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 대선 유세를 위해 위스콘신주 오쉬코쉬를 방문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 대선 유세를 위해 위스콘신주 오쉬코쉬를 방문했다.

미국 대통령 선거가 석 달도 채 남지 않았지만 미-북 관계는 여전히 교착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미국이나 북한 모두 상황관리에 주력하면서 일각에서 제기됐던 대선 전 3차 미-북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은 갈수록 희박해지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7일, 오는 11월 3일 대통령 선거에서 이기면 북한과 빠르게 협상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지난 10일엔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당초 9월에 열기로 했던 주요 7개국, G7 확대 정상회의도 대선 이후 시점에서 하고 싶다며 연기를 시사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연이은 이런 발언은 한 때 제기됐던 미 대선 전 미-북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을 한층 떨어뜨리는 내용이라는 분석입니다.

한국 정부는 G7 회의를 계기로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이 보유 중인 핵심 핵 시설 일부를 폐기하면 미국이 대북 제재 일부를 해제하는 이른바 ‘스몰딜 플러스 알파’ 방안을 설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왔습니다.

한국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신범철 외교안보센터장은 북한이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당시 이상의 양보안을 내놓을 가능성이 희박한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섣불리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기 보다는 북한의 도발을 차단하기 위한 상황관리에 주력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녹취: 신범철 센터장] “지금 정상회담을 해서 커다란 양보를 얻어내면 그걸 대선에 홍보하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북한이 그런 합의를 해줄 가능성이 워낙 낮은

상황이기 때문에 오히려 대선 이전에 북한과 무언가를 이루기보다는 대선 이전에 북한의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또는 SLBM(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 실험으로 인해서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정책에 대한 비난이 일어나지 않기를 1차적 목표로 추진하는 거죠.”

한국 외교부 산하 국립외교원 김현욱 교수는 기본적으로 미국 유권자들의 미-북 관계에 대한 관심이 크지 않다는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미-북 정상회담에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를 느끼지 못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도 지난달 10일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 부부장이 담화를 발표한 이후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과 관련한 이렇다 할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김현욱 교수는 하노이 회담 실패로 김 위원장이 지도력에 큰 상처를 받은데다 대북 제재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수해라는 삼중고로 인한 경제난 심화로 민심이 악화된 상태이기 때문에 미국에 대한 요구 수준도 높아졌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현욱 교수] “이런 것을 극복을 하려면 미국과 협상이 아주 잘 돼야 하거든요. 잘 돼서 경제 제재도 완화되고 이런 식으로 해야 되는데 하노이 정상회담 실패 이후에 상처가 너무 커요 김정은은. 그래서 확실한 카드를 미국이 보여주지 않으면 다시 협상장에 나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에요.”

신범철 센터장은 북한이 지도자간 결단을 통한 문제 해결 방식인 이른바 ‘톱다운’ 방식을 선호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바라는 입장이기 때문에 핵실험이나 장거리 미사일 발사 같은 전략 도발을 자제하면서 대선 이후 시나리오별 협상 준비를 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문재인 한국 정부의 미-북 협상 중재자 역할론도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한국 정부는 미 대선 전 남북정상회담을 열고 이를 미-북 정상회담으로 가는 징검다리로 삼겠다는 구상이지만 당사자인 미-북 간 비핵화 협상을 둘러싼 입장차가 너무 큰 때문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통일부 장관, 국가정보원장 등을 새로 임명하면서 북한과의 소통과 협력에 초점을 맞춘 새 대북라인을 꾸리기도 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김 위원장이 악화일로에 있는 북한의 경제 상황의 돌파구를 대외정책에서 찾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김 위원장이 신종 코로나를 이유로 홍수 피해에 따른 외부 지원을 받지 않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혔지만 한국의 대북 지원을 통한 남북관계 전환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는 관측입니다.

조 박사는 또 북한의 경제 사정이 김 위원장을 궁지로 몰고 있다며 영변 핵 시설 폐기에 추가 양보안을 내놓고 미국과의 협상을 타진할 가능성을 아예 배제할 단계는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북한도 알고 있어요. 더 내놔야 한다는 걸. 그러니까 영변 플러스 알파의 내용, 그러니까 어느 패키지를 내놓느냐에 따라서 협상 가능성이 있는 거거든요. 사실 지금 모든 이견이나 문제점이 드러났기 때문에 협상할 수 있는 즉, 패키지를 만들어낼 여유도 사실 생긴 거죠. 그러니까 시간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렇게 시간적으로 불가능한 것도 아니죠.”

이런 가운데 일각에선 중국의 대북 지원이 최근 들어 활발해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한 외교 소식통은 지난 6월 북한이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이후 신압록강 대교를 통해 중국과 북한을 오가는 트럭들의 움직임이 분주해졌다고 전했습니다.

신범철 센터장은 미-중 갈등이 격화되는 가운데 중국이 북한 정권의 안전판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신범철 센터장] “작년 시진핑 주석의 평양 방문 이후로 미국과의 협상 과정에서 북한이 미국 쪽으로 가지 않는다, 중국의 충실한 동맹파트너로 남는다는 약속과 함께 북한 체제가 어려워지는 것은 중국이 막아주는 그런 정도의 공감대가 형성된 것 같아요. 그렇기 때문에 중국은 김정은 체제의 안정을 유지할 정도의 인도적 지원은 하고 있다고 그렇게 평가해요.”

중국의 이 같은 역할은 북한으로 하여금 미 대선 전 미국이나 한국과의 협상 재개 보다는 내부결속에 주력하도록 만들 것이라는 관측입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