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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김정은 친서 교환 최소 28건…깍듯함 속에 약속 이행 요구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6월 판문점에서 만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6월 판문점에서 만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사이에 오고 간 친서는 적어도 28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두 정상은 친서에서 상대방에게 깍듯이 예의를 차린 가운데, 정상회담에서의 약속을 이행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김영교 기자가 보도합니다.

‘워싱턴 포스트’ 신문 밥 우드워드 부편집장은 15일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간 정상외교에 대해, `흥미롭고 창의적인 실험’이었다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우드워드 부편집장] “It's interesting, original experiment diplomacy.”

밥 우드워드 `워싱턴 포스트’ 신문 부편집장.
밥 우드워드 `워싱턴 포스트’ 신문 부편집장.

우드워드 부편집장은 이날 자신의 책 ‘격노(Rage)’ 출간에 맞춰 열린 온라인 간담회에서 이같은 평가와 함께, 두 정상이 서로를 신뢰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우드워드 부편집장] “The nature of how they are and how they leaned on each other and how they maintained they were friends, would be friends forever, trusted each other…”

두 정상은 서로에게 기대며 친구로서의 관계를 유지하고, 본질적으로 상대를 믿었다는 겁니다.

우드워드 부편집장의 책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2018년부터 2020년 사이 적어도 28건의 친서를 주고 받았습니다.

친서는 격식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공개된 친서 중 첫 번째는 트럼프 대통령이 2018년 봄 평양을 방문한 마이크 폼페오 국무장관을 통해 김 위원장에게 전달한 것이었습니다.

“친애하는 위원장님”으로 시작한 세 문단의 친서에는 “만나자고 제안해줘서 고맙다”며 “당신과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쓰여 있었습니다.

김 위원장의 답신은 한층 더 격식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을 “친애하는 각하”로 호칭하면서, “과거 어느 누구도 이루지 못하고 전 세계가 기대하지도 못한 위업을 성취하기 위해 성심과 전념을 다해 당신과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습니다.

마이크 폼페오(왼쪽) 미 국무장관이 지난 2018년 5월 방북 당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마이크 폼페오(왼쪽) 미 국무장관이 지난 2018년 5월 방북 당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이렇게 우호적으로 친서 교환이 시작되면서 두 정상은 정상회담 준비 절차에 들어가게 됩니다.

하지만 그 해 5월 24일,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정상회담을 취소하는 공개서한을 씁니다.

이 서한에서 “김 위원장의 시간과 인내, 노력에 깊은 감사를 보낸다”면서 “김 위원장과 만나게 되기를 매우 고대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럼에도 북한이 성명을 통해 엄청난 분노와 공개적 적대감을 보임에 따라 두 정상이 만나는 게 부적절하다고 느낀다고 전한 겁니다.

며칠 후 문재인 한국 대통령의 중재로 미-북 정상회담은 다시 열리기로 결정되고, 김 위원장은 정상회담에 대해 “큰 기대감이 있다”는 내용의 친서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냅니다.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역사적인 첫 미-북 정상회담이 열린 후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친서 교환은 더욱 잦아졌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 직후 6월 15일과 7월 3일 연이어 친서를 보냅니다.

특히 7월 3일자에서는 김 위원장이 폼페오 장관과 협력해 미군 유해 송환과, 북한이 폐쇄하기로 한 미사일 시험장의 기술 전문가 방문 허용, 또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FFVD) 등 세 가지 사안을 진행할 것을 촉구합니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대통령 각하에 대한 변함없는 신뢰와 확신이 실질적인 행동을 취해 가는 향후 과정에서 더 강화되길 바란다”며 답신을 보냅니다.

그리고 7월 27일, 한국전쟁 정전협정 체결 65주년에 맞춰 북한은 55 상자 분량의 한국전 미군 전사자 유해를 송환합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친서 교환을 이어가면서 싱가포르 합의를 이행해 갈 것을 서로에게 요구합니다.

김 위원장은 7월 30일 “각하와 같이 권위 있고 탁월한 국가 지도자와 좋은 관계를 맺은 건 기쁘지만, 기대하고 있던 종전협정 선언이 없는 것에 대해 유감이 있다”고 말합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완전한 비핵화를 포함한 우리가 약속한 바를 진전시킬 시점”이라고 답장을 보냅니다.

