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참전용사 출신인 찰스 랭글 전 미 하원의원의 수석보좌관이었던 한나 김 씨가 지난 1월부터 넉 달동안 전세계 26개국을 돌아다니며 한국전 참전용사 200여 명을 만났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공군 대장으로 한국전에 참전했다 북한 군에 포로로 잡혀 갖은 고문...
한국전쟁 참전용사 출신인 찰스 랭글 전 미 하원의원의 수석보좌관이었던 한나 김 씨가 지난 1월부터 넉 달동안 전세계 26개국을 돌아다니며 한국전 참전용사 200여 명을 만났다. 지난 3월 남아프리카공화국을 방문한 김 씨가 공군 대장으로 한국전에 참전했다 북한 군에 ...

6.25 한국전쟁이 발발한 지 지난 25일로 67주년이 됐습니다. 한국전이 ‘잊혀진 전쟁’으로 남지 않도록 전세계 한국전 참전용사들을 직접 만나 이들의 이야기를 기록으로 담고 있는 전직 미 의회 보좌관이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매주 깊이 있는 보도로 한반도 관련 현안을 살펴보는 ‘심층취재,’ 김현진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녹취: 에디오피아인 한국전 참전용사 멜레쎄 테세마 씨] “We were in Korea to save lives of friends of Koreans…”

​아프리카 에티오피아의 수도 아디스 아바바.
 
검은 피부, 하얀 머리의 80대 노인이 한 여성에게 한국 전통 모자인 갓을 보여주며 67년 전 한국전에 참전했던 기억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녹취: 에디오피아인 한국전 참전용사 멜레쎄 테세마 씨] “When we see Koreans, we have blood tie relations..” 

지난 4월 에디오피아를 방문한 한나 김 씨가 한국전 참전용사 멜레쎄 테세마 씨(오른쪽)를 만났다. 테세마 씨는 한국 전통 모자인 갓을 보여주며 67년 전 한국전에 참전 당시 기억을 이야기했다. 사진 출처 = 한나 김 씨 페이스북.
지난 4월 에디오피아를 방문한 한나 김 씨가 한국전 참전용사 멜레쎄 테세마 씨(오른쪽)를 만났다. 테세마 씨는 한국 전통 모자인 갓을 보여주며 67년 전 한국전에 참전 당시 기억을 이야기했다. 사진 출처 = 한나 김 씨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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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티오피아는 한국인 친구들을 구하기 위해 한국전에 참전했다며, 이제 한국인들을 만나면 자신들은 ‘피를 나눈 관계’라고 한다는 겁니다.

한국전 참전 당시 전우들에 의해 한국인처럼 생겼다고 “김 씨”라고 불렸다는 이 할아버지는 한나 김 씨가 지난달까지 전세계를 돌며 만난 한국전 참전용사 200여 명 가운데 한 명입니다.

한국전쟁 참전용사 출신인 찰스 랭글 전 미 하원의원의 수석보좌관이었던 한나 김 씨는 지난 1월 점점 잊혀가는 한국전쟁의 기록을 담기 위해 긴 여정을 시작했습니다.

자유와 평화를 위해 한국전에 참전했던 이들에게 감사를 표하고, 이들의 이야기를 후세에 남기기 위해서였습니다.

[녹취: 한나 김 씨] “한국전쟁이 잊혀지지 않기 위해서 더 늦기 전에 참전용사님들을 찾아가 감사를 드리고 이야기를 수집하는 계획을 갖고 있었는데, 랭글 의원님께서 오바마 대통령이 퇴임하실 때 은퇴하시기로 하셔서 이 때가 아니면 더 늦을 것 같아, 나도 늦을 것 같아 그냥 떠난거에요."

김 씨가 넉 달 동안 방문한 나라는 총 26개국.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출발해, 한국전에 2만 6천여 명을 파병한 캐나다를 시작으로 남미의 유일한 참전국인 콜롬비아, 그리고 영국, 스코틀랜드 등과 의료지원국을 방문했습니다.

