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가운데)과 알렉스 웡 국무부 대북특별부대표(왼쪽)가 지난해 12월 한국을 방문했다.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가운데)와 알렉스 웡 국무부 대북특별부대표(왼쪽)가 지난해 12월 한국을 방문했다.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가 오늘(7일) 한국에 도착해 2박 3일 일정을 시작했습니다. 북한은 또다시 미국과의 대화에 부정적인 담화를 발표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가 군용기를 타고 7일 오후 한국의 오산공군기지에 도착했습니다.

알렉스 웡 대북특별부대표 등 소수의 국무부 관료들과 함께 한국을 찾은 비건 부장관은 오는 9일까지 사흘간 한국에 머뭅니다.

비건 부장관의 이번 방한은 북한이 최근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등 대남공세를 강화하면서 한반도 정세가 악화된 상황에서 이뤄진 겁니다.

특히 문재인 한국 정부가 11월 미국 대선 전 3차 미-북 정상회담 개최 필요성을 제기한 상황이어서 비건 부장관이 이번 방한을 계기로 북한에 대해 대화 재개를 위한 어떤 메시지를 발신할지 주목됩니다.

한국 외교부에 따르면 비건 부장관은 7일 해리 해리스 대사 등 주한 미국대사관 관계자들을 만나고 이어 8일 오전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 예방을 시작으로 한국 측과 본격 협의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강 장관 예방 후 조세영 외교부 1차관과 제8차 미-한 외교차관 전략대화를 갖고 연이어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미-한 북 핵 수석대표 협의를 진행합니다.

김인철 한국 외교부 대변인입니다.

[녹취: 김인철 대변인] “이번에 개최되는 일련의 회담 협의를 통해 한-미 양국은 굳건한 한-미 동맹을 재확인하는 한편 한반도 문제, 그리고 역내 글로벌 문제에 대해서도 심도 있는 논의를 가질 예정입니다.”

미-한 외교차관 전략대화에선 교착 상태인 미-한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협상이나 미국이 추진하는 주요 7개국 즉, G7 확대, 경제번영네트워크(Economic Prosperity Network) 등에 대한 의견 교환이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비건 부장관과 조세영 차관은 전략대화 뒤 약식 브리핑을 할 예정입니다.

북 핵 수석대표 간 만남에선 한반도 정세에 대한 평가 공유와 상황 안정을 위한 논의를 갖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의 실질적 진전을 위한 협력 방안에 대해서도 심도 있는 협의를 가질 계획이라고 한국 외교부는 설명했습니다.

비건 부장관은 이도훈 본부장과 함께 취재진을 만나 논의 내용을 설명하는 자리를 가질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비건 부장관은 이 자리에서 비핵화 협상에서 미국의 유연한 태도를 강조하고 북한의 도발 자제와 대화 복귀를 촉구하는 메시지를 낼 것이라는 관측입니다.

비건 부장관은 방한 때마다 판문점 등에서의 대북 접촉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이번에 그런 제안을 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비건 부장관은 방한 기간 중 서훈 신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만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비건 부장관은 9일 일본으로 떠날 예정입니다.

한편 비건 부장관 일행은 한국에 들어올 때 미국에서 발급받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음성 결과를 제출하고 입국 시 검사와 자가격리를 면제받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7일 권정근 외무성 미국담당 국장 담화를 통해 “미국 사람들과 마주 앉을 생각이 없다”며 대화 재개를 거부했습니다.

앞서 지난 4일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이 담화를 통해 미-북 정상회담 가능성을 일축한 것과 같은 입장을 재확인한 겁니다.

권 국장은 3차 미-북 정상회담 중재 의지를 보이고 있는 문재인 한국 정부에 대해  ‘삐치개질’ 즉 참견질을 한다고 폄하하면서 “자꾸만 때를 모르고 잠꼬대 같은 소리만 하고 있으니 북남관계만 더더욱 망칠 뿐”이라고 비난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북한이 미국과 한국을 함께 겨냥한 비슷한 내용의 담화 발표를 반복하는 것은 비핵화 협상 재개에 대한 거부감을 강조하면서 자신들의 요구를 받아들일 것을 압박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북한은 정말로 무시할 땐 담화를 내지 않습니다. 아니면 정말로 판을 깨는 담화를 내거나. 그 얘기는 뭐냐 하면 과거와 같은 방식에는 나가지 않겠다는 얘깁니다. 북한이 얻을 게 확실하고 명백하게 보장이 있을 땐 나오겠지만 예를 들면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후광효과를 노리는 회담이라든지 아니면 협상 자체로 시간 보내는 일은 안 하겠다는 얘기에요.” 

한국 측 북 핵 6자회담 수석대표를 지냈던 천영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북한이 영변 핵 시설 폐기와 2016년 이후 유엔 대북 제재 해제를 맞바꾸자는 ‘스몰딜’ 입장에 변함이 없음을 분명히 한 것이라며, 미국으로서도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것을 북한도 알기 때문에 나오는 반응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천영우 전 수석] “앞으로 계속 핵을 만들 수 있게 해주는 스몰딜을 하자고 하니까 미국으로선 받을 수 없는 거죠. 스몰딜이라는 게 최소한 앞으로 핵을 더 안 만들겠다든지 그런 이야기 나오면 스몰딜을 할만 하지만 앞으로 우리가 계속 핵을 더 만들 수 있게 보장을 하는 그런 스몰딜을 하자, 그러면 미국이 왜 받겠습니까, 북한에 항복하는 셈이 되는데.”

일각에선 북한이 비건 부장관의 이번 방한을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한반도의 안정적 상황 관리를 위한 행보로 보고 이를 역이용해 앞으로 대미 공세 강화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