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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전문가들 “북한 노동당은 권력 유지 수단…경제난으로 변화 불가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8월19일 북한 평양 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열린 제7기 제6차 당 전원 회의를 주재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자료사진)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8월19일 북한 평양 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열린 제7기 제6차 당 전원 회의를 주재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자료사진)

북한의 유일 정당인 노동당이 오는 10일로 창당 75주년을 맞습니다. 미국의 전문가들은 북한 노동당이 권력 유지라는 목표를 나름대로 달성하며 전 세계에서 유례없는 형태로 75년간 이어져 왔다고 말했습니다. 북한만의 역사적 배경과 주민들에 대한 절대적 통제가 이를 가능하게 했지만, 경제적 어려움 등으로 앞으로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북한 노동당, 즉 ‘조선로동당’은 일당독재 국가인 북한의 유일한 집권여당입니다.

다른 나라들과 달리 당이 국가운영 전반을 책임지고 있어, 사실상 북한 내 국가 최고권력기관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1945년 10월10일, 김일성 주석이 '조선공산당 서북5도 당 책임자 및 열성자 대회'에서 연설한 이 날을 노동당 창당일로 지정하고 지난 70년 넘게 기념해 오고 있습니다.

미국의 전문가들은 북한 노동당이 다른 나라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한 정치체제라며, 권력 유지를 주 목적으로 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켄 고스 미 해군분석센터 국제관계국장은 7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노동당은 권력과 특권의 정당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고스 국장] “It is designed to hold the system together and to hold the system accountable. It serves that purpose…”

고스 국장은 북한 노동당은 국가체제를 하나로 묶고 이 체제가 책임을 지는 형태로 설계돼 있다며, 그런 관점에선 현재 북한의 노동당은 목적에 부합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다른 공산주의체제나 정당체제, 혹은 전체주의 정권에서 볼 수 있듯이 북한 노동당도 주민들 보다는 지도부를 위해 존재하고 있다고, 고스 국장은 지적했습니다.

국가체제의 개선이나 주민 삶의 개선을 돕기 위해 고안된 게 아닌, 권력의 보존과 유지라는 측면에서 만들어지고 운영돼 왔다는 겁니다.

따라서 정치기관이라는 관점에서 노동당은 ‘완전한 실패’지만, 권력을 보존한다는 측면에서 본다면 매우 잘 해낸 것이라고, 고스 국장은 지적했습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도 ‘노동당’을 권력 유지라는 관점에서 해석했습니다.

[녹취: 클링너 연구원] “it's a mechanism for the Kim family to control in North Korea….”

노동당은 김 씨 일가가 북한을 통치하기 위한 장치의 하나이며, 과거부터 김 씨 일가는 당과 군을 주민들과 국가기관을 장악하는 주요 수단으로 삼았다는 겁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다른 공산국가들과 달리 오랜 기간 일당체제를 유지할 수 있었던 배경에도 주목했습니다.

옛 공산권 루마니아 출신인 그레그 스칼라튜 북한인권위원회 사무총장은 북한만의 독특한 역사를 요인으로 꼽았습니다.

[녹취: 스칼라튜 사무총장] “What makes it very different is that the people of North Korea, never experienced anything…”

북한은 동유럽권 나라들과 달리 전체주의 외 다른 정치체제를 경험한 적이 없다는 겁니다.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북한 주민들이 스탈린식 공산주의와 일제 강점기, 그리고 19세기 정치적으로 매우 부패한 전체주의 체제였던 조선시대 봉건주의만을 경험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반면 동유럽은 입헌군주제나 심지어 민주주의를 포함한 다른 형태의 정부들에 대한 경험이 있어 공산주의를 쉽게 무너뜨릴 수 있었다는 겁니다.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북한도 표면적으로는 유엔 회원국이자, 헌법이 존재하고 각종 자유를 보장하는 나라지만, 실제로는 최고 지도자의 방침으로도 볼 수 있는 ‘노동당 규약’이 전부인 나라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스칼라튜 사무총장] “The only thing that matters in North Korea is party guidance pursuant to…”

고스 국장은 공산권 붕괴의 주요 사례인 옛 소련은 미국과의 군비 경쟁과 공산주의 운동 쇠퇴 등 외부적 요인에 의해 무너졌다며, 북한은 이런 방식으로 무너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고스 국장] “North Korea has some of these elements but they again it's not part of a world communist movement anymore…”

북한의 경우 주요 후원자인 중국이 국경 지역을 중심으로 경제적으로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소련 붕괴 직전과 같은 상황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겁니다.

클링너 연구원은 여느 독재체제와 마찬가지로 북한이 절대적 통제를 통해 오랜 기간 당의 권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클링너 연구원] “It’s sort of like any dictatorship that maintains control through…”

여러 중첩된 보안기관들이 일반 대중은 물론 관료, 그리고 서로를 감시해 왔고, 김일성 주석 때도 다른 파벌이나 심지어 2인자를 숙청하고 위협하며 사람들을 공포에 휩싸이게 했다는 겁니다.

한편 전문가들은 북한의 노동당 일당체제가 현재대로 유지되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외교관 등 북한 고위급 인사의 해외 망명 사례를 예로 들며 노동당 붕괴가 머지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습니다.

[녹취: 스칼라튜 사무총장] “If you look at the trend especially on the Kim Jong Un, you will see a relatively higher number…”

김정은 국무위원장 집권 이후 고위 간부들, 특히 고위 외교관이나 외화 조달 업무를 담당하는 무역 관리 등의 탈북이 과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많다는 겁니다.

이런 사실들은 북한 내부에서 당과 정권의 미래에 대한 믿음이 사라지고 있음을 암시한다고,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말했습니다.

고스 국장은 당이 외부로부터의 위협은 적은 상태지만 경제적 어려움 등 내부적으로 방향 전환에 대한 압박에 직면한 상태라고 분석했습니다.

특히 김 위원장이 최근 내각의 권한을 일부 인사들에게 위임하는 결정을 내렸다며, 이는 “당이 국가관료주의를 관할하는 전통적인 레닌 스탈린 체제를 운용했던 김일성 시대에는 절대 없었던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비록 이런 결정에는 경제와 관련해 국가기관에 더 많은 자유를 보장하겠다는 의도가 있지만, 이런 상황이 계속될지 혹은 당이 이를 재고할지 여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고스 국장은 이 결과에 따라 북한이 진정으로 변화하고 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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