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0년 시드니 하계 올림픽 개막식에서 한반도기를 들고 공동 입장하는 남북한 선수단.
지난 2000년 9월 열린 시드니올림픽 개막식에서 남북한 선수가 한반도기를 들고 공동 입장하고 있다.

한국 내에서 평창올림픽 개회식 남북 한반도기 공동 입장과 단일팀 구성과 관련해 엇갈린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평화올림픽을 위해 필요하다는 의견과 함께, 주최국으로서의 위상이 떨어지고 선수들의 피해도 클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현진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남북한은 17일 열린 고위급 실무회담에서 평창올림픽 개회식에 한반도기를 앞세워 공동입장 하기로 했습니다.

한국 통일부 천해성 차관은 회담 후 언론브리핑에서 불과 20여일 전까지만 해도 이런 상황이 올 것을 기대하지 못했다며, 공동입장이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 개선에 긍정적으로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천해성 차관] “북한이 참가하게 되고 공동입장 등을 통해 남북이 화해하고 단합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상당히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남북한은 지난 2000년 시드니 하계올림픽과 2002년 부산 하계아시안 게임, 유니버시아드 대회 등 국제 스포츠행사에서 지금까지 9차례 공동입장 했습니다.

한국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한국 정부의 이번 결정에는 평창올림픽을 평화올림픽으로 전환해야 하는 부담이 크게 작용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공동팀, 단일팀도 만들어지는 상황에서 각각의 국기를 들고 올 수는 없거든요. 이미 전례도 있고 하기 때문에 한반도기를 가지고 입장하는 것은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상황이죠.”

하지만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 또한 높습니다.

한국 국책기관인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소장을 지낸 남성욱 고려대 교수입니다.

[녹취: 남성욱 교수] “올림픽 주최국이 개최국기를 포기하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죠. 여론조사에서도 각자 국기를 들고 입장하는 것이 한반도기 입장보다 높게 나오는 것은 북한의 도발로 인한 이미지가 상당히 좋지 않기 때문에 남북 민족 공조로 인해 한반도기를 들지만, 국민 입장에서는 과거와는 사뭇 다른 입장입니다.”

실제로 한국 여론조사기관인 리얼미터가 17일 전국 성인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한반도기를 앞세운 남북한의 공동입장이 `바람직하다’는 응답은 40.5%로 `그렇지 않다'는 응답보다 10% 포인트 낮게 나타났습니다. ‘남한 선수단은 태극기를, 북한 선수단은 인공기를 각각 들고 입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응답은 49.4%였습니다.

정치권에서도 이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야당인 한국당 이철규 의원은 “역대 주최국이 자국기를 들지 못한 채 경기장에 입장한 적은 없었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민홍철 의원은 “그동안 9번의 관례가 있고, 한반도기의 탄생 배경도 있다”면서 “한반도기가 지닌 의미가 구현되고 세계인의 이목도 집중돼 흥행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을 구성하기로 한 남북한의 합의도 논란을 빚고 있습니다. 

민간단체인 매봉통일연구소 남광규 소장입니다.

[녹취: 남광규 소장] “결국 평창 동계올림픽에 북한이 참여할 수 있는 인원이 두 명 정도밖에 안 되니까 궁여지책으로 아이스하키 단체 측에 넣어 선수단을 불리기 위해 그렇게 한 건데, 올림픽을 위해 준비해온 선수단도 있는데 정치적 이유로 갑자기 팀 구성을 바꾼다는 게 말이 안 되죠.”

아이스하키 등록 선수 엔트리는 23명인데, 북한 선수가 합류하는 만큼 한국 선수들의 경기 출전이 제한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남성욱 교수도 비슷한 견해를 밝혔습니다.

[녹취: 남성욱 교수] “지난 10년여 동안 각고의 노력 끝에 출전권을 따내고 비인기 종목으로 서러움을 많이 받았는데, 갑자기 한 달도 안 남겨 놓고 북한 측이 들어오면 출전 기회가 줄어드는 것은 불가피하고, 북한으로 인해 일이 불합리하게 진행되는 것에 대해 굉장히 부정적이죠.”

반면 조한범 박사는 단일팀 결정은 올림픽을 통해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꾀하는 데 필요한 결정이었다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단일팀 구성이라는 상징성도 중요하지만, 단일팀 추가 인원이 5명 정도로 예상되는데, 오지 않게 되면 실제로 북한에서 올 수 있는 선수의 규모가 매우 작아요. 단일팀이라는 상징성이 있고, 실제적인 북한의 참가 선수 양적인 면도 있기 때문에 실제적으로 IOC를 통해 이를 관철시키려고 하고 있죠.”

동국대 고유환 교수도 이번 여자 하키 단일팀 구성과 관련해, 짧은 기간에 단일팀을 만들 수 있는 종목이 많지 않았고, 상징적으로 한 팀이라도 단일팀을 만들어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판단에서 이런 결정을 내린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단일팀 구성과 관련한 우려에 동의하면서도 이에 따른 긍정적 효과도 클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한국 문재인 대통령은 17일 충청북도 진천의 국가대표 선수촌을 방문한 자리에서 “공동입장하거나 단일팀을 만든다면 북한이 단순히 참가하는 것 이상으로 남북관계 발전에 훨씬 좋은 단초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꽁꽁 얼어붙은 남북관계를 풀어가는 좋은 출발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국 통일부 천해성 차관은 단일팀 구성과 관련된 우려가 최소화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천해성 통일부 차관] “우리 측 감독이 전권을 갖고 최종 출전선수를 선발한다는 부분에 대해 우리가 확인했고, 북측도 이를 양해한다는 그런 입장을 보였습니다.”

남북이 금강산 지역에서 남북 합동 문화행사와 북측 마식령 스키장에서 공동훈련을 진행하기로 한 것과 관련해서도 엇갈린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동국대 고유환 교수는 이같은 결정이 북한을 고립에서 벗어나 국제사회로 나오게 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줄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녹취: 고유환] “이번 기회에 북한에 마식령 스키장을 알릴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고 북한도 국제사회의 일원이 되기 위해서는 개방해야 한다는 효과도 있을 거에요.”

한국 송도에 위치한 미국 조지메이슨 대학 분교에서 한반도를 포함한 국제분쟁을 가르치고 있는 롤란드 윌슨 교수는 과거 한국 박왕자 씨 피격 사건 등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금강산에서 행사를 개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윌슨 교수] “I think it’s wrong. First of all Kumkangsan was closed because they killed a South Korean citizen…..”

북한에 한국 시민이 사망한 것과 상관없이 문화교류를 시작하겠다는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일부에서는 금강산 행사와 관련해 ‘5.24 대북 제재 조치를 무력화할 수 있고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안도 위반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 통일부는 “논의 과정에서 비용 문제와 관련한 구체적 논의는 하지 않았다”면서도 “제재라든지 5.24 조치와는 무관하게 논란이 없도록 구체적으로 준비하고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전문가들은 특히 단일팀 구성과 한반도기 공동입장 등이 단순히 보여주기식 행사로 끝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앞서 남북한은 17일 열린 차관급 실무회담에서 한반도기를 앞세운 공동입장과 단일팀 구성을 포함한 11개 항의 공동보도문을 발표했습니다.

VOA 뉴스 김현진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