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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전 관리들, 김정은 건강이상설에 “정보 공유와 동맹 강화할 때...섣부른 추측 말아야”


21일 한국 서울역에 설치된 TV에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건강이상설 관련 보도가 나오고 있다.
21일 한국 서울역에 설치된 TV에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건강이상설 관련 보도가 나오고 있다.

미 전직 외교·안보 고위 관리들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위중한 상태라는 보도와 관련해 추측을 삼가며 극도로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과잉 대응을 해서는 안 되며, 오보로 판명되더라도 향후 미-한 동맹과 두 나라의 밀접한 공조를 강화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제안이 나옵니다. 백성원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마이클 그린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아시아담당 수석 부소장은 “스탈린주의적 왕조 체제에서 승계 과정이 진행될 때는 언제나 불안정성과 불예측성 위험이 커지기 마련”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마이클 그린 CSIS 아시아담당 수석 부소장] “Any time there is a succession in a Stalinist dynastic regime, the dangers of instability or unpredictable moves increase.”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선임보좌관을 지낸 그린 부소장은 22일 VOA에 “따라서 미-한 동맹은 일본, 유엔군사령부 소속 주요 국가들과 함께 정보 공유와 전략적 공조를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마이클 그린 CSIS 아시아담당 수석 부소장] “So the U.S.-ROK alliance must intensify intelligence-sharing and strategic coordination with Japan and the key members of the UN Command, while trying to break through the mistrust caused by COVID-19 to establish better dialogue with Beijing.”

아울러 “중국과도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야기된 불신을 뚫고 더 나은 대화를 구축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도 김정은 신변 관련 보도에 대한 과잉반응으로 북한을 지나치게 자극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마이클 그린 CSIS 아시아담당 수석 부소장] “Increase DEFCON or otherwise upgrading military preparedness in an obvious way would risk provoking North Korean paranoia and responses, so a lowkey but intense focus is called for right now.”

“(대북 방어준비태세인) 데프콘 단계를 격상하거나 군사 준비태세를 노골적으로 강화해 북한의 피해망상을 자극하는 대신 절제된 방식을 취하면서도 강력한 집중이 필요한 시기”라는 설명입니다.

미 전직 고위 관리들은 ‘급변사태’와 같은 불확실한 추측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현안에 집중하는 정책의 연속성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세바스천 고르카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은 독재 체제에 내제된 근본적인 약점을 지적하면서, 미국은 현행 대북 정책을 그대로 이어나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세바스천 고르카 전 백악관 부보좌관] “The Kim regime is incredibly fragile. All bloodthirsty Communist regimes are. The President should continue what he is doing. Weakening Pyongyang and strengthening and reassuring our allies and friends like Japan and South Korea.”

트럼프 행정부 출범 당시 업무를 맡았던 고르카 전 부보좌관은 “잔인한 공산 체제가 모두 그렇듯이 김정은 정권도 매우 취약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을 계속 약화시키고, 일본, 한국과 같은 동맹·친구들과의 관계는 강화하면서 이들을 안심시키는 현재의 접근법을 계속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북한과 최전선에서 협상했던 전직 외교 관리들은 이 같은 원칙 이상의 ‘대응책’이나 ‘비상계획’을 언급하는 것을 극도로 꺼리는 분위기입니다.

조셉 디트라니 전 6자회담 미국 차석대표는 “북한의 권력을 누가 잡고 있든, 미국과 한국은 2018년 싱가포르 공동성명과 판문점 선언의 이행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조셉 디트라니 전 6자회담 미국 차석대표] “Regardless of who's in power, the U.S. and ROK should pursue implementation of the Singapore Joint Statement of June 2018 and the Panmunjom Declaration of April 2018.”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수석부차관보는 더 나아가 북한의 위기 상황에 대비한 동맹 차원의 사전 지침을 수립하기는 매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수석부차관보] “There is no "manual" for a pre-crafted response and any attempt to write one would probably be a waste of time, since crises never unfold in expected ways and there are just too many variables.”

