 북한 인권 보고서 내용까지 자세히 보도했습니다.

김주일 사무총장은 북한 선수단과 응원단이 통제받는 모습을 안타깝게 지켜봤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주일 총장] “북한 사회 자체가 조직사회고 통제사회입니다. 개인의 자유를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사회죠. 이번 평창 올림픽에도 북한 응원단과 선수단이 외부와 대화에 통제를 받고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을 피하고 이런 현상들은 말 한마디 잘못하면 북한으로 돌아가 받게 되는 처벌이 두렵기 때문입니다. 특히 전화나 인터넷 등 네트워크 수단이 제대로 발달이 안된 북한 사회에서는 입으로 뉴스가 전해지는 문화가 발달이 돼 있습니다. 따라서 마음대로 말할 수 있는 자유만 있어도 북한 사회는 금방 바뀌고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북한 정부는 그러나 국제사회에 모든 북한 인민과 언론은 표현과 이동의 자유를 마음껏 누리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과거 유엔 인권이사회의 보편적 정례검토(UPR)에서 발언했던 리경훈 북한 최고인민회의 법제부장입니다.

 [녹취: 리경훈 부장] “공화국 헌법 제 67조에는 공민은 언론, 출판, 집회, 시위와 결사의 자유를 가진다고 규정되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공민들은 법의 보호 속에 자기 의사를 방송이나 신문 잡지 등을 통하여 자유롭게 표시하고 있으며 저작 및 문학 예술 활동도 맘껏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평창 올림픽을 계기로 오히려 주민들을 철저하게 통제하고 억압하는 북한 정권의 민낯이 역설적으로 더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마이클 커비 전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장은 과거 ‘VOA’에 이런 북한 주민들을 국제사회가 계속 어둠 속에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커비 전 위원장]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사람들은 모두 알 권리가 있다는 겁니다. 특히 인터넷과 세계를 자유롭게 여행하는 시대에 (북한) 주민들을 계속 어둠 속에 있도록 하는 것은 바른 자세가 아닙니다. 북한 정부가 외부세계와 연결하는 인터넷과 손전화기 (휴대폰)를 계속 차단한다면 풍선을 통한 전단과 다른 방안들이 차선책이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세계 수십억 명의 인구가 인터넷에 접속하고 있습니다. 부당하게도 북한 주민들만 거기에서 단절돼 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