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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전문가들, 김여정 담화 "동맹 흔들려는 의도…목적 달성 어려워"


지난 2015년 12월 한국 연천군 한탄강에서 미군과 한국군 공병대가 연합 도강훈련을 실시했다. (자료사진)
지난 2015년 12월 한국 연천군 한탄강에서 미군과 한국군 공병대가 연합 도강훈련을 실시했다. (자료사진)

북한의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미-한 연합훈련 취소를 압박하는 담화를 낸 것은 미-한 동맹을 흔들려는 의도라고, 미국 전문가들은 분석했습니다. 하지만 전통적인 외교 접근법을 추구하는 바이든 행정부의 특성과 연합훈련이 양국의 안보에 지니는 의미 등으로 볼 때 북한의 압박이 목적을 달성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미국의 전문가들은 미한 연합훈련을 겨냥한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가 미국과 한국의 동맹에 틈을 벌리려는 시도로 해석했습니다.

켄 고스 미 해군분석센터 국제관계국장은 2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북한은 한국 문재인 정권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며, 이번 담화를 통해 미국과 한국이 서로 다른 의견으로 부딪히길 원하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고스 국장] “This is where the wedge gets driven between Seoul and Washington because they're running out of time, and they can use as a wedge to drive between the U.S. and South Korea…probably try to move further away from the U.S. in order to eventually get something done with North Korea.”

미국과 한국의 입장 차이는 북한 문제에 있어 성과를 이루고자 하는 문재인 정권을 미국으로부터 더 멀어지게 할 수 있다는 겁니다.

고스 국장은 또 북한이 당근을 준 뒤 곧바로 채찍을 내놓는 모습을 자주 보여왔다면서, 그런 관점에서 남북 통신연락선 복원을 당근으로, 이번 미한 연합훈련과 관련된 김여정 부부장의 압박은 채찍으로 해석했습니다.

조셉 디트라니 전 미국 6자회담 차석대표도 지난해 남북 연락사무소를 폭파한 북한 입장에선 통신연락선 복원이 중대한 결정이었다고 전제하면서, 이에 대한 대가로 북한은 미국과의 관계와 관련해 한국에 더 많은 압박을 가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디트라니 전 차석대사] “After re-establishing the hotline between the North and South, I think that's pretty major given what they did over a year ago taking down the liaison office…I think that just puts that much more pressure on Moon Jae-in and his administration in regards to relations with the United States.”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수석부차관보는 북한과의 관여에 간절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한국을 이용해 미국을 압박하고, 이를 통해 ‘미한 연합훈련 축소 혹은 중단’이라는 오랜 목표를 이루고자 하는 시도로 규정했습니다.

[녹취: 리비어 전 부차관보] “I think Pyongyang probably sees an opportunity to as it's done in the past, use Seoul to try to put some pressure on the United States to achieve an important objective. And the objective here of course is either to scale down or if possible cancel the upcoming US-ROK joint exercise.”

다만 전문가들은 이 같은 북한의 시도가 성공을 거두기는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클린트 워크 스팀슨센터 연구원은 VOA에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에 끌려가는 듯한 상황에 처하기를 원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워크 연구원] “The Biden administration doesn't want North Korea to be able to sort of set the parameters of what is an acceptable or to reestablish this narrative where the US is the one that's increasing tensions and sort of North Korea gets to be the arbiter of what increases tensions and what doesn't.”

바이든 행정부는 북한이 용인할 수 ‘있고 없고’를 결정하거나 미국이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고 주장하는 상황을 원치 않는다는 겁니다.

워크 연구원은 8월에 예정된 미한 연합훈련은 컴퓨터에 기반한 모의 방식이고, 또 최근 몇 년간 미국과 한국이 진행한 훈련이 규모가 축소되거나 실제 기동이 이뤄지지 않는 방식이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지난해 6월 한국 서울역에 설치된 TV에서 북한 김여정 제1부부장의 대남 발언 관련 소식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6월 한국 서울역에 설치된 TV에서 북한 김여정 제1부부장의 대남 발언 관련 소식이 나오고 있다.

