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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북한, 억류 한국인 행방 밝혀야"...전문가들 "무관심 속 잊혀져가, 지속적 석방 요구"


북한에 장기간 억류된 한국인 김정욱, 김국기, 최춘길 씨. 사진 출처: AP(왼쪽), Reuters(가운데, 오른쪽)
북한에 장기간 억류된 한국인 김정욱, 김국기, 최춘길 씨. 사진 출처: AP(왼쪽), Reuters(가운데, 오른쪽)

북한에 억류돼 있는 한국인 6명의 신변안전에 대한 우려가 워싱턴의 인권 전문가들 사이에서 확대되고 있습니다. 무관심 속에 장기간 방치돼 있는 한국인 억류자들을 조속히 구출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하지만 유엔은 북한이 이 문제에 여전히 비협조적이라고 밝혔습니다. 백성원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유엔 산하 ‘강제적 비자발적 실종에 관한 실무그룹’은 북한이 한국인 억류 문제 해결 요구에 여전히 응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실무그룹 사무국은 21일 한국인 억류자 석방을 위해 북한과 계속 소통하고 있느냐는 VOA의 질문에 “북한이 이미 통보 받은 (억류) 사례와 관련해 동일한 답변만 내놓는 식으로 제대로 협조하지 않는데 대해 실무그룹은 거듭 우려를 제기해왔다”고 답했습니다.

[실무그룹] “The Working Group has repeatedly raised concerns about the lack of cooperation demonstrated by the Government of the 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 through the identical replies received in relation to the transmitted cases.”

그러면서 “실무그룹은 (2013년 억류된) 김정욱 씨 문제를 다뤄왔으며, 2018년 이 사안을 북한에 전달하면서 그의 행방에 대한 정보를 요청했다”고 확인했습니다.

현재 북한에 억류된 것으로 공식 확인된 한국 국민은 선교사 3명과 탈북민 3명 등 총 6명입니다.

2013년 10월 8일 밀입북 혐의로 체포된 김정욱 선교사는 6년 4개월째 억류 중입니다. 북한은 김 선교사에게 국가정보원과 내통했다며 국가전복음모죄와 간첩죄 등을 적용해 무기노동교화형을 선고했습니다.

또 2014년 10월 체포된 김국기 선교사와 같은 해 12월 붙잡힌 최춘길 선교사도 무기노동교화형 선고를 받고 억류돼 있습니다.

2016년 7월 평양에서의 기자회견으로 억류 사실이 공개된 고현철 씨 등 나머지 3명은 탈북민입니다.

실무그룹은 지난해 7월30일 배포한 보고서에서도 북한 당국에 한국인 억류 사건을 통보하고 관련 정보를 요구한 사실을 밝혔습니다. 당시 북한으로부터 실무그룹이 편파적이고 북한에 대한 정치적 모략을 꾸민다는 비난을 들었다는 설명도 담았습니다.

전 세계적 관심을 끌었던 미국인 억류 사건과 달리 훨씬 오랫동안 북한에 구금돼 있는 한국인들이 처한 상황이나 생사 여부는 거의 거론조차 되지 않는 데 대해 워싱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억류 미국인들을 모두 석방한 북한이 정작 “우리 민족”이라며 동질성을 강조하는 한국인들에 대해선 영사 접근 조차 허용하지 않고 있는 것은 극도의 모순이자 비인도적 처사라는 비판입니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수석부차관보는 북한에 한국민이 억류돼 있다는 기본적 사실마저 잊혀져 가고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녹취: 에반스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 “It's an issue that hasn't gotten enough attention by the international community, certainly hasn't gotten enough attention in South Korea, unfortunately, and even the United States for many years. We were so focused rightly on the nuclear issue on the issue of ballistic missiles and military threats…”

한국과 미국 모두 북한의 핵과 탄도미사일, 군사 위협에 집중하느라 북한에 구금되거나 납치된 한국민의 신변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는 겁니다.

이어 한국의 역대 정부를 돌아볼 때 자국민 인권을 존중한다는 평판을 가진 대통령과 행정부가 들어서도 막상 북한 주민이나 북한에 억류된 한국민들의 인권은 무시하거나 간과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에반스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 Even when there have been an administration in Seoul and presidents in the Blue House who have a reputation for being very concerned about human rights when it comes to the rights of South Koreans and South Korea have tended to ignore or overlook the human rights of the North Korean people but also South Koreans and others who are being held in the North.”

