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일본 도쿄 신오쿠보 지역 인근 상점에 걸린 태극기와 일장기. (자료사진)
일본 도쿄 신오쿠보 지역 인근 상점에 걸린 태극기와 일장기. (자료사진)

바이든 행정부가 새 대북 접근법에 대해 연일 한국과 일본 등 동맹과의 공조를 강조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전문가들은 북한을 바라보는 한국과 일본의 차이가 큰 만큼 미국의 조율이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다만, 한국과 일본 모두 ‘비핵화’라는 같은 목표를 공유하고 있는 점에 주목하며, 미국이 이를 토대로 한 정책을 추진할 것을 조언했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미국의 전문가들은 미-한-일 3각 동맹이 북한 문제 대응을 포함해 미국의 동북아시아 정책 전반에 필수적인 요소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습니다.

세 나라의 일치된 대응을 통해 북한 문제에서 더 많은 지렛대를 갖게 되는 것은 물론 중국에 단합된 메시지를 보내는 등의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현재 한국과 일본의 갈등이 심화돼 있고, 양국의 대북 접근법에도 큰 차이가 있는 점이 미국이 3각 동맹을 원활하게 조율하는 데 어려움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스콧 스나이더 미 외교협회 미한정책국장은 10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역사적으로 볼 때 한국이 진보 정권이고 일본이 보수 정권일 때 세 나라가 일치된 입장을 조율하는 게 더 어려운 건 분명한 사실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스나이더 국장] “It's pretty clear that it's harder to coordinate shared positions when South Korea is led by a progressive government, and Japan is led by a conservative government…”

주한대사를 지낸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도 VOA에 대사 시절 두 나라 사이에서 자신의 역할은 중재자(mediator)에 가까웠다면서, 세 나라를 하나로 묶는 건 필요한 일이지만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힐 전 차관보] “I described some meetings I had where I found that I was more a mediator…”

앞서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9일 정례브리핑에서 대북정책 재검토와 관련해 현재 진행 중인 압박정책과 향후 외교의 잠재성에 대해 한국과 일본, 다른 동맹국, 협력국과 긴밀히 협의하고 조율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프라이스 대변인은 북한이 미국의 관심을 끌기 위해 핵실험이나 미사일 시험을 할 것을 우려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보다 더 우려스런 것은 한국, 일본과 긴밀히 조율하지 않게 되는 상황이라고 답하며 미-한-일 3국의 관계가 대북 접근법의 핵심이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따라서 미국이 대북정책을 재검토하고 있는 상황에서 악화된 한-일 관계와 두 나라의 근본적으로 다른 대북 접근법이 어떤 영향을 끼칠지 주목되고 있습니다.

스나이더 국장은 미국이 북한에 대한 접근법 마련을 위해 한국과 일본과 협의를 해야 하는 것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스나이더 국장] “I think that it's inevitable that there will be consultations with Japan and with South Korea as related to North Korea…”

한국, 일본과 함께 북한 문제를 해결한다는 관점에선 미국이 가장 가까운 동맹국들의 지지를 받는 통합적이고 동기화된 접근방식을 취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따라서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접근법은 한국 쪽 입장에도 호의적이면서 일본의 관점에도 호의적인 혼합된 형태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스나이더 국장은 밝혔습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윌슨센터의 고토 시호코 동북아시아 연구원은 한국과 일본이 서로 다른 대북 접근법을 추구하고 있지만 동시에 ‘비핵화’라는 공동의 목표가 있다면서, 이런 사실에 근거한 미국의 역할에 주목했습니다.

[녹취: 고토 연구원] “When it comes to what role that Washington can play, I really do think that this new leadership in the White House…”

고토 연구원은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접근법에 대한 일본의 가장 큰 불만은 일본이 주된 역할을 맡지 못하는 등 전반적으로 소외됐다는 점이라면서, 행정부 초기 백악관 인사들이 협의체를 이끄는 방식으로 북한에 대한 대응을 일치화시키는 노력을 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고토 연구원은 통상 미국 행정부 출범 첫 100일 동안에는 다른 나라들과의 협력 기회가 적은 게 사실이라며, 이 기간이 길어질수록 미국이 한국, 일본과 협력하는 게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로버트 매닝 애틀랜틱 카운슬 선임연구원도 대북 접근법에 대한 한국과 일본의 차이는 전술적이고 전략적인 면에 더 치중돼 있다면서, 두 나라 모두 북한의 위협을 줄이고, 북한의 비핵화를 바란다는 점에 있어선 같은 입장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매닝 연구원] “I think the differences are more tactical and strategic, you know, both ROK and Japan want to see a reduced nuclear North Korean threat and want to see…”

매닝 연구원은 세 나라 고위급 인사들이 자주 만나 협의해야 할 것이라며, 바이든 행정부가 이런 협의를 재개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오바마 행정부 시절 미국과 한국, 일본은 외교차관 협의회를 열었으며, 미국 측 대표는 당시 국무부 부장관이던 토니 블링컨 현 장관이었습니다.

매닝 연구원은 미국과 일본은 한국에 비해 북한에 대한 비관적인 입장이 더 많은 게 사실이라며, 그렇다고 대화나 협의 등 북한과 어떤 가능성이 있는지 살펴보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는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세 나라가 협의를 통해 각자의 입장을 조율하고 이를 토대로 한 대북 접근법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켄 고스 미 해군분석센터 국제관계국장은 한국과 일본이 북한 문제에서 자연스럽게 하나가 될 수 있는 방법은 ‘북한에 대한 관여’뿐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녹취: 고스 국장] “The only way that you really can bring the two countries together naturally is to actually engage North Korea…”

고스 국장은 두 나라 사이의 앙금은 한국이 진보 정권이고 일본이 보수 정권일 때 극대화된다면서, 북한을 적으로 규정하고 압박 캠페인 등을 펼치는 건 결국 두 나라 사이의 앙금만 키울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역내 긴장을 높이며 동맹을 강화하는 미국의 전통적인 외교 방식은 일본과 한국의 역사적 상황 등을 고려할 때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겁니다.

다만 일본이 관여보다는 대북 압박에 더 치중하지 않겠느냐는 지적에 대해선 “일본 역시 납북자 문제 해결에 관심이 많고, 이로 인해 북한과 관여하고 싶어하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고스 국장은 일본 정부는 북한과 어떻게 관여를 시작할지 모르는 상태라며, 한국과 일본이 연대해 북한에 대해 현실적이고 유연한 전략이 필요하다는 점을 미국에 말할 수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