그런데도 김여정 부부장은 어떤 형태의 훈련이든 상관없이 거부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면서, 이는 바이든 행정부가 용인할 수 있는 주장은 아니라고, 워크 연구원은 강조했습니다.

고스 국장은 이번 사안이 ‘안보’ 문제라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녹취: 고스 국장] “I think it'll be driven and I think there will be tensions between the two capitals. But, at the end of the day, South Korea realizes its national security is tied at the hip with the United States. So there's only so far they can go. And that's why the North Koreans won't deal with the South Koreans.”

미국과 한국이 연합훈련 축소 등의 문제를 놓고 어느 정도 간극을 보이고 긴장 관계를 유지할 수도 있을 것이지만, 궁극적으로 한국은 자신들의 국가 안보가 미국과 연결돼 있다는 점을 깨달을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고스 국장은 따라서 한국의 결정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고, 이는 북한이 한국과의 협상을 꺼리는 요인이라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일각에서 미한 연합훈련의 중단을 통해 북한과의 관여가 이뤄질 수 있다는 기대를 내놓는 데 대해서도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습니다.

리비어 전 부차관보는 연합훈련을 축소했지만 북한 문제에서의 진전을 이루지 못한 과거 사례를 상기시켰습니다.

[녹취: 리비어 전 부차관보] “It's now been three years since the Singapore summit when the United States unilaterally without consulting its ROK ally, without even consulting its own military commanders, decided to terminate or cut back major military exercises. And we are no closer to getting back to the table with North Korea today than we were three years ago.”

3년 전 싱가포르 정상회담 당시 미국은 동맹국인 한국은 물론 심지어 미군 사령관들과도 협의 없이 연합군사 훈련을 축소하는 결정을 내렸지만, 지금은 3년 전보다도 북한과의 대화에 더 가깝지 않은 상태라는 겁니다.

고스 국장은 바이든 행정부가 전임 트럼프 행정부와 달리 전통적인 정책을 취하고 있다며, 특히 북한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상황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자신의 국내와 외교 정책을 훼손하는 결정을 내리겠느냐고 반문했습니다.

[녹취: 고스 국장] “They are conventional political administration, they're not like Trump. He will undermine some of his domestic and foreign policy agenda to do that. And is he willing to do that, especially if North Korea is not doing anything?”

북한이 미한 연합훈련 축소 등과 같은 특정 조건을 내걸고 대화에 나서는 행태를 끊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디트라니 전 차석대사는 “북한이 한국이나 미국으로부터의 양보를 조건으로 대화에 복귀해 왔다”면서 “하지만 미국과 한국은 물론 관련국들조차 특정 조건을 만들지 않은 상태에서 평화로운 해법을 논의하자는 주장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따라서 북한이 연합훈련 등 특정 사안을 조건으로 하지 않고 곧바로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는 겁니다.

워크 연구원도 연합훈련 축소 등을 조건으로 북한과 대화를 재개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워싱턴에는 그런 기회를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워크 연구원] “I think there are voices in D.C. that want to find an opportunity to restart talks. But the counter to that is the North Koreans can reach out to Washington any time they want. And as we know, the Biden administration has tried to various methods to begin informal conversations with them, and they've been rebuffed.”

하지만 이와는 대조적으로 북한이 원할 때 언제든 연락을 할 수 있으며, 바이든 행정부도 이미 비공식 대화 시작을 위한 다양한 방법을 시도했지만 거절을 당했다는 목소리도 존재한다고, 워크 연구원은 지적했습니다.

워크 연구원은 ‘이달 중 미한 연합훈련이 실시될 경우 북한이 어떤 반응을 보이겠느냐’는 질문에는 북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자체 통제 상황에 놓여 있는 데다 중국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자 하는 현재 상태로 볼 때 “심각한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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