전직 관리들을 포함한 워싱턴의 전문가들은 미국과 한국 정부 모두 북한과의 대화와 협상에 무게를 두느라 억류 한국인 문제 등 인권 문제를 제기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에 의견을 같이 합니다.

미 대북 인권단체 북한인권위원회의 그렉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한국 정부가 자국민을 석방시키려는 정치적 의지가 있다면 억류 문제를 북한과의 대화 의제로 올려야 하지만 그렇게 하기를 꺼리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그렉 스칼라튜 북한인권위원회 사무총장] “Of course in order to bring them back, South Korea would have to bring this up with its North Korean counterparts. It seems that South ways are reluctant to do that.”

문재인 정부는 남북대화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는 판단 아래 대화를 위태롭게 만들 어떤 행동도 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이어 억류된 자국민을 귀환시키는 것은 정부의 책임이라며, 남북대화를 살리기 위해 자국민을 희생시키는 것은 매우 높은 대가를 치르는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녹취: 그렉 스칼라튜 북한인권위원회 사무총장] “Sacrificing one's own citizens for the sake of maintaining what appears to be dialogue alive is a very high price to pay.”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특히 지난해 말 전 세계 인권단체들과 비정부기구 등이 한국 대통령에게 북한 어민 강제 송환 등 인권 문제를 제기하는 서한을 보냈지만 여전히 답장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예를 들었습니다.

과거 케네스 배 씨 등 억류 미국인 석방 노력을 기울였던 로버트 킹 전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는 억류 당사자들과 가족들이 겪는 고통을 전혀 개의치 않는 북한과 상대해 해법을 도출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로버트 킹 전 북한인권특사] “When you're dealing with the North Koreans on issues like this they have absolutely no compassion for human suffering and for difficulties they're causing for parents and family in South Korea, and there's no easy answer.”

이런 이유 때문에 워싱턴에서는 한국인 억류 문제를 최대한 자주 국제회의 의제로 올려 전 세계적 주목을 받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제안이 나옵니다.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특히 북한에 억류된 한국인 6명은 수십년 동안 해결되지 않고 있는 납북 피해자 문제를 상기시킨다며 인권 차원에서 북한의 불법 납치와 억류 관행을 동시에 겨냥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지속적으로 거론함으로써 망신을 주는 이른바 ‘네이밍 앤드 셰이밍’(Naming and Shaming)을 효과적인 전략으로 언급했습니다.

[녹취: 에반스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 “The term of art that's used as naming and shaming, and I think that's a very appropriate approach here is to make the North Koreans realize that to the extent that they don't comply with the fundamentals of basic human rights, and the treatment of their own population as well as those who have been kidnapped and taken hostage in North Korea, to the extent that they don't comply with international norms that they are going to be called out by international organizations and by governments.”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한국인 억류 문제 해결에는 한국 정부 뿐 아니라 미국 정부 역시 역할을 할 수 있다면서, 마이크 폼페오 국무장관이 신장 위구르 무슬림 주민 탄압과 이란의 인권 유린 문제를 거론한 예를 들었습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주장하는 김정은과의 “독특하고 특별한 관계”를 북한의 인권 개선과 억류 한국인 석방에 활용하기 바란다고 덧붙였습니다.

[녹취: 에반스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 “I wish this administration in particular, which since the President claims to have a unique and special relationship with Kim Jong-un, why not use that special and unique relationship to try to advance the cause of human rights in general, but also the cause of getting people home, who are being held in North Korea against their will?”

하지만 미국 국무부는 북한에 억류된 한국인 석방을 위해 미국 정부가 외교력을 발휘할 수 있는지 묻는 질문에 한국 정부에 문의하라고 답했습니다.

다만 킹 전 특사는 이 문제를 공개적으로 부각시키는 데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며, 그럴 경우 북한은 늘 그래왔듯이 억류 한국인들을 (인질로) 역이용할 위험이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녹취: 로버트 킹 전 북한인권특사] “If the North Koreans think that you're really anxious to get these people release they will try to use it as the leverage because they are not averse to using individuals as leverage, which I find reprehensible but North Koreans do all the time.”

킹 전 특사는 억류 한국인 문제가 국제기구를 통해 다뤄지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광범위한 북한 인권 유린 실태를 제기하는 유엔의 특성상 국제무대에서 개별 억류 문제가 제기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백성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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