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3년 12월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이 손녀와 함께 판문점 비무장지대를 방문했다.
지난 2013년 12월 조 바이든 당시 미국 부통령이 손녀와 함께 판문점 비무장지대를 방문했다.

미국과 한국, 일본 등 전직 외교안보 고위 관리들이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에 ‘아시아 핵기획그룹’(ANPG) 창설을 제안했습니다. 북한과 중국의 핵무기 증강에 대응해 미국의 동맹국들에 대한 핵 안전보장을 강화하기 위한 다자간 협의기구의 필요성을 제기한 겁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내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가전략연구원은 미국과 한국, 일본, 호주, 유럽 등 전직 외교안보 고위 관리들이 ‘핵 확산 방지와 미국의

동맹국들에 대한 안전보장’이란 제목의 연구보고서를 작성, 지난달 20일 출범한 조 바이든 미 행정부에 보내 ‘아시아 핵기획그룹’(ANPG:Asian Nuclear Planning Group) 창설을 제안했다고 11일 밝혔습니다.

이들 전직 고위 관리들은 지난해 1월 미국 시카고국제문제연구소(CCGA) 주관으로 결성한 ‘미국의 동맹국들과 핵무기 확산 문제에 관한 특별연구회(TF)’에 참여해 1년간 연구와 토론을 거쳐 연구보고서를 만들었습니다.

이 특별연구회는 척 헤이글 전 미국 국방장관과 케빈 러드 전 호주 총리, 말콤 리피킨드 전 영국 외무·국방장관이 공동의장을 맡았고 한국의 이상희 전 국방장관과 윤병세 전 외교장관, 노부야스 아베 전 일본 원자력위원회 위원장, 볼프강 이싱어 전 독일 외교담당 국무장관 등 10여명이 참여했습니다.

이들은 보고서에서 “미국은 북대서양조약기구, 나토(NATO)의 핵기획그룹과 같은 아시아 핵기획그룹을 창설해야 한다”며 “호주·일본·한국을 미국의 핵 기획 과정에 포함시키고 이들

동맹국들에게 미국 핵 전력에 관한 구체적 정책들을 논의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윤병세 전 장관은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이번 보고서는 트럼프 행정부를 거치면서 미국의 동맹국들에 대한 안보공약 신뢰가 약화된 데 대한 문제의식이 담겨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윤 전 장관은 한국과 유럽 일각에서 러시아, 중국, 북한 등의 핵 위협에 맞선 미국의 핵우산 공약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면서 한국과 유럽 일각에서 독자적인 핵 억제 능력 개발 등 다양한 방안들이 거론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윤병세 전 장관] “동맹국 내에서도 미국의 안보공약을 의심해서 여러 가지 형태의 옵션을 생각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그것이 핵 확산으로 연결될 수 있으니까 그것을 방지하기 위해선 미국이 지금보다 훨씬 더 강한 안전보장 장치를 강구하고 제공해야 된다, 이게 중요한 포인트에요.”

보고서는 “1967년 이래 나토 핵기획그룹은 유럽 동맹국들에게 미국의 핵보장을 안심시키는 데 결정적 요인인 동시에 핵 연습과 기획의 수행을 위한 중추기관이었음이 입증됐다”며 “미국이 아시아 핵심 동맹국들을 안심시키려면 이와 유사한 기구를 창설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아시아 핵기획그룹은 호주, 한국, 일본 세 나라를 미국의 핵 기획 과정에 참여시켜 이들 동맹국이 미국의 핵 전력과 관련된 구체적인 정책을 논의하는 플랫폼을 제공하게 될 것”이라며 “여기에는 최고위층의 정치 지도자들도 포함될 수 있다”고 제시했습니다.

또 “이 장치가 기존의 상호방위조약을 대체하지 않으며 오히려 이를 강화시켜 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윤병세 전 장관은 핵 무력 증강을 지속하고 있는 북한의 위협을 지역 차원에서 공동대처하기 위한 장치라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윤병세 전 장관] “이런 다자적 협의 채널 내지 기구가 생기게 되면 특히 북한 위협을 한-미 또는 한-미-일간 위협으로만 간주하는 게 아니라 역내 공동위협으로 간주해 가지고 공동 대처하게 되는 최초의 제도적 핵장치가 되는 거니까 상당히 중요하다고 볼 수 있는데.”

한국 내에선 이 같은 다자기구가 만들어질 경우 중국과의 갈등이 고조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습니다.

이 때문에 한국의 독자적 핵 개발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기존의 양자 협의체인 미-한 확장억제정책협의회를 발전시켜야 한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신범철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이번 보고서는 중국과 북한의 핵 능력이 고도화되고 있는 가운데 핵 위협을 받고 있는 당사국들간 긴밀한 핵 협력의 필요성을 환기시킨 제안으로 본다고 평가했습니다.

보고서는 이와 함께 “미국은 일본, 한국과의 강력한 3국 안보협력의 재구축에 우선순위를 부여해야 한다”며 “3국 안보협력은 북한 위협에 대처하고 아시아 전체에서 다자간 안보 구도를 구축하기 위한 전제조건”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미국 대통령은 안보공약의 근원적 초석을 재확인해야 한다”며 “여기에는 조약에 기반한 집단방어 공약에 대한 명확한 재천명, 독일과 여타 지역으로부터 미군 부대를 철수하려는 결정의 철회, 유럽과 아시아 주둔 미군 부대를 위한 장기적이고 균형적인 비용 분담 협정을 체결하기 위한 협상 등이 포함된다”고 지적했습니다..

보고서는 이어 “미국이 유럽과 아시아 동맹국들과 억제와 방위능력 보강을 위한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며 "여기에는 유럽·아시아에서의 재래식 방위 능력 제고, 미사일 방어 능력의 추가 배치, 그리고 필요시 동맹국들과의 협의 하에 전진배치 체계와 공약의 적절성 보장을 위한 비전략 핵무기 태세의 재검토 등이 포함된다”고 강조했습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과 관련해선 “북한은 50~70발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이미 한국 전역뿐 아니라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미군기지까지 타격할 수 있는 1천 발 이상의 단거리와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배치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