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열린 가상화폐 회의에 참석했다가 지난해 11월 미 연방수사국(FBI)에 체포된 미국인 버질 그리피스 씨. 사진= Cal School Of Information.
북한에서 열린 가상화폐 회의에 참석했다가 지난해 11월 미 연방수사국(FBI)에 체포된 미국인 버질 그리피스 씨. 사진= Cal School Of Information.

평양에서 열린 암호화폐 관련 회의에 참석했다가 미 수사당국에 체포된 암호화폐 전문가 버질 그리피스 씨의 법적 다툼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본격 재판을 앞둔 상황에서 그리피스 씨 측은 소송 각하를 주장하는 반면 검찰은 그의 북한 내 발언 등을 공개하며 맞서고 있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 검찰은 그리피스 씨의 대북 제재 위반 혐의가 명백하다는 점을 거듭 분명히 했습니다.

사건을 담당한 미 뉴욕남부 연방검찰은 최근 재판부에 ‘피고의 요구에 반대한다’는 내용의 78쪽 짜리 문건을 제출했습니다.

앞서 그리피스 씨 측 변호인이 그가 대북 제재 위반 행위로 금전적 이득을 보지 않았다는 이유 등을 들며 소송 각하 등을 주장한 데 대해 그의 제재 위반 행위를 열거하며 이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힌 겁니다.

암호화폐 전문가인 그리피스 씨는 평양에서 열린 암호화폐 회의에 참석했다가 지난해 11월 미 연방수사국(FBI)에 체포됐으며, 미국의 국제비상경제권법(IEEPA)과 대북 제재 위반 등의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검찰은 문건에서 그리피스 씨가 암호화폐 회의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약 100명의 북한인들에게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기술이 제재 회피와 자금세탁에 이용될 수 있는지를 조언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그리피스 씨가 방북에 앞서 미 국무부에 방북 허가를 요청했다가 거부됐지만 이를 무시하고 중국을 통해 불법으로 북한에 입국한 점도 확인했습니다.

검찰은 그리피스 씨가 당시 회의에서 한 발언도 일부 공개했는데, 참가자들에게 “전 세계를 돌아다니는 블록체인은 미국 정부에 의해 가장 끔찍한 제재를 받는 북한 같은 나라에겐 매우 쉬울 뿐 아니라, 더 빠르고, 더 안전하고, 쉽다”는 식의 말을 했다는 겁니다.

지난 2018년 6월 해킹 공격을 받은 한국 가상화폐거래소 빗썸. 유엔 보고서 등은 공격의 배후로 북한을 지목했다.

검찰은 그리피스 씨가 북한의 제재 회피에 암호화폐 기술이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여러 차례 밝혔다면서, 재판이 계속돼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앞서 검찰은 지난 6월에도 법원에 제출한 문건을 통해 그리피스 씨의 과거 발언 등을 조명한 바 있습니다.

이에 따르면 그리피스 씨는 2018년8월 한 개인과의 대화에서 북한 정권이 두렵지 않다면서, 그 이유에 대해 “북한은 제재를 피할 수 있게 할 수 있는 블록체인(암호화폐) 인재를 겁주고 싶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암호화폐 구축망인 ‘이더리움 노드’가 북한에 경제성이 있겠느냐는 지인의 질문에 “사실상 그렇다”면서, “그건 그들(북한)이 자신들에게 가해진 제재를 회피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대답했다는 게 검찰의 주장이었습니다.

당시 검찰은 이 대화 내용 등을 토대로 그리피스 씨가 제재 회피 촉진을 위해 북한을 돕는 행위가 ‘북한 암호화폐 회의'의 중요한 목표라는 점을 알고 있었다고 지적했습니다.

한편, 그리피스 씨 측은 소송 각하 주장과는 별도로 문제가 된 사건이 벌어진 장소와, 그리피스 씨 자신과 또 다른 공모자들이 북한에 구체적으로 제공한 서비스가 무엇인지, 정확히 어떤 법과 규정을 위반했는지 등에 대한 상세한 내용을 재판부에 요청했습니다.

이 같은 요구는 자신에 대한 기소의 명확한 근거가 있는지 등을 다투려는 의도로 추정됩니다.

그러나 검찰은 이런 내용이 재판 진행에 필요하지 않으며, 또 이미 기소장 등을 통해 상당 부분 밝혀졌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