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입국한 탈북민 여성들이 탈북민 교육기관인 하나원 센터의 임시 거처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한국 입국 탈북민들의 교육기관인 하나원 센터의 임시 거처에서 탈북민 여성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자료사진)

한국의 새 정부가 탈북자들의 대북 송금을 보다 쉽게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대해 탈북자들은 엇갈린 견해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연철 기자가 보도합니다. 

탈북자 출신인 세계북한연구센터의 안찬일 소장은 26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한국의 새 정부가 탈북자들의 대북 송금을 적극 도와줄 것을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안찬일 소장] “새 정부 들어서 남북관계에서 비정치적인, 비군사적인, 또 제재에 걸리지 않는 분야에서는 장려한다고 할 때, 저는 탈북민 가족송금을 현 단계에서 가장 바람직한 민간 통일운동으로 규정하고 적극 도와줬으면 좋겠다, 이렇게 주장을 하고 있고……”

안 소장은 탈북자들이 북한의 가족들에게 보내는 돈이 장마당에서 장사를 하거나 중소 규모의 기업을 만드는데 기여하기 때문에 북한에 시장경제를 이식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탈북자인 김승철 `북한개혁방송' 대표는 현재 탈북자들이 북한의 가족들에게 돈을 보내는데 별다른 문제가 없다며, 한국 정부가 대북 송금 문제에 개입하면 오히려 부작용만 생길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김승철 대표] “정부가 한도액을 높인다 이런 말들이 나오면 그 돈을 뺏으려고 북한 정부 차원에서 감시와 압박과 통제를 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죠.”

김 대표는 또 송금 한도가 높아지면 중개인들이 수수료를 더 올릴 수도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아울러 대북 송금이 탈북자 가족들의 생활에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단기성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습니다.

탈북자가 북한에 있는 가족에게 돈을 얼마나 보내고 있는지에 대한 공식 통계나 분석 자료는 아직 없는 상황입니다. 

다만 일부 탈북자 단체들이 실시한 설문조사를 통해 실태를 어느 정도 가늠해 볼 수 있을 뿐입니다.

서울의 탈북자 단체인 ‘NK지식인연대’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탈북자 4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북한의 가족들에게 송금한 경험이 있는지에 대해 절반이 넘는 52%가 ‘있다’고 답했고, ‘없다’는 응답자는 31%로 나타났습니다.

송금 액수는 연 평균 1천 달러를 송금한 경우가 48%로 가장 많았고 2천 달러가 27%, 3천 달러가 14%, 4천 달러가 7%였습니다.

이밖에 북한의 가족들에게 송금된 자금의 용도는 생계비가 67%로 가장 많았고, 장사 밑천은 21%였습니다. 

탈북자 출신인 서울의 최정훈 `자유북한방송' 국장은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넉넉하지 않은 생활 속에서도 한 번에 2천 달러 정도, 1년에 6천 달러 정도를 북한의 가족들에게 보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최정훈 대표] “우리 탈북자들이 뭐 가진 게 있습니까? 빈 손으로 왔고. 여기서 열심히 일해서 번 돈, 열심히 일했는데도 돈이 안 들어온다고 하면 대출을 받아서라도 가족들에게 보냅니다.”

최 대표에 따르면 송금 과정은 각각 한국과 중국, 북한에 있는 중개인들을 통해 3단계로 복잡하게 이뤄지며, 이 과정에서 송금액의 30%가 수수료로 들어가고 70%만 가족들에게 전달됩니다.

최 대표는 북한 내 중개인을 통해 가족들과 직접 통화하는 방식으로 송금된 돈이 제대로 전달됐는지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익명을 요청한 미국 내 30대 여성 탈북자는 `VOA'와의 인터뷰에서, 10년 째 북한의 가족들에게 송금을 하고 있다며, 지난해에도 2천 달러씩 두 번 보냈다고 말했습니다.

이 탈북자는 중국 내 화교를 통해 가족들에게 돈을 보내는데 별다른 어려움은 없다며, 보낸 돈이 전달되지 않은 적도 2009년에 단 한 번 밖에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이 탈북자는 돈을 보내고 제대로 전달됐는지 확인하는데 한 달이 걸리는 경우도 있어 불안하고 조바심이 나기도 한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이연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