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인권시민연합이 서울에서 개최한 '북한인권 청소년 워크숍'에서 참가 학생들이 북한 인권을 주제로 토론하고 있다. 북한인권시민연합은 미국 민주주의진흥재단(NED)를 통해 미국 정부의 예산을 지원받는 단체다.
북한인권시민연합이 서울에서 개최한 '북한인권 청소년 워크숍'에서 참가 학생들이 북한 인권을 주제로 토론하고 있다. 북한인권시민연합은 미국 민주주의진흥재단(NED)를 통해 미국 정부의 예산을 지원받는 단체다.

미국 정부가 북한 인권 프로그램에 사용할 수 있는 실제 기금이 작년 회계연도보다 두 배 늘었다고 국무부가 밝혔습니다. 공식 책정된 금액은 지난해 보다 100만 달러 줄었지만 대기 자금을 확보해 놨다는 설명인데요.  한국의 주요 대북 인권단체들은 미국의 이런 지원이 없으면 활동하기 어렵다고 말합니다. 김영권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국무부가 북한 주민들의 인권 개선을 위한 미 정부의 확고한 의지를 강조했습니다. 

국무부의 한 관리는 20일 ‘VOA’에 보낸 이메일 답변에서 “북한의 인권 개선과 북한 안팎의 정보 흐름을 촉진하기 위해 일하는 탈북민 사회와 민간단체에 대한 지원은 이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정책에서 최우선 순위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올해 회계연도의 북한 내 인권 개선을 위한 국무부의 전반적인 기금 지원 규모는 지난 16일 발표했던 “기금 지원 공고(NOFO)만으로 제한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국무부는 16일 공고에서 북한 안팎의 정보 흐름을 자유롭게 촉진하기 위한 지원 기금에 100만 달러, 북한 주민들의 인권 증진과 책임 추궁에 50만 달러 등 총 150만 달러를 책정했었습니다.

이는 지난 2016년 9월에 발표했던 지난 회계연도 지원액 2백 65만 달러에서 40% 이상 감소한 금액입니다. 

이 때문에 미 정부를 통해 지원을 받는 한국 내 대북 민간단체들 사이에서 우려가 커졌었습니다. 

국무부 관리는 그러나 “공고에서 밝힌 지원 규모는 올해 회계연도의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해 이용 가능한 것으로 예상하는 국무부의 전체 기금 가운데 일부만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우리가 예측하는 북한 인권 프로그램을 위해 대기 중인 이용 가능한 연례 기금 규모는 작년 회계연도와 비교할 때 두 배 규모”라고 밝혔습니다.

이 관리는 그러나 공고에서 책정한 금액이 왜 축소됐고 잠재적으로 이용 가능한 다른 기금은 무엇인지 자세히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국무부는 지난 10년 동안 해마다 북한의 인권과 민주주의, 정보의 흐름을 촉진하기 위해 활동하는 단체들에2~3백만 달러를 지원해 왔습니다. 

또 미국 의회가 제정한 민주주의진흥법에 근거해 민간단체인 민주주의진흥재단(NED)을 통해 비슷한 규모의 예산을 매년 지원하고 있습니다. 

NED는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지난 2016 회계연도에 15개 단체에 총 206만여 달러를 지원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그밖에 북한자유연합 등 순수 민간단체들과 교회 등 기독교인들도 여러 탈북민 단체들에 기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런 미국 정부와 시민들의 지원은 한국에서 활동하는 대북 인권단체들에 매우 중요한 활력소가 되고 있습니다. 

지난 20년 동안 다양한 북한 인권 개선 활동하고 있는 북한인권시민연합의 김영자 국장은 ‘VOA’에 미국의 지원이 없으면 문을 당장 닫아야 할 형편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영자 국장] “우리부터 없어집니다. 우리는 지금 월급을 거기서 받잖아요. 만약에 외국에서 돈을 전혀 못 받는다면 우리 시민연합은 문을 닫아야 해요. 자립 못 합니다. 현실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외국에서 지원을 못 받는 단체들에서 힘들다, 어렵다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는 거예요”

실제로 한국에서 직원과 전문가들을 고용해 전문적으로 대북 인권 개선과 정보 유입 활동을 하는 20여 개 단체가 미국 정부와 민간인들의 지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반면 북한의 인권 개선을 위한 한국 정부의 지원과 시민들의 기부는 상대적으로 매우 열악하다는 게 단체 관계자들의 지적입니다.

한국의 대북인권단체 ‘전환기정의워킹그룹’은 19일 북한의 인권범죄 현장 위치를 디지털 지도로 구현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고 ‘북한 내 반인도범죄 위치 기반 조사 결과’를 보고서 형태로 발표했다. 사진은 보고서 표지.
전환기정의워킹그룹은 미국 민주주의진흥재단(NED)을 통한 미국 정부 예산을 지원받아, 북한의 인권범죄 현장을 표시한 디지털 지도를 제작했다.