김 위원장은 8월 12일과 9월 6일 연달아 트럼프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냅니다.

특히 9월 6일 친서는 김 위원장이 그 때까지 보냈던 서신 중 가장 길고 구체적인 내용이 담겼는데, 이를 통해 비핵화의 조건을 제시합니다.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을 여전히 ‘각하’라 부르며, 비핵화 절차를 단계적으로 밟겠다고 말합니다.

또 9월 21일 친서에서는 “각하에 대한 확신과 존경은 결코 변하지 않을 것이지만, 우리 두 나라 관계의 현 상황과 전망, 그리고 향후 비핵화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우리의 생각에 대해 회의적인 사람이 많다”면서 “각하와 함께 그들이 틀렸다는 것을 보여주겠다”고 말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해 크리스마스 전날 “우리의 다음 정상회담과 비핵화의 실질적인 진전, 그리고 앞으로 당신의 지도 하에 당신의 국가 주민들에게 밝은 미래가 오기를 기대한다”는 내용의 친서를 보냈고, 김 위원장은 다음날 곧바로 새해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내는 답장을 씁니다.

하지만 이듬해 2월 하노이 정상회담이 결렬된 후 두 정상 간 서한 왕래는 횟수가 줄어듭니다.

지난해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미-북 정상회담 직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마이크 폼페오 국무장관이 기자회견을 열고 합의 도출에 실패한 이유를 설명했다.
지난해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미-북 정상회담 직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마이크 폼페오 국무장관이 기자회견을 열고 합의 도출에 실패한 이유를 설명했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하노이 정상회담 3주 후인 3월 22일 보낸 친서에서 “우리가 헤어질 때 말했듯이 나는 당신의 친구이고 언제까지나 그럴 것”이라고 전합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6월 10일 보낸 친서에서 “103일 전 하노이에서 우리가 함께한 시간은 소중한 기억으로 남는 영광의 순간”이었다면서 “당신에 대해 흔들리지 않는 존경이 있다”고 말합니다.

이틀 후 싱가포르 정상회담 1주년을 맞아 트럼프 대통령은 답장을 통해 “당신과 나는 독특한 스타일과 특별한 우정을 유지하고 있다”며 “당신과 나만이 우리 두 나라의 문제를 해결하고 70년의 적대관계를 끝낼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주요 20개국 G20 정상회의 참석차 6월29일 일본을 방문한 자리에서 트위터를 통해 공개적으로 김 위원장에게 만남을 제안하고, 같은 날 친서를 통해 다음날 오후 3시 반 판문점 회동을 제안합니다.

그 회동은 김 위원장이 수락하면서 성사됩니다.

그리고 한 달이 지난 8월 5일, 김 위원장이 다시 친서를 보냅니다.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앞서 두 차례 보낸 친서와 함께 판문점 회동 사진을 보내준 것에 감사를 표하면서, 동시에 미-한 연합군사훈련이 완전히 중단되지 않은 데 대해 실망을 여과없이 드러냅니다.

김 위원장은 “명백히 불쾌하며, 이런 감정을 감추고 싶지 않다”면서 “각하와 이런 솔직한 생각을 주고 받을 수 있다는 관계에 있다는 것을 매우 자랑스럽고 영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싱가포르 정상회담 직후 기자회견에서 미-한 연합훈련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고, 이후 훈련은 축소 조정된 바 있습니다.

밥 우드워드 `워싱턴 포스트’ 신문 부편집장의 책 ‘격노(Rage)’.
밥 우드워드 `워싱턴 포스트’ 신문 부편집장의 책 ‘격노(Rage)’.

우드워드 부편집장의 책에서 공개된 두 정상 간 마지막 친서는 올해 3월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유행과 관련해서 보낸 서한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4월 기자회견에서 김정은 위원장으로부터 최근 친서를 받았다고 말했지만, 북한 외교부는 친서 발송 사실을 부인한 바 있습니다.

VOA뉴스 김영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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