“위기는 예측을 불허하는 방식으로 터지고 변수가 너무 많아 조기에 대응 ‘안내서’를 미리 공들여 준비하려는 시도는 시간 낭비일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특히 “미-한 양국 사이에 존재하는 현 정치 환경 속에서는 두 나라가 같은 방식으로 상황을 인식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어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수석부차관보] “As for how the U.S.-ROK alliance should respond to a future contingency, once again, there are just too many variables and uncertainties. All of it is further complicated by the fact that in the current political environment that exists between Seoul and Washington, there is a chance that the allies might not see things the same way. A discussion of this particular subject is potentially volatile and is best had totally off the record…”

따라서 “휘발성이 잠재된 이 사안은 철저히 비공개로 다루는 것이 최선”이라고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강조했습니다.

수전 손튼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 대행도 “김정은의 건강 관련 소문은 지나치게 추측에 근거를 둔 보도”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습니다.

[수전 손튼 전 국무부 차관보 대행] “I think the rumors are highly speculative. What I would say is that the U.S. and ROK and the rest of the international community should be prepared to seize any opportunity that presents itself to get North Korea to change course to something more productive.

다만 “미국과 한국, 그리고 국제사회는 북한이 보다 생산적인 진로로 방향을 바꾸도록 자연스럽게 유도할 기회를 붙잡을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세계적인 보건 재앙이나 북한 지도부 관련 격변은 보통 그런 기회가 될 수 있지만 미국과 한국이 ‘선수’를 칠 수는 없다”며 “북한이 먼저 손을 뻗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수전 손튼 전 국무부 차관보 대행] “A global health disaster or ferment in DPRK leadership would normally be such opportunities, but US and ROK cannot make the “first move” – the DPRK will have to reach out. And right now, it seems this is unlikely.”

손튼 전 차관보 대행은 그러나 “북한이 당장 그렇게 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전직 관리들은 이처럼 ‘미국의 적극적인 개입 가능성’을 공공연히 거론하는 것을 극도로 경계했습니다. 특히 북한에서 실제로 급변사태가 발생할 경우 중국이 맡게 될 잠재적 역할 등이 언급되는 데 대해서도 “성급하다”며 선을 그었습니다.

그린 부소장은 “중국이 장성택 전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쪽으로 일찍 움직였고 이것이 그가 처형된 이유일 것”이라면서 “북한 정권은 외부 개입에 저항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마이클 그린 CSIS 아시아담당 수석 부소장] “China made an early move to Jang Song Taek and that probably contributed to his execution. The regime will resist external interference. We should keep channels open but not expect that a rush to beat China will work.”

그러면서 “채널을 열어둬야 하지만 중국보다 선수를 치는 게 통할 것이라고 기대해선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고르카 전 부보좌관도 북한이 급변 사태를 겪을 경우 중국의 즉각적 개입을 막기 위해 미국과 한국이 먼저 움직여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기 원하지 않는다면 그렇게 하지 말아야 한다”며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습니다.

[세바스천 고르카 전 백악관 부보좌관] “No. Unless you want war again on the Peninsula. The Trump Administration is not a neoconservative interventionist administration. But it will take action to protect its interests and its friends if threatened.”

고르카 전 부보좌관은 “트럼프 행정부는 신보수주의적 개입주의 행정부가 아니”라면서도 “하지만 미국의 이익과 미국의 친구들이 위협받으면 이를 보호하기 위해 행동을 취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그린 부소장은 “김정은의 사망 소문이 사실이라면 국방위원회의 지도에 따라 김여정이 점진적으로 권력을 차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조심스럽게 내다봤습니다.

[마이클 그린 CSIS 아시아담당 수석 부소장] “I would say that the most likely scenario (if the most dire reports on Kim Jong Un’s death are true) would be for Kim Yo Jong to gradual take over under the guidance of the National Defense Commission. Major provocations, refugee flows or instability would still remain unlikely.”

그러면서 “북한의 도발이나 난민 탈출, 불안정한 상황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고 전망했습니다.

VOA 뉴스 백성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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