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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한일, 북한 비핵화 3각 공조 확인… 북한 '태양절' 도발 여부 주목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가운데)과 기타무라 시게루 일본 국가안보국장(왼쪽), 서훈 한국 청와대 안보실장이 3국 안보실장 회의를 위해 2일 미 해군사관학교에서 만났다. 사진=백악관 국가안보회의 트위터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가운데)과 기타무라 시게루 일본 국가안보국장(왼쪽), 서훈 한국 청와대 안보실장이 3국 안보실장 회의를 위해 2일 미 해군사관학교에서 만났다. 사진=백악관 국가안보회의 트위터

미-한-일 세 나라가 안보실장 회의를 통해 북한 비핵화를 위한 3각 공조 의지를 재확인했습니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이달 중 발표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김일성 주석의 생일인 ‘태양절’을 즈음한 북한의 도발 여부가 주목되는 상황입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2일 미국에서 열린 미-한-일 세 나라 안보실장 회의 결과 백악관이 발표한 언론성명은 “북한의 핵과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에 관한 우려를 공유했다”며 “비핵화를 향한 3국 공동의 협력을 통해 이 문제를 대응하고 해결하겠다는 약속을 재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세 나라는 또 핵 확산 방지와 함께 한반도에서 억지력을 강화하고 평화와 안정 유지를 위해 협력하는 데 있어 북한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유엔 안보리 결의에 대한 완전한 이행 필요성에 동의했습니다.

안보리 결의 이행을 강조한 것은 지난달 25일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처음으로 탄도미사일 발사 시험을 한 북한을 겨냥한 메시지로 보입니다.

이와 함께 북한이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를 내세워 대북 제재 완화를 요구하는 것으로 인식되는 가운데 북한의 결의 준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거듭 드러낸 표현이라는 분석입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신범철 외교안보센터장은 한국 정부가 요구한 것으로 보이는 북한과의 조속한 대화 재개가 백악관 언론성명에서 빠진 것은 북한과의 협상 재개를 위한 구체적인 방법론에서 의견 차이가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했습니다.

신 센터장은 미 행정부 고위 당국자가 1일 세 나라 안보실장 회의 사전브리핑을 통해 2018년 미-북 정상간 싱가포르 합의에 대해 “중요성을 이해한다”며 “며칠 내에 이에 관해 더 언급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밝힌 대목을 주목했습니다.

이 발언 자체가 싱가포르 합의의 계승 선언은 아니지만 북한과의 협상 필요성을 어느 정도 인정하는 분위기를 읽을 수 있다고 신 센터장은 말했습니다.

[녹취: 신범철 센터장] “결국 미국도 북한을 압박만 할 순 없잖아요. 그러니까 북한 비핵화 원칙과 제재 이행이라는 부분에 있어선 기존 입장을 강조하되 북한과의 협상과 관련해선 단계적 비핵화라든가 이런 부분을 제안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저는 이렇게 생각해요.”

바이든 행정부는 출범 이후 아직까지 전임 트럼프 행정부에서 체결된, 새로운 미-북 관계를 통한 신뢰 구축과 항구적 한반도 평화체제, 이를 통한 한반도 비핵화를 골자로 한 싱가포르 합의의 계승 여부를 명시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이번 안보실장 회의에서 정의용 한국 외교부 장관이 최근 기자회견에서 필요성을 강조했던 종전선언 문제도 논의됐을 것이라면서, 북한을 협상의 장으로 이끌기 위한 방법을 놓고 세 나라가 여전히 의견을 조율하고 있는 과정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신범철 센터장] “한-미-일 3국이 고민하는 것이 과연 어느 정도 수준에서 북한을 (대화에) 끌어들일 수 있을 것이냐, 최근 워싱턴 분위기가 북한한테 약간의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계속 들리는 상황이기 때문에 아마도 종전선언까지는 아니고 싱가포르 합의에서 시작할 수 있다는 정도까지는 바이든 행정부가 내놓을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고요.”

세 나라 안보실장 간 대면회의가 끝나면서 마무리 단계로 알려진 바이든 행정부의 새 대북정책이 이달 중 발표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강대강 선대선’ 원칙을 내세워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 발표를 기다리며 기싸움을 벌이고 있는 북한은 오는 15일 김일성 주석의 생일인 ‘태양절’을 앞두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북한이 지난 25일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에 이어 또 다시 무력 도발에 나설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홍민 박사는 북한의 최근 미국에 대한 반응 패턴을 보면 상대방의 행동에 상응한 대응을 하는 이른바 ‘비례성의 원칙’에 따르고 있다며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 발표가 태양절 이후에 나올 가능성이 많기 때문에 북한도 그 때까지는 신중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녹취: 홍민 박사] “4.15에 맞춰서 먼저 강하게 뭔가 자신의 입장을 내세우면서 뭔가 움직인다는 것은 어떻든 상대의 기회를 차단하거나 상대가 다음에 취할 행동에 앞서서 먼저 모든 것을 취해버리는 형식이기 때문에 기존에 자신이 선언한 비례성의 원칙에 맞지가 않거든요.”

홍 박사는 그러나 최근 리병철 북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이 담화를 통해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가 국방과학정책 목표를 관철하기 위한 하나의 공정이며, 주권국가의 당당한 자위권에 해당한다고 주장했기 때문에 이런 논리를 내세워 제한적인 무력시위에 나설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박원곤 교수는 태양절이 북한 주민들에게 갖는 상징성을 고려할 때 주민 결속 차원에서도 모종의 무력시위에 나설 수 있다고 예상했습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김일성 생일은 대외적인 메시지도 있지만 대내적으로도 매우 중요하죠. 북한이 최대의 명절이라고 얘기하는데. 그렇다면 김정은 입장에서도 북한 주민들한테 뭔가를 보여줘야 하는 게 늘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보여줄 게 없죠. 그렇다면 지난 1년여 코로나 정국에서 북한이 보여줬던 군사력을 다시 한 번 과시하는 게 유일한 방법이니까 여전히 저는 도발의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생각이 되고요.”

이와 함께 3일 중국에서 열린 한-중 외교장관 회담 결과도 북한의 단기 대응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한-중 양측은 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 실현과 항구적 평화 정착이라는 목표를 공유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한반도 정세의 안정적 관리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진전 여건 마련을 위해 협력을 지속 확대해 나가기로 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한-중 외교장관 회담 결과는 최근 잇단 담화 발표와 무력시위에 나선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우호적인 메시지를 담았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홍민 박사는 이 회담 결과가 북한의 대외정책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변수는 아니지만 긴장 완화와 대화 필요성을 강조함으로써 북한이 당장 도발 보다는 좀 더 지켜보자는 쪽으로 분위기를 만드는 역할은 했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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