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제2보병사단 기갑부대가 지난 2013년 5월 연천에서 열린 한미합동도강훈련에 참가했다.
주한미군 제2보병사단 기갑부대가 지난 2013년 5월 연천에서 열린 한미합동도강훈련에 참가했다.

한국 국방부 장관이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과 관련해 전 세계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과 연계돼 있다는 점을 밝혔습니다. 미국의 전문가들은 최근 악화되고 있는 훈련환경도 이런 셈법을 들여다 보는 계기가 됐다고 분석합니다. 김동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월러스 그렉슨 전 미 국방부 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26일 VOA에 “2만 8천 500명이라는 주한미군 병력 감축제한 숫자는 모든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는 마법의 숫자 (Magic number)가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그렉슨 전 차관보 “주한미군 2만8천500명, 매직 넘버 아니다”

앞서 서욱 한국 국방부 장관은 이날 국회 국정감사에서 최근 열린 미한안보협의회(SCM) 공동성명에서 주한미군 규모 유지 문구가 빠진데 대해 “보다 융통성 있는 해외 주둔 미군을 가져야 한다는 기조의 일환”이라고 밝혔습니다. 

서 장관은 미국이 수 년 전부터 이 문구를 부담스러워했다면서도, 이번 회의에서 감축 논의는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미군 재배치 셈법과 연계된 한국 국방장관의 이런 발언에 대해 그렉슨 전 차관보는 “동맹의 상징성 측면에서는 2만 8천 500명의 감축 제한선이 여전히 의미가 있지만, 작전 운용면에서는 정밀한 측정법이 전혀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그렉슨 전 차관보] “So saying 28.500 troops is as a marker, it carries meaning but it is not precise measurement at all. As a matter of fact it obscures any precision on what that is. Is it 28,500 infantry men or whether does that 28,500 include aviation? If it is so what type of aviation?” 

그렉슨 전 차관보는 본래 주한미군의 운용 변화는 한국군과 미군의 역량에 대한 냉정한 분석과 함께 북한의 진화하는 위협에 맞춘 포괄적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최근 개최된 미한안보협의회 결과를 둘러싼 여러 지표를 고려할 때 이런 논의에 전혀 초점을 맞추고 있지 않은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오른쪽)과 서욱 한국 국방장관이 14일 워싱턴 인근 알링턴의 미 국방부 청사에서 미한안보협의회를 열었다.

“지엽적 문제에 함몰…본질 잊으면 오판 가능성” 

그렉슨 전 차관보는 2만 8천 500명을 둘러싼 정치적 요소에 한국과 미국 모두 함몰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한반도 방위라는 본질적 문제는 제쳐두고 방위비 분담금 등 지엽적 문제에 시야를 뺏기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녹취: 그렉슨 전 차관보] “We're getting lost on the periphery of these things and as we allow distrust to take hold within the Alliance…the threat does exist, with all good intentions, we will make the wrong decisions and very much damage ourselves.

북한의 위협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이런 지엽적 문제에 양국이 계속 집착한다면 동맹 불신을 조장해 모두에 악영향을 끼치는 오판을 내릴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그렉슨 전 차관보는 한국군의 전시작전권 전환 역량이 언제 확보될지 불분명한 상황에서 주한미군 운용 변화를 야기할 수 있는 미군의 재배치는 상당한 위험성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맥스웰 선임연구원 “주한미군 준비태세 악화 상황도 재배치 셈법에 영향”  

한미연합사령부 작전참모 출신인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은 “미 국방부가 전략적 유연성을  들고 나온 배경에는 주한미군 운용 악화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특히 사드 운용 제한, 남북 군사합의와 주민들의 반발에 따른 훈련부족 등으로 다른 역내 미군과 비교할 때 준비태세에 상당한 영향을 받고 있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맥스웰 선임연구원] “Already the Air Force has to leave the peninsula to conduct its necessary training because of the restrictions of the comprehensive military agreement and because of lack of available space and resources in Korea. So that's another reason why strategic flexibility is important because it allows US forces to train in other locations to maintain readiness

맥스웰 선임연구원은 현재 전 세계 미군 중 유일하게 주한미군만이 한반도 방위라는 단일목표를 수행하기 위해 배치돼 있다며, 그러나 미국이 갖고 있는 자원은 무한하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맥스웰 선임연구원] “If we really want US forces to remain on the peninsula, then they're going to have to adopt a concept of strategic flexibility. Because we just cannot afford to have forces that are only committed for one mission. The rest of the US forces around the world, you know, are committed for multiple contingencies” 

한국이 한반도 미군을 유지하려 한다면 준비태세 악화를 방지하기 위한 차선책으로 미국이 추진하는 역외전개를 포함한 전략적 유연성을 받아들여야 하며, 새로운 작전개념에 따른 논의도 이뤄져야 할 시점이라는 주장입니다. 

베넷 선임연구원 “사실상 해군주도 재배치 셈법…한반도 중요도 하락 원인”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미군의 재배치 셈법을 야기하고 있는 주요 배경으로 국방예산 부족을 꼽았습니다.

최근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은 해군 전력계획을 발표하면서 2045년까지 유인 또는 무인 함정을 500척으로 확대할 것을 예고했고, 신종 코로나 확산에 따른 국방예산 삭감에도 불구하고 이를 위한 예산 확보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베넷 선임연구원은 에스퍼 장관은 핵과 해군전력 현대화에 최우선 순위를 두고 있다며, 다만 향후 국방예산의 실질적인 증액이 어려운 상황에서 오랜 유산(Legacy Program)으로 간주하는 다른 예산을 삭감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말했습니다. 

베넷 선임연구원은 미 육군의 보병, 기갑, 기계화 사단들은 이 같은 예산배정 우선순위에서 ‘오랜 유산’으로 간주된다며, M-1 전차 등 지상기갑 전력의 현대화가 오랫동안 지체된 이유를 대표적 사례로 꼽았습니다. 

[녹취: 베넷 선임연구원] “All of these investments going on at the same time  in a world where you have a fixed budget says that you've got to cut legacy systems. And that is exactly what the Pentagon has been saying that it is time to cut legacy systems. legacy systems are infantry divisions, armored divisions, tanks, artillery, those are legacy systems.”

베넷 선임연구원은 해군 중심의 예산 집중은 향후 미군 재배치 셈법에도 밀접하게 연계돼 있다며, 현재 육군 중심으로 운용되고 있는 주한미군 전진기지의 효용성에 대한 의문이 국방부 내에서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김동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