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공군의 통신감청용 리벳 조인트 (RC-135W) 정찰기. (자료사진)
미 공군의 통신감청용 리벳 조인트 (RC-135W) 정찰기. (자료사진)

최근 한반도에 출격하는 미 정찰기의 종류가 다양해지고, 빈도수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미 군용기 추적 전문가는 항적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는 미 정찰기들의 비행 형태가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같은 도발과 관련이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20일 한반도 상공에서 미 공군 소속 정찰기 ‘RC-135W 리벳 조인트’와 ‘E-8C 조인트 스타즈’가 연이어 포착됐습니다.

미사일 발사 전 통신 신호를 감청하고, 지상 병력과 장비 움직임을 감시할 수 있는 미 공군의 주요 정찰 자산들이 같은 날 한 지역에 모습을 드러낸 건 이례적입니다.

이날 한국에는 미 공군 정찰기 외에도 미 육군 소속 ‘RC-12X 가드레일’과 호출부호 등 일부 제한적인 정보만을 지닌 정찰기 추정 비행체도 관측됐습니다.

이날 하루에만 최소 4대의 미군 정찰기가 한반도 상공을 비행한 겁니다.

그리고 다음날인 21일 아침, 북한이 평안북도 지역에서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한국 수도권과 인천, 서해 일대에서 다수의 미군 정찰기가 포착된 지 몇 시간 만에 서해와 맞닿은 평안북도에서 미사일이 발사되면서, 정찰기들의 움직임과 북한의 군사 활동 사이에 어느 정도 연관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미 정찰기들의 한반도 출현이 미군이나 한국 정보기관 등에 의해 알려진 건 아니었습니다.

대신 정찰기들의 움직임을 관찰하는 ‘트위터’ 계정을 통해서였습니다. 일반인들이 미군 정찰기들의 비행 정보를 파악해 트위터에 올린 겁니다.

한반도 주변에 나타난 정찰기들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전해 화제가 됐던 ‘에어크래프트 스폿’도 언론에 소개될 땐 ‘사이트’라는 명칭이 붙었지만, 실제로는 트위터 계정입니다.

이들은 항공 신호 수신기와 항공기의 실시간 위치 정보를 보여주는 웹사이트 등을 분석해, 한반도는 물론 남중국해, 일본, 중동 등에 나타난 미 군용기를 포착합니다.

이후 해당 군용기의 지도상 위치와 항적, 고도 등 구체적인 정보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일반인들과 공유하는 방식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현재 트위터에는 ‘에어크래프트 스폿’ 외에도 ‘재스’와 ‘캐네디언 스카이와처’ 등 수 십개의 군용기 추적 계정들이 있습니다.

지난 23일 미국에 단 2대뿐인 미 정찰기 ‘RC-135U 컴뱃 센트’의 한반도 출현 사실을 알렸던 ‘노콜사인’도 대표적인 군용기 추적 계정입니다.

‘노콜사인’은 이날 컴뱃 센트가 한반도에 나타난 직후부터 이를 트위터에 알렸으며, 이후 모습을 감출 때까지 4시간 넘게 추적했습니다.

한국인인 ‘노콜사인’은 최근 VOA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미 정찰기가 한반도에 자주 출현한 시점을 ‘작년 11월말부터 1월초’, 그리고 ‘2월 중순부터 현재’까지로 꼽았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말은 북한이 ‘크리스마스 선물’ 등을 언급하며 도발을 예고했던 시점이고, 올해는 북한이 한 동안 중단했던 미사일을 연이어 발사하던 시기와 일부 겹칩니다.

특히 “북한의 미사일 발사 전날, 혹은 당일에 정찰기가 포착되는 경우가 많았다”며, 이에 따라 미군이 북한의 군사적 움직임을 면밀히 감시하면서 북한의 군사행동을 미리 판단하는 걸로 추정된다고, 노콜사인은 분석했습니다.

올해 2월부터 매우 제한된 정보만을 공개한 미상의 비행체가 출현하기 시작한 사실도 주목되는 부분입니다.

‘호출부호’ 하나만을 외부로 드러낸 이 미상의 비행체는 매일 저녁 충청남도 천안과 태안, 평택 등 한국 중부 일대를 수십 회 비행한 뒤, 또 다른 비행체와 교대하는 형태를 한 달 넘게 보이고 있습니다.

‘노콜사인’은 이 비행체가 전형적인 정찰 항적을 보이고 있다며, 이 역시 정찰기일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그러나 이 미상의 비행체를 제외하면, 여전히 다수의 미 정찰기들이 자신의 정체를 감추지 않고 있습니다.

일반 트위터 이용자들이 미 정찰기들의 움직임을 포착해 공개할 수 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노콜사인’은 미 정찰기들이 의도적으로 트랜스폰더를 켠 상태에서 고도와 속도, 콜사인, 항적 등 정보를 노출하고 있다며, 여기에는 ‘내가 너를 지켜보고 있다’는 일종의 의도가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한반도 등에 포착된 미군 정찰기들의 경우, 북한 군에 자신들의 존재를 알리는 것은 물론 도발에 대한 경고의 의미까지 담았다는 주장입니다.

하지만 군사 전문가들은 이 같은 미군의 ‘의도성’에 대해 엇갈린 의견을 보이고 있습니다.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미 정찰기들의 출현이 빈번했던 지난달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미군이 북한에 보내는 신호로 해석했습니다.

[녹취: 베넷 선임연구원] “So they're maintaining a high level of reconnaissance...”

미군이 높은 정찰 강도를 유지하면서 북한을 억지하고 북한의 활동을 포착할 수 있다는 겁니다.

반면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은 통상 미군은 북한에 메시지를 보내는 데 정보 자산을 이용하지는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맥스웰 선임연구원]“We don't use intelligence assets for messaging…”

대신 B-52와 B-1, 혹은 B-2 같은 전략 자산이 이용된다는 겁니다.

맥스웰 연구원은 정찰기들의 비행 신호 증가 현상이 대북 신호일 수도 있겠지만, 해당 지역에서 작전을 펼치는 항공기 간의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일상적인 상황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