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5일 평양에서 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3차 전원회의에서 발언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5일 평양에서 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3차 전원회의에서 발언했다.

미국의 주요 언론들은 북한이 잇단 담화를 통해 미국과의 대화 가능성을 일축한 소식을 일제히 보도했습니다. 북한이 미국의 선제적 양보를 원하는 것이라고 평가하며 녹록치 않는 국내 상황도 대화를 망설이는 요인 중 하나라고 풀이했습니다. 이조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AP 통신’은 23일, 전날 북한의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에 이어 리선권 외무상도 담화를 내고 미국과의 협상 가능성을 일축한 소식을 빠르게 전했습니다.

통신은 미국과 한국 관리들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얼마전 ‘대화와 대결’ 가능성을 동시에 언급한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지난 수개월 간 북한의 협상 복귀 의사가 없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었다는 지적을 해왔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이 잇단 담화를 통해 미국이 제재 완화와 같은 형태로 의미 있는 양보를 하지 않는 한 대화에 복귀할 의사가 없다는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했다는 겁니다.

통신은 북한의 이런 담화는 나흘에 걸쳐 열린 지난주 북한 노동당 전원회의 이후 나온 것이라며, 김정은 위원장은 이 회의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대응을 위한 국경 봉쇄 조치와 악화되는 식량난으로 타격 받은 북한 내 경제 개선 노력을 강화할 것을 촉구했다고 강조했습니다.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도 이날 관련 소식을 전하며 미-북 간 ‘외교적 교착 상태’가 더 길어지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특히 바락 오바마 대통령 시절 미국이 북한에 선제적인 핵 포기 약속을 요구하며 북한과의 고위급 협상을 거부했다는 사실을 거론하며, 이제는 반대로 김정은 정권이 협상을 거부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 시절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를 지낸 대니얼 러셀 아시아소사이어티 부회장은 이 신문에, 북한의 이런 행동은 ‘잘 자리잡은 북한의 전술’이라며 심지어 북한은 고위급 아래의 관여조차 보상으로 취급해 왔다고 말했습니다.

러셀 전 차관보는 북한은 상대방이 힘을 들이고 궁극적으로는 간청하게 만든다며 “어느 시점에서 마주할 때 상대방이 이미 많은 것을 빚진 것으로 만들려는 의도”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신문은 “북한이 또다시 차갑게 반응했지만 대화 가능성을 버리지 않고 더 나은 무언가를 기대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북한 정부 관리 출신인 한국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이철 선임연구원은 미국은 북한의 관심을 끌기 위해 한국과의 연합군사훈련을 중단하거나 제재 완화나 구체적인 약속을 할 의향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신문은 북한이 코로나 사태 초기부터 상대적으로 조용한 상태를 유지한 데 주목했습니다.

코로나와 홍수, 경제난으로 인한 북한 내부 문제는 북한이 핵 협상을 망설이는 요인 중 하나라는 겁니다.

알렉스 웡 전 국무부 대북특별부대표는 이 신문에, 김정은 위원장의 지난주 발언은 지난 18개월 동안 국내 문제에 집중했던 북한이 외교 혹은 대결을 통해 다시 외부적으로 관여할 의사가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습니다.

‘뉴욕타임스’는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를 전하며 북한이 미국에 ‘시간표는 미국이 아닌 북한에 달려 있다’는 메시지를 보냈다고 보도했습니다.

신문은 협상 테이블로 오기 전 항상 인센티브를 원해온 북한이 오는 8월 예정된 미-한 연합군사훈련을 대화 지연의 구실로 이용할 수 있다는 한국의 전문가들의 전망을 전했습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이 신문에 한 동안 북한이 정치, 경제적으로 가장 중요한 동맹국인 중국과의 교역과 협력을 늘리기 위해 국경 재개방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습니다.

‘CNBC’ 방송은 미국과 한국이 대북 접근법을 재고하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는 대화에 관한 미국의 기대를 ‘웃음거리’로 만들었다고 보도했습니다.

특히 이런 담화가 미국과 한국이 그 동안 논란이 됐던 워킹그룹 종료를 결정한 시점에서 나온 데 주목했습니다.

영국에 있는 킹스칼리지런던 대학교의 레이몬 파체코 파르도 교수는 이 방송에 한국 내 일부에는 워킹그룹이 남북 관계에 장애가 된다는 인식이 있다며, 문재인 정부는 워킹그룹 종료를 바이든 대통령의 선의의 제스처로 봤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블룸버그통신’은 대화와 대결 가능성을 모두 거론한 김정은 위원장의 발언과 미국은 언제 어디서든 대화가 준비가 돼 있다는 성 김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의 발언을 함께 전했습니다.

이어 한국에 있는 김두연 신미국안보센터 선임연구위원을 인용해 미국의 입장과 달리 북한은 대화를 할 준비가 돼 있지 않아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통신은 김정은 위원장이 최근 당 전원회의에서 경제난을 이례적으로 경고하며 국내 경제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한 데 주목했습니다.

그러면서 국제 컨설팅업체 피치솔루션스의 지난 4월 발표를 인용해 북한 경제는 수십 년 만에 최악으로 위축된 이후 올해 간신히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VOA 뉴스 이조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