한나 씨는 각 나라에서 3~4일 동안 머물며 평생 잊지 못할 사람들을 만나 값진 시간을 보냈습니다.

콜롬비아에서 만난 아이젝 바가스 할아버지는 자신이 평생 모은 돈을 기부해 만든 한국전 기념비가 있는 성당을 직접 데려가 줬습니다.

[녹취: 한나 김 씨] “16살 때 자원해서 한국전에 참전하셨는데, 얼굴에 총상을 입으셔서 20년 동안 수없이 많이 재수술을 받으셔야 했습니다. 한국전에서 돌아오셔서는 빵 공장을 하시며 사셨는데, 꿈에 자꾸 전우들이 나타나 괴로워하시다가 이들을 추모하기 위해 자비를 들여 보고타에서 가장 오래된 성당에 한국전에서 사망한 콜롬비아 군인을 기념하는 기념비를 세우셨습니다.”

사전에 아무런 연락도 하지 않고 방문한 스웨덴에서는 간호사로 참전했던 102살의 로라 이마뉴엘 할머니를 만났습니다. 

[녹취: 한나 김 씨] “한국에 35살 때 간호장교로 참전한 할머니를 만났는데, 시간이 날 때마다 아무도 안 찾아가는 문둥병 환자들을 찾아가 치료해줬다는 이야기를 듣고 너무 충격을 받았습니다. 아무도 근처에 가려고도 하지 않는데, 외국인으로 오셔서 그들을 치료를 해줬다는 것에 너무 감동을 받았습니다. ”

로라 할머니가 한국전쟁 당시 유엔 연합군 환자들을 돌보면서 시간이 날 때마다 부산 내 문둥병 환자들을 치료해준 사실에 깊은 감동을 느꼈다는 겁니다.

한나 씨는 각 나라에서 만난 적게는 한 명, 많게는 10명 이상의 참전용사들에게 가슴 깊이 우러나오는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녹취: 한나 김 씨] “I’m happy this is unbelievable, it wasn’t’ easy, but eveytime I meet my granpa, I’m so happy…. ”

이번 여행이 쉽지 않았지만, 참전용사 할머니 할아버지를 만나 너무 기쁘고 행복하다는 겁니다.

참전용사 한 분 한 분에게 감사의 표시로 따뜻한 포옹을 해주거나 가벼운 키스를 하고, 큰절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이번 여행 중 한나 씨가 만난 참전용사들 대부분은 한국에 대한 좋은 기억을 갖고 있었습니다.

콜롬비아에서 만난 6.25 전쟁 참전용사협회 회장 에피파노 무네즈 씨는 한국이 자신의 두 번째 조국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에피파노 무네즈, 콜롬비아 6.25 전쟁 참전용사협회 회장] 

전쟁 당시 한국은 너무 가난했는데 지금의 한국은 세계 강국이 되었고 아파트들도 고층이라며, 너무 자랑스럽다는 겁니다.

캐나다 재향군인회 브램톤 지부의 데이브 데이브슨 회장도 한국 사람들을 자신의 가족으로 생각한다며, 한국을 생각하면 매우 기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데이브 데이브슨, 캐나다 재향군인회 브램톤 지부 회장] “I see Korea of today, I’m very happy….”

한나 씨는 많은 참전용사들이 한국전에서 입은 부상을 평생 안고 살아가는 모습에 마음이 아팠습니다.

한국 전 당시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공군 대장으로 참전했다가 북한 군에 포로로 잡혀 갖은 고문을 당했던 데니스 얼프 씨의 손등에 고문의 흔적인 흉터가 남아있다. 사진 출처 = 한나 김 씨 페이스북.
한국 전 당시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공군 대장으로 참전했다가 북한 군에 포로로 잡혀 갖은 고문을 당했던 데니스 얼프 씨의 손등에 고문의 흔적인 흉터가 남아있다. 사진 출처 = 한나 김 씨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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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공군 대장으로 한국전에 참전했다 북한 군에 포로로 잡혀 갖은 고문을 당했던 데니스 얼프 할아버지를 봤을 때 가슴이 찢어지는 듯한 아픔을 느꼈습니다.

