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대북 인도지원단체인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관계자들이 지난 24일 서울 마포구 사무실에서 대북 지원 관련 업무를 하고 있다.
한국의 대북 인도지원단체인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관계자들이 지난 24일 서울 마포구 사무실에서 대북 지원 관련 업무를 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지난주 인도주의 지원단체의 대북 접촉 신청을 1년 4개월 만에 처음 승인했습니다. 이에 따라 한국 내 민간단체들이 대북 지원과 교류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데요, 미국 내 탈북자들은 대북 인도주의 지원에 대해 엇갈린 견해를 보이고 있습니다. 김현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 뉴욕에 정착해 살고 있는 탈북자 어스틴 김 씨는 민간단체의 대북 접촉을 승인한 한국 정부의 결정을 환영했습니다. 민간 교류가 대화를 위한 시작이라는 겁니다. 어스틴김 씨의 말입니다.

[녹취: 탈북자 어스틴 김] “북한 정권이 아무리 돌발적인 행동을 하더라도 인도주의 지원은 계속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차원에서 이번 민간 교류는 좋은 시작인 것 같습니다.”

김 씨는 과거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이 정책 자체만으로는 좋은 정책이었지만 북한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진행돼 실패했다고 생각한다며, 이번에는 철저한 준비 과정을 거쳐 대북 지원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탈북자 어스틴 김] “너무 퍼주기 식으로 하는 건 아닌 것 같고요, 일단 정부의 정책 기조에 잘 따라가면서 지난 10년 동안 왜 대북 지원이 보수 정권에서 반대했는지 고민을 해봐야 할 것 같고요, 대한민국 국민도 납득이 가능하고 북한 주민들에게도 실질적으로 혜택이 될 수 있는 그런 지원 방향으로 가야겠죠.”

김 씨는 특히 북한이 의료나 농업 분야, 주민을 위한 인프라 구축에 많은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이 분야에서 많은 지원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강조했습니다. 

지난 2014년 탈북해 시카고에 거주하는 김해성 씨도 북한 주민에 대한 의료 지원은 찬성한다고 말했습니다. 국제사회가 지원한 의약품이 북한 정권과 군대에 우선적으로 들어가긴 하지만, 남은 의약품이 주민들에게도 조금이나마 돌아가고 있다는 겁니다.

[녹취: 탈북자 김해성] “민간 교류에서 사람들을 도와주는 의미에서 약을 주는 것에 대해서는 크게 반대하지 않습니다. 북한에서 생산되는 약 자체가 많이 없거든요. 현재 북한 병원은 유엔이나 다른 국제기구가 주는 약으로 운영된다고 봐도 크게 무리가 없거든요.” 

버지니아에 살고 있는 탈북 난민 앤드류 안 씨는 인도주의 지원의 혜택이 북한 주민들에게는 전혀 돌아가지 않고 있다며, 북한 정권만을 유지해주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탈북자 앤드류 안] “식량, 쌀, 의약품 모든 것이 다 군부 계통이나 권력자들의 손에 들어가는 거예요. 실제 주민들은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시장에 나가서 국제사회가 지원한 물품을 돈 주고 사야 하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인도주의 지원을 반대하는 겁니다.”

안 씨는 다만 예술이나 스포츠, 기술 교류 등 분야에서의 민간 교류와 접촉은 동의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탈북자 앤드류 안] “이런 부분을 계속 활성화하다 보면 점차 북한 주민들의 의식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식량 지원이나 김정은 독재체제에 도움이 되는 어떠한 지원도 반대합니다.”

미국 내 탈북자 단체인 ‘재미탈북민연대’의 조진혜 대표는 북한에 대한 어떠한 지원이나 민간 교류도 일절 반대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탈북자 조진혜] “그렇게 하나 둘 하다 보면 더 많은 것을 보내야 할 것이고, 사실 북한에 그 어떤 지원을 하든지 100% 북한 정권이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달갑지 않고 화가 나요.”

미국 플로리다 주에 정착해 사는 탈북 난민 아브라함 조 씨도 북 핵 문제와 별개로 남북 간 민간 교류는 유연하게 검토한다는 한국 정부의 입장에 전적으로 반대한다며, 북한에 대한 그 어떤 지원이나 교류도 있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녹취: 아브라함 조] “대북 인도주의 지원을 국제 제재와 별개로 한다는 게 말이 돼요? 한국 민간단체는 북한 노동당 소속 단체에요. 이런 지원은 북한에서 다 세탁되고 있어요. 이런 것을 문재인 정부가 모를 수 없어요.”

아브라함 조 씨는 한국이 제공하는 인도주의 지원이 북한에서 정치적 선전에 이용만 되고 있다며, 실제 주민들에게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앞서 한국 정부는 지난 26일 인도적 지원단체의 대북 접촉 신청을 1년 4개월 만에 처음 승인했습니다.

한국 통일부는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틀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민간 교류 등을 유연하게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통일부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출범 뒤 접수된 한국 내 민간단체의 대북 접촉 신청은 6·15 남북 공동행사 개최를 위한 남측위원회의 신청 등 모두 19건입니다.

접촉 신청의 목적은 인도 지원과 개발협력, 사회문화 교류 등 다양하다고 통일부 당국자는 밝혔습니다.

VOA 뉴스 김현진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