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국방위원장이 지난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에서 2차 정상회담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국방위원장이 지난해 2월 베트남 하노이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에서 2차 정상회담을 했다.

2020년은 미국에서 민주당으로 정권 교체가 이뤄지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한반도를 비롯한 전 세계에 큰 영향을 미친 한 해였습니다. 북한은 바이러스 차단을 이유로 연초부터 국경을 전면 봉쇄한 채 외부와의 인적, 물적 교류를 사실상 중단했고, 이로써 북한을 비핵화 협상 테이블로 이끌려는 미국과 한국의 움직임은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했습니다. VOA는 2020년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한반도 상황을 분야 별로 돌아보는 다섯 차례 기획보도를 마련했습니다. 오늘은 두 번째 순서로 접점 없는 교착 상태를 지속한 미-북 비핵화 협상에 대해 살펴봅니다. 안소영 기자입니다.

저물어 가는 2020년, 미국과 북한은 끝내 비핵화와 관련해 한 걸음의 진전도 만들어 내지 못했습니다.

진전은 커녕 단 한 차례의 만남도 없었던 한 해였습니다.

‘판문점 깜짝 회동’과, 비록 결렬된 미-북 정상회담과 실무 협상이었지만 지난해 지속적으로 이어졌던 양국 간 비핵화 협상에 비하면 그야말로 완전한 교착 상태였습니다.

미국은 연초부터 ‘하노이 정상회담’ 이후 멈춰 선 북한과의 협상을 재개하기 위해 부단히 움직였습니다.

무엇보다 정상간 친서외교를 재가동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1월 8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생일을 축하하는 서한을 보냈습니다.

당시 김계관 북한 외무성 고문이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 소식을 공개했는데, 두 정상이 2018년부터 2020년 사이 주고 받은 서한은 적어도 28건에 달했습니다.

프랭크 자누지 맨스필드재단 대표는 김 위원장에게 보낸 트럼프 대통령의 생일 축하 서한에 대해, 북한과의 외교적 노력을 이어가려는 미국의 의지이자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이끌려는 시도로 풀이했습니다.

[녹취: 자누지 대표] ”So I think the birthday message underscores”

하지만 북한은 정상간 친분관계와 비핵화 협상은 별개라며 대화 재개 가능성을 일축했습니다.

이후 전 세계로 빠르게 확산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유입을 막기 위해 1월 말부터 북한은 국경 봉쇄에 나섰고, 그나마 있던 미국 등 외부와의 접촉을 전면 중단했습니다.

이에 미국은 의료체계가 취약한 북한의 현실을 감안해 코로나 관련 지원을 매개로 대화의 불씨를 살리려 부심했습니다.

미국은 지난 3월 세계보건기구 WHO가 신종 코로나 팬데믹을 선언한 직후 북한 내 코로나 감염 가능성을 우려하며 적극적으로 대북 인도적 지원을 제안했습니다.

마이크 폼페오 미 국무장관과 강경화 한국 외교장관이 지난 11월 워싱턴 국무부 청사에서 회담하고 북한 문제 진전 방안 등을 논의했다.

미 국무부 로버트 데스트로 민주주의.인권.노동 담당 차관보가 북한 등에 미국 정부가 손을 내민 것을 알고 있다며 지원을 제공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마이크 폼페오 국무장관이 이미 유엔 기구를 통해서, 그리고 직접적으로 북한에 지원을 제안했다고 확인한 겁니다.

이 무렵 트럼프 대통령도 나섰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김정은 위원장에게 코로나 방역과 관련해 협조할 의향이 있다는 친서를 보냈다며, 북한은 지금 매우 심각한 시기이며, 미국은 북한을 돕는데 열려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트럼프 대통령] “(기자)Did you send a letter to North Korea’s Kim Jong Un seeking cooperation?(대통령) Yes, and if they need help, we will give them help. North Korea, Iran and others we are open to helping other countries and it is a very serious time in North Korea.”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는 비핵화 협상 재개의 불씨를 살리려 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평가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친서외교’가 효력을 발휘하는 것 아니냐는 희망 섞인 관측이 있었지만, 극적인 변화는 없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에 대해 북한은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의 담화를 통해 냉담한 반응을 나타냈습니다.

공정성과 균형이 보장되지 않은 일방적이고 과욕적인 생각을 거두지 않는다면 미-북 관계는 계속 악화일로로 줄달음 칠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선 겁니다.

신종 코로나 사태가 국내적으로 악화일로를 치닫는 상황에서도 미국은 북한과의 대화 재개 노력을 이어갔습니다.

