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미국 워싱턴의 존스홉킨스대학 국제관계대학원에서 북한 정치범수용소의 반인도적 범죄를 다룬 국제 모의재판이 열렸다.
8일 미국 워싱턴의 존스홉킨스대학 국제관계대학원에서 북한 정치범수용소의 반인도적 범죄를 다룬 국제 모의재판이 열렸다.

북한 정치범 수용소의 반인도적 범죄를 다루는 국제 모의재판이 워싱턴에서 열렸습니다. 국제법 전문가들은 북한 내 범죄 유형이 다른 나라의 반인도적 범죄 사례와 매우 비슷하다며 국제사회의 행동을 촉구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3명의 저명한 전직 국제 재판관들이 중앙에 앉아 증언을 경청하고 있습니다.

오른편에는 인권 관련 국제 형사소송을 오랫동안 다뤄온 4명의 형사전문가들. 왼편에는 북한 정치범 수용소 출신 강철환 씨와 수용소 운영에 관여했던 전직 북한 관리 2명, 북한 수뇌부와 수용소를 오랫동안 연구해온 전문가들이 차례로 증언대에 섭니다.

북한 정치범 수용소의 반인도적 범죄와 그 책임을 추궁하는 국제 모의재판이 8일 워싱턴의 존스홉킨스대학 국제관계대학원(SAIS)에서 열렸습니다.

이 모의재판은 르완다 국제형사재판소장을 지낸 나비 필레이 전 유엔 인권최고대표와 국제사법재판소 재판관을 지낸 토머스 뷔켄달, 마크 하몬 전 캄보디아 크메르 루즈 전범 재판관이 실제 국제재판과 같은 형식으로 진행했습니다.

필레이 전 대표는 북한 정치범 수용소에서 이뤄지는 활동과 정책, 상황 등이 국제법적으로 반인도적 범죄에 해당하는지를 자세히 규명하기 위해 모의재판을 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필레이 전 대표] “We bring our expertise and experience, will consider all matters..”

전직 국제 재판관들의 전문성과 경험을 바탕으로 증언과 증거들을 객관적으로 검토해 반인도적 범죄를 판별하겠다는 겁니다.

이날 모의재판에는 정치범 수용소를 촬영한 위성사진들과 수용소에서 자행되는 잔인한 고문과 폭행, 사법절차 없는 처형, 굶주림, 북한 당국의 조직적인 운영에 관한 증언들이 이어졌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관리 출신 탈북민은 인간의 존엄과 권리 보호를 가장 기본적으로 여기는 국제 인권체계와 북한 내 현실은 근본적으로 다르다며, 정치범은 인간 취급을 받지 못한다고 증언했습니다.

[녹취: 전직 관리] “기본적으로 뭘 이해하셔야 되냐 하면요.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에 들어간 수감자들한테는 인권이란 게 전혀 적용이 안 됩니다. 이 사람들한테 인간으로 보고 사람한테 왜 먹을 것도 안 주고 입을 것도 안 주고 주거환경도 제대로 안 주고 때려 죽이냐 이런 말이 북한에서는 안 통합니다. 이 사람들은 사람이 아니에요. 일단 들어가면 짐승만도 못한 취급을 받기 때문에 이 사람들한테 인권이란 게 도저히 적용 안됩니다. 굶어 죽던 얼어 죽던 북한 당국은 전혀 책임을 느끼지 않고 그런 의식이 없습니다.”

이 탈북민은 “한국에 와서야 인권이란 얘기를 들어 봤다”며 북한 주민들에게는 “인권과 자유,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초보적인 의식 자체가 없어 피해를 당해도 이 게 인권 피해인지 알지 못한다”고 말했습니다.

수감자 처형에 직접 관여했다는 또 다른 전직 관리는 이런 원칙 때문에 일반 정치범에 대한 재판과 처형 과정은 1시간이면 충분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또 다른 전직 관리] “시간은 대체적으로 기소 검사나 변호사의 발언, 판사의 판결까지, 또 범죄자의 자기 반성해서 사형집행까지 대략 1시간 정도면 끝납니다”

북한 수뇌부를 오랫동안 연구해온 켄 고스 미 해군분석센터 국제관계국장은 수령의 말이 곧 법이고, 헌법 등 모든 게 김 씨 가족 밑에 있기 때문에 국제사회와 동떨어진 이런 범죄들이 당연시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고스 국장] “Basically, all laws and all assents of the regime……”

수령 독재의 근간인 유일사상체계 확립의10대 원칙 하에 중앙당 조직지도부에서부터 군대와 보안기관들이 조직적으로 통치와 처벌을 관장하고 있다는 겁니다.

이날 모의재판에서 검찰 역할을 맡은 4명의 전문가들은 북한 수뇌부와 5개 기관이 주민들에 대한 반인도적 범죄에 관여하고 있다는 결론을 내리고 증거물들을 재판부에 제출했습니다.

옛 유고슬라비아 국제형사재판에서 형사 기소를 담당했던 영국의 스티븐 케이 국제형사 전문 변호사는 ‘VOA’에, 범죄를 주도한 북한 수뇌부에 책임을 추궁하도록 즉각 국제재판소를 설립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케이 변호사] “international leaders must take responsibility….

북한 정권만을 위한 정치적 목적 때문에 무고한 주민들이 계속 피해를 당하는 현실에 대해 정직한 국제사회가 책임을 추궁해 범죄자들을 처벌해야 한다는 겁니다.

3명의 재판관 가운데 한 명인 마크 하몬 전 크메르 루즈 전범재판관(ECCC)은 ‘VOA’에 북한 정치범 수용소에서 벌어지는 범죄는 자신이 관여했던 유고와 캄보디아의 반인도적 범죄 유형과 비슷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하몬 전 재판관] “The crimes are similar in terms of crimes against humanity……”

주민들을 조직적으로 노예화하고 살인하는 형태가 매우 비슷하기 때문에 국제 재판에 기소할 충분한 조건이 된다는 겁니다.

반인도적 범죄는 평시 혹은 전시에 일반 시민들을 조직적으로 광범위하게 공격하는 반인륜적인 범죄로, 유고 등 여러 국제 재판소 설립의 근거가 됐습니다.

이날 모의재판에 참석한 이정훈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는 ‘VOA’에, 매우 저명한 인사들이 모의재판관으로 참여한 것은 굉장한 의미가 있다며 국제사회에 행동을 압박하는 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정훈 대사] “사실 국제형사재판소 같은 곳에서 해야 할 것을 민간인들이 나서서 이런 유형을 갖추고 진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유엔 안보리와 국제형사재판소에 압박을 하는, 이런 국제 재판소가 열려야 한다는 그런 차원에서 굉장히 의미가 상당히 크다고 생각합니다”

재판장을 맡은 나비 필레이 전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60일 안에 이날 받은 증거물들과 증언들을 검토해 판결 보고서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