​​역시 미국에서 재정지원을 받는 전환기정의워킹그룹의 이영환 대표는 인권을 인류 보편적 시각이 아니라 정치적으로 보는 풍토가 한국 사회에 팽배해 정부와 기업, 시민 모두 지원을 꺼리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영환 대표] “한국 사회의 정서가 북한 인권 하면 소극적이에요. 연예인들도 그렇습니다. 북한 인권 관련해서 홍보하자고 하면 고개를 절레절레 합니다. 그런 게 수사이긴 한데 남북 관계 평화와 통일 이런 이미지에 눌려버리는 겁니다. 그런 것은 선하다고 생각하고 북한 정권을 정당하게 비판할 일이 있어서 비판하는데도 불구하고 그것은 정치적으로 생각하는 오해가 너무 깊게. 이것을 정말 인간을 위한 인류 보편적으로 다뤄지는 게 아니고 정치권에서 북한 인권 문제를 두고 계속 갈등하고 대립하는 관계가 낳은 게 북한 인권 문제는 정치적 이슈라는 편견을 낳은 겁니다. 그러다 보니 모금이나 홍보, 후원을 모집하는 게 훨씬 힘든 구조가 만들어진 거죠.”

그러다 보니 미국 정부나 민간의 지원이 없으면 단체 운영이 무척 어렵다는 겁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 내 인권 개선보다 남북관계 개선을 우선시하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 때문에 인권단체들의 활동이 과거보다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북한인권정보센터 산하 북한인권기록보존소의 윤여상 소장입니다.

[녹취: 윤여상 소장] “현 정부는 북한 정권이 거부감을 갖거나 껄끄러운 주제를 강하게 이슈화하거나 그러지 않는다는 게 일반적인 견해입니다. 북한 인권은 거기에서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거죠. 그래서 정부 차원에서 북한 인권에 대한 적극적인 협조와 지원은 기대할 수 없고 그런 정책적 입장은 아닌 거고요. 그래서 정부 측의 협조를 받아야 하는 자료조사나 그런 부분에서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고요.”

윤 소장은 정부가 북한인권법에 따라 탈북민 조사 등을 독자적으로 하고 공개는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 오랫동안 지속했던 국제사회에 대한 북한 내 인권 상황 보고 활동도 많은 타격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일부 단체들은 행정안전부 등이 지원하던 탈북청소년과 여러 북한 관련 프로그램도 거의 끊겼다고 지적합니다. 

게다가 탈북자 단체와 북한 인권단체들의 캠페인을 후원하던 전경련(전국경제인연합회)이 현 정부의 대북정책을 의식해 지원을 전면 중단한 것도 북한 인권단체들에 타격이 되고 있다고 관계자들은 지적합니다. 

당장 북한인권시민연합은 기업들의 후원을 받아 해마다 열었던 탈북 청소년을 위한 ‘뷰티풀드림콘서트’를 지난 겨울에는 후원 부족으로 중단해야 했습니다. 또 해마다 북한인권국제영화제를 개최해왔던 한기홍 북한민주화네트워크 대표는 후원이 줄어 지난해 겨우 행사를 치렀다며 올해는 장담하기 힘들다고 말했습니다.

한 대표는 그러나 정권이 바뀌어 북한 인권단체들이 힘들어졌다기보다 계속 암울한 북한의 인권 상황과 한국인들의 관심 부족, 늘 열악했던 재정 문제가 누적되면서 피로감이 커진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녹취: 한기홍 대표] “북한의 인권상황 자체가 가시적으로 눈에 띄게 바뀌는 게 없기 때문에 피로감이 있잖아요. 너무 오랫동안 진행되다 보니까. 한국은 진보 등 진영을 떠나서 일반 국민들도 북한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런 것에 대해 기부를 한다든가 그런 것에 익숙하지 않고…”

한국 정부는 그러나 북한의 인권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했습니다. 

한국 통일부의 백태현 대변인은 지난달 27일 정례브리핑에서 ‘VOA’의 질문에 북한 인권 개선이 국정과제에 포함돼 있다고 말했지만, 구체적인 단체 지원방안 등 계획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습니다.

[녹취: 백태현 대변인] “예. 국정과제도요 ‘북한인권 개선을 위해서 정부가 노력을 한다.’ 그렇게 포함되어 있습니다. 북한인권법에 따라서 인권재단이 출범을 하기로 되어 있는데 인권재단에 이사가 총 12명인데, 그중에 여야가 10명입니다. 그래서 국회의 협조가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고요. (중략) 북한인권재단이 조속히 출범을 해서 북한인권사업들이 조속히 정상화되기를 그렇게 기대하고 있습니다.”

한국 국회는 지난 2016년 3월 북한인권법을 채택해 미화로 1천만 달러가량의 예산을 책정했지만, 이사진 구성을 둘러싸고 집권당과 야당의 논쟁 때문에 2년 가까이 출범이 미뤄지고 있습니다.

한국 통일부는 지난 19일 올해 업무 보고에서 북한인권재단의 출범을 추진하는 등 북한 주민의 실질적인 인권개선 노력도 기울여 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