특히 지난 7월, 7개월 만에 이뤄진 스티븐 비건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방한이 미-북 대화 재개에 대한 기대감을 불렀지만 여전히 성과는 없었습니다.

북한이 미국과의 대화는 없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기 때문입니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비건 부장관의 방한에 앞서 발표한 담화에서 미-북 대화를 미국의 정치적 위기를 다뤄 나가는 도구로만 여기는 미국과 마주 앉을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미국은 대화 재개를 위한 노력과는 별개로 북한의 불법적인 핵 활동 등에 대한 제재 조치도 늦추지 않았습니다.

지난 7월 서울을 방문한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이 북한의 협상 복귀를 촉구했다.

6월에는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한반도의 비핵화, 이른바 CVID를 강조하면서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 위협이 여전한 점을 들어 대북 제재 행정명령을 1년 더 연장했습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무기로 전용 가능한 핵 물질의 존재와 확산 위험,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 추구를 포함해 한반도를 불안정하게 한다고 연장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미 국무부는 또 대북 제재를 위반하는 북한의 불법적 행태에 대한 제보에 500만 달러의 포상금을 제시했습니다.

미국은 이와 함께 국무부와 재무부, 국토안보부, 연방수사국 (FBI) 합동으로 북한의 사이버 위협에 대한 경고를 발령하는 등 불법 활동에 대한 제재와 경고를 이어갔습니다.

북한이 “미국과 유엔의 제재 속에서도 대량살상무기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위한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사이버 범죄를 포함한 불법 활동에 더 의존”하고 있고, 이런 악의적 활동이 “미국과 국제사회를 위협하고, 특히 국제 금융시스템의 건전성과 안정성에 중대한 위협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겁니다.

이런 가운데 9월, 폼페오 국무장관은 워싱턴 내 민간단체 연설에서 (북한에 대해) 공개적으로는 조용하지만 많은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해 관심을 모았습니다.

[녹취: 폼페오 장관] “It’s gone quite publicly, but there’s still lots of work going on, work going on between ourselves, our allies in the region, the Japanese, the South Koreans.”

특히 워싱턴 일각에서는 10월 무렵 미-북 정상이 다시 만날 수 있다는 조심스런 관측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11월 대통령 선거 전에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깜짝 회담, 이른바 ‘옥토버 서프라이즈’를 배제할 수 없다는 겁니다.

구체적으로는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을 앞두고 유권자 표심에 영향을 줄 대형 외교 이벤트로 `옥토버 서프라이즈’를 시도할 수 있다는 분석이었습니다.

이 무렵 존 볼튼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미국에는 대선 전 선거 향방에 영향을 줄 사건이 벌어지는 것, ‘옥토버 서프라이즈’가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깊은 곤경에 빠졌다고 느끼면 김 위원장과의 회담으로 상황을 뒤집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깜짝 만남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대신 북한은 10월 10일 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에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을 공개했습니다.

심야 열병식을 통해 3년 전보다 훨씬 직경이 굵고 긴, 신형 ICBM과 잠수함 탄도미사일을 공개한 겁니다.

11월 3일 마침내 대선이 치러지고, 미국 내 정권 교체가 확실시된 상황에서 비건 부장관이 12월 8일, 나흘 일정으로 한국을 찾았습니다.

비건 부장관의 방한은 미-한 동맹을 확고히 하고,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달성을 위해 한국과의 계속된 조율을 약속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비건 부장관은 이 방한을 통해 북한에 대화 재개를 거듭 촉구했습니다.

사실상 미-북 대화 재개를 위한 트럼프 행정부의 마지막 외교적 노력으로 평가됐습니다.

비건 부장관은 서울에서의 강연에서 미-북 정상간 싱가포르 합의의 잠재력은 여전히 살아 있다면서, 지속적 관여와 힘든 거래를 필요로 하지만 북한에 큰 보상이 따를 외교를 하길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내년 1월로 예정된 8차 노동당 대회에서 외교를 재개하는 긍정적 메시지가 나오길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이처럼 거듭된 미국의 대화 재개 손짓에 사실상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는 것으로 일관했습니다.

오직 신종 코로나 방역만을 강조하며, 외부의 인도적 지원 조차 거부한 채 계속해서 문을 걸어 잠그고 있는 겁니다.

VOA 뉴스 안소영입니다.

내일은 신종 코로나 사태로 북한이 취한 전례 없는 국경 봉쇄 조치에 대해 알아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