[녹취: 한나 김 씨] “북한이 손을 얼리는 고문을 했던 거에요…동상으로 손이 뭉그러져 까만 흉터가 남아 있는 손을 보니까 너무 마음이 아팠어요. 손을 볼 때마다 한국전쟁의 아픔을 잊지 못할 것 같더라고요. 저희를 위해 이런 희생을 당하셨다고 생각하니 너무 마음이 아팠어요.”

한나 씨는 이번에 6.25전쟁 당시 한국에 병력과 의료 지원을 했던 나라들 외에 유엔 연합군과 맞섰던 중국과 러시아도 방문했습니다.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위해서는 진정한 화해가 필요하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한나 씨는 어떤 진영에서 싸웠든 상관없이 참전용사들은 모두 남북통일이라는 하나의 바램을 갖고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한나 김] “한 때 중공군, 소련군으로 싸우셨던 분들마저도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다 기원하고 계시더라고요. 모든 유엔 연합군 참전용사 분들도 물론 살아생전에 한반도가 통일되는 것을 보고 싶어 하셨거든요. 그러니까 한반도 통일은 이념에 상관없이 모두가 원하는 거죠.”

한나 씨가 마지막 26번째로 방문한 나라는 67년 전 한국전을 일으킨 당사국, 바로 북한이었습니다.

[녹취: 한나 김 씨] “당사국이었던 북한을 안 가면 제 계획이 완성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걱정하실까 봐 가족에게도 말씀드리지 못했는데요, 제게는 정말 큰 결정이었습니다.”

한나 씨는 일반 관광객이 많이 찾지 않는 비무장지대와 평양 전쟁기념관, 우의탑, 북한 참전용사 영웅묘지 등을 방문했습니다. 비록 참전용사들을 직접 만나지는 못했지만, 한국전에서 전사한 북한 군 용사들의 흔적만이라도 느끼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한나 씨는 3박 4일의 짧은 기간이었지만, 그곳에서 만난 북한 사람들과 많은 정이 든 자신을 보며, 한국전쟁으로 형제, 자매, 부모와 헤어진 사람들의 슬픔을 조금이나마 헤아릴 수 있게 됐습니다.

[녹취: 한나 김 씨] “북한에서 느꼈던 것은, 제가 직접 북한을 가지 않았더라면 느낄 수 없었던 감정이었던 것 같아요. 매우 가슴이 아팠어요. 우리는 하나, 한 형제구나 라는 것을 느꼈어요. 개인적으로 저는 북한에 가족이 있는 것도 아닌데, 북한을 방문한 이후에는 북한에 제 가족이 남겨져 있는 그런 아픔을 느꼈어요.”

북한을 끝으로 한나 씨의 ‘한국전쟁 참전용사 찾아가기’의 긴 여정은 마무리됐습니다. 

하지만 한나 씨는 한국전쟁이 잊혀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한반도의 진정한 평화를 위해 자신의 여정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한나 김 씨] “한국전쟁을 잊혀진 전쟁이라고 많이 말하는데, 제가 이번 여행을 통해 뼈저리게 느낀 것은 절대로 잊어서는 안 되는 전쟁이라는 것, 빨리 종전이 돼서 할아버지들이 살아계시는 동안 한반도가 통일되는 것을 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습니다.”
 
한나 씨는 26개국을 돌며 200여 명의 참전용사를 만나 들은 이야기와 그들에게서 받은 사진 등 다양한 자료를 정리해 책으로 엮고, 전시회 등을 통해 발표할 예정입니다.

VOA 뉴스 김현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