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 대학생 오토 윔비어 씨가 평양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의 범죄 행위를 사죄했다고 조선 중앙통신이 지난달 29일 보도했다.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 대학생 오토 윔비어 씨가 지난해 2월 평양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의 범죄 행위를 사죄했다고,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북한에 17개월 간 억류됐다 최근 의식불명 상태로 풀려난 뒤 결국 숨진 웜비어 씨에겐 과연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요? 웜비어 씨의 북한 억류에서 송환, 사망까지를 김현진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 씨가 북한 여행길에 오른 건 지난 2015년 12월 29일 이었습니다.

21세 생일을 맞은 지 보름쯤 지난 당시, 웜비어 씨는 지구상에서 가장 폐쇄적인 미지의 나라를 경험하기 위해 3박 4일 일정으로 북한 땅을 밟았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웜비어 씨의 마지막 여행이 됐습니다.

여행을 마치고 2016년 1월 2일 평양을 떠나려던 웜비어 씨는 ‘정치 선전물을 훔치려 했다’는 이유로 순안공항에서 북한 당국에 체포됐습니다.

그로부터 2개월 뒤인 2016년 2월 29일, 평양에서 웜비어 씨의 기자회견이 열렸습니다.

[녹취: 북한 법정 녹취] “지금부터 반 공화국 적대행위를 감행하다 적발 체포된 미국 버지니아 종합대학 학생 웜비어 오토의 요청에 따른 기자회견을 시작하겠습니다.”

웜비어 씨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범죄 행위를 고백하고 사죄했습니다.

[녹취: 웜비어 씨] “On the morning, January 1st 2016, I made the worst decision of my life. I committed my crime of taking out the important political slogan…”

2016년 1월 1일 이른 아침, 숙소인 양각도 국제호텔 종업원 구역에서 북한인들에게 자기 제도에 대한 애착심을 심어주는 정치적 구호를 떼버리는 범죄를 감행했다는 겁니다.

40분 간 진행된 이 기자회견에서 웜비어 씨는 침착하게 기자회견문을 읽어 내려갔지만, 마지막 5분을 남기고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녹취: 웜비어 씨] “My mother needs me, my father needs me, my younger brother, my younger sister need me. I have made the single worst decision of my life but I’m only human…I beg”

자신의 엄마, 아빠, 동생들이 자신을 필요로 한다며, 가족의 품에 돌아갈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겁니다.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가운데) 씨가 북한 억류 당시 국가전복음모죄로 15년 노동교화형을 선고 받고 북한 최고재판소를 나오고 있다.
지난해 3월 북한 최고재판소가 억류된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가운데) 씨에게 국가전복음모죄로 15년 노동교화형을 선고했다고,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북한 정권은 하지만 보름 뒤인 지난해 3월 16일 웜비어 씨에게 국가전복음모죄를 적용해 15년 노동교화형을 선고했습니다.

이후 웜비어 씨가 북한 어디에서 어떻게 수감 생활을 하고 있는지는 전혀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미 국무부의 한 관리는 이달 초 ‘VOA’에, 평양의 스웨덴대사관 관계자가 지난해 3월 2일 웜비어 씨를 방문한 것을 끝으로 추가 접견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미 국무부는 북한에 웜비어 씨를 특별사면해 인도적 차원에서 즉각 석방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이후 조셉 윤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지난달 8일과 9일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반관반민 대화를 계기로 북한 외무성 관계자를 접촉해 미국인 석방 문제를 논의했고, 지난 2일에는 뉴욕에서 자성남 유엔주재 북한대사를 만났습니다.

이 자리에서 북한 유엔대표부는 미국 측에 웜비어 씨가 혼수 상태라고 통보했습니다. 북한 당국은 윔비어 씨가 보툴리누스균 감염으로 인한 식중독을 앓았으며, 수면제를 복용한 뒤 혼수 상태에 빠졌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 13일 혼수상태로 북한에서 석방된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 씨가 오하이오주 신시내티 런컨 공항에 도착해 미군 군용기에서 내리고 있다. 웜비어 씨로 보이는 남성(푸른색 상의)이 군용기에서 구급차로 옮겨지고 있다.
지난 13일 북한에 억류됐다 풀려난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 씨를 태운 미군 군용기가 오하이오주 신시내티 런컨 공항에 도착했다. 웜비어 씨로 보이는 남성(푸른색 상의)이 군용기에서 구급차로 옮겨지고 있다.

​​이후 지난 12일 윤 특별대표는 의료진과 함께 평양을 방문해 다음 날 웜비어 씨를 미국으로 데려왔습니다.

1년 반 전 북한에 여행갈 때는 건강했던 웜비어 씨는 의식불명 상태에서 지난 13일 공군 특별기 편으로 귀국했습니다. 머리는 밀어져 있었고, 코에는 튜브를 꽂고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눈을 깜빡이기는 하지만, 말을 못 하고 이해하지도 못하며, 의식적인 움직임도 없는 상태였습니다.

고향으로 돌아온 기쁨도 잠시, 웜비어 씨는 19일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세상을 떠났습니다.

22살 꿈 많은 젊은 청년의 삶은 호기심에 방문한 지구상 최악의 인권탄압 정권에 의해 비극적인 최후를 맞았습니다.

VOA 뉴스 김현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