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제2보병사단 소속 군인들이 경기도 포천 캠프 로드리게스 사격장에서 실사격 훈련을 준비하고 있다.
주한미군 제2보병사단 소속 군인들이 경기도 포천 캠프 로드리게스 사격장에서 실사격 훈련을 준비하고 있다.

미국의 전문가들은 인도태평양 미군 배치와 관련한 미 육군대학원 보고서에 대해 엇갈린 반응을 보였습니다. 북한에 대한 위협 인식의 전제가 잘못됐다는 지적과 함께, 미국이 처한 현실이 잘 반영됐다는 견해도 나옵니다. 김동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미 육군대학원 산하 전략연구원(SSI)의 보고서는 `제2의 한국전쟁’에 대비한 현재의 역내 미군 배치가 전략적으로 잘못됐으며, 중국과의 초경쟁을 기반으로 한 전환이 불가피하다는 내용이 핵심입니다.

대중 초점 미군배치 제언 정책보고서 논란 가중

미 국방부 “발표기관에 문의할 것”…연계성 말 아껴

특히 북한의 핵과 생화학 무기 등 대량살상무기 실전배치는 지속되겠지만 재래식 위협은 감소한다는 점을 전제로 향후 주한미군 내 지상기동전 역량의 수요 하락을 전망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이번 보고서가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이 2년 전 직접 발주한 연구과제인 만큼, 향후 주한미군 배치 셈법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미 국방부는 이번 보고서와 현재 진행 중인 전 세계 미군배치 재검토의 연관성을 묻는 VOA의 질문에 “발표한 기관에 문의할 사안”이라며 말을 아꼈습니다.

샴포 전 사령관 “한반도 위협인식 전제 잘못됐다”

“북한 재래식 전력, 여전히 위협적…지상기동전 역량 필수”

버나드 샴포 전 주한미8군 사령관은 30일 VOA에 이번 보고서의 한반도 위협 인식은 전반적으로 “잘못된 전제”에서 시작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녹취 : 버나드 샴포 전 사령관] “They are using the wrong assumptions. My first assumption would be ‘Has a North Korean threat changed?’ and the answer is no. In fact, you could argue that the capability of the North Korean threat has increased… North Korea ground force capability maybe less ready, But it's not any small and they placed, invested in their long range artillery and the conventional force that can very rapidly play Seoul in jeopardy and use that as leverage…And they can do it quickly enough with their conventional force.”

샴포 전 사령관은 현재 주한미군의 구성 변화를 야기할 어떠한 변화도 없는 상태라며, 오히려 북한의 역량이 증대했다는 점을 보고서는 간과했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제재 등의 영향으로 준비태세의 하락은 예상되지만 문제는 북한병력의 규모와 장사정포와 같은 재래식 역량이라며, 핵과 같은 비대칭전력을 투사하지 않더라도 전방에서 가까운 서울을 빠른 속도로 충분히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미사일 역량 고도화 등 한국군 재래식 병력의 현대화 추세를 감안하더라도 적의 지상기동군의 움직임은 지상기동군으로 대응하는 것이 기본상식이라며, 미군의 이런 역량은 한반도 방위에 필수적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보고서는 서두에서 역내 동맹들의 인구감소 실태도 들여다 봤지만 중국에 초점을 둔 배치전략 전환을 실행하는데 있어 파급력은 미미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명시했습니다.

샴포 전 사령관 “한국 병력 감축 실태도 미반영”

브루스 베넷 “북한 비대칭전력 투사 가능성도 배제”

샴포 전 사령관은 이 같은 분석도 매우 잘못됐다며,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 국가 가운데 가장 가파른 인구 감소를 겪고 있으며, 군 현대화가 진행되더라도 종단거리가 짧은 한반도 전장환경 상 병력규모 축소는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보고서가 북한의 핵과 생화학무기 같은 비대칭전력을 단순 위협수단으로 간주하는 안일함도 잘못된 전제라고 비판했습니다.

[녹취 : 베넷 선임연구원] “Wrong assumption number one is that nuclear weapons and for that matter, chemical and biological weapons don't really matter in Korea. They aren't going to be used in a way that's going to cause any problem for the defense of Korea.”

중국과 러시아와 달리 북한은 핵을 체제생존 수단으로 간주하며 교리를 발전시켜왔고, 북한 급변사태 등의 불안요소를 고려할 때 실제 핵이나 생화학무기 투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겁니다.

데이비드 맥스웰 “한국, 배치셈법 전환 현실 받아들여야”

브루스 베넷 “단순 보고서 아냐…미군 축소 논리 제공” 

반면 한미연합사령부 작전참모 출신인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FDD) 선임연구원은 이번 보고서가 중국과의 초경쟁 양상과 자원이 무한하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이 처한 현실을 매우 잘 반영했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에스퍼 국방장관이 최근 독일 주둔 미군병력의 이전을 발표하면서 일부 병력은 인도태평양 역내 ‘전략적 유연성’에 적용할 수도 있다고 언급한 대목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 맥스웰 선임연구원] “He(Secretary Esper) talked about strategic flexibility. And the strategic flexibility for Korea is the ability to be able to use US portions for other contingencies. And of course, Korea defaults to war with China. No, they think that they don’t want to use US forces in Korea because that will bring Korea in the war. Well, I got news for Korea. If there's a war between the US and China, Korea is not sitting out. Korea is going to be effective and whether they like it or not, whether they say they are neutral or not. Korea's is going to be affected as well.”

한국은 주한미군의 요소가 중국과의 유사시 병력으로 활용되는 점을 원하지 않겠지만, 현실은 원하든, 원하지 않든 한국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설명입니다.

맥스웰 선임연구원은 이번 보고서는 주한미군 감축이나 철수를 제언한 것이 아니고 역내평가를 위한 하나의 자료에 불과하다며, 관련 제언이 반드시 국방부의 의중을 반영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베넷 선임연구원은 이번 보고서는 에스퍼 장관이 직접 발주한 만큼 배치 셈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보고서가 주한미군의 감축이나 철수를 주장한 것은 아니지만, 향후 이런 감축 결정을 내리는 논리를 제공하는데   상당히 공을 들였다는 평가입니다.

[녹취 : 베넷 선임연구원] “It's not recommending that specific actions be taken. But it is setting up the analytic framework for those actions to eventually be taken, and eventually could be as soon as later this year. And that pulls them off the political Hot Seat of saying, ‘Oh, we've just recommended for reduction’. They haven't done that. But you could certainly use what they have written to justify reductions”

베넷 선임연구원은 이번 보고서의 질적 연구대상은 매우 광범위하다며, 단순히 현역 고위 관계자들에 국한되지 않고 많은 민관 육군 전문가들이 여론수렴 과정에서 포함됐다고 지적했습니다. 

샴포 전 사령관은 처음부터 잘못된 결론 아래 진행한 연구는 정확한 평가를 반영하지 못한다며, 대다수 현역 지휘관들은 이런 평가가 잘못됐다고 반박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VOA뉴스 김동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