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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트럼프 4년 외교정책] 1. 기존 공식 탈피…동맹 관계, 국제사회 미국 역할에 큰 변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2일 텍사스주 국경장벽 방문을 마치고 백악관에 돌아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2일 텍사스주 국경장벽 방문을 마치고 백악관에 돌아왔다.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재선에 실패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며칠 뒤면 4년 임기를 마치고 백악관을 떠납니다. VOA는 임기 초부터 전례 없는 조치들을 선보인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정책을 돌아보는 두 차례 기획보도를 준비했습니다. 오늘은 첫 순서로 동맹 관계, 대 중국 정책, 국제기구 내 미국의 역할 등에서 나타난 중대한 변화를 살펴봅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년 간 ‘미국 우선주의’를 기반으로 한 외교 정책을 펼쳤습니다.

대통령 후보 시절부터 줄곧 주장한 대로 기존 관습이나 외교적 공식에서 벗어난 독특한 형태의 대외 정책을 임기 초반부터 추진한 겁니다.

이에 따라 그 동안 미국 정부가 수십년 간 유지해 오던 여러 외교 정책들과 대외 관계, 국제기구에서의 활동 등에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이 중에서도 동맹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인식이 이전 행정부와 큰 차이를 보이면서, 동맹들과의 관계는 물론 방위비 증액과 관련한 새로운 정책과 방향이 제시됐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6월 미 육군사관학교 졸업식에서 끝이 보이지 않는 전쟁에 개입하는 일은 끝내겠다며, 새로운 안보 전략은 명백히 미국의 중요한 이익을 수호하는 데 초점을 맞추겠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트럼프 대통령] “We are ending the era of endless war..."

더 이상 미국은 세계 경찰국가가 아니며, 멀리 떨어진 나라들 사이의 오랜 분쟁을 해결하는 것이 미군의 임무는 아니라는 겁니다.

이에 따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들은 트럼프 행정부로부터 국내총생산대비(GDP) 2%를 국방비로 책정하라는 등의 압박을 받았으며, 한국과 일본 등 미국이 주둔한 나라들에겐 방위비 분담금 인상 청구서가 전해졌습니다.

트럼프 행정부와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벌이고 있는 한국은 2019년 미국으로부터 이전보다 5배 증액된 분담금을 요구받았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주한미군 제2보병사단 기갑부대의 한미합동도강훈련 모습. (자료사진)
주한미군 제2보병사단 기갑부대의 한미합동도강훈련 모습. (자료사진)

지난해 4월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정례 기자회견에서 한국과의 방위비 분담금에 대해 우회적으로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녹취: 트럼프 대통령] “But we are asking them to pay for a big percentage of what we are doing. It’s not fair.”

미국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해 더 많은 비율을 지불하기를 한국에 요구하고 있으며, 한국의 분담금은 공정하지 않다는 겁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 세계 미군 개입의 최소화를 강조하며 이를 실행에 옮기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시리아와 아프가니스탄에 배치된 미군은 철수되거나 규모가 축소됐으며, 나토 회원국이자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국방비 책정 비율이 다른 나라에 못 미친다는 평가를 받았던 독일은 자국에 주둔하던 미군 병력 1만2천 명이 떠나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습니다.

이는 과거 세계 ‘경찰 국가’를 자처했던 미국에선 쉽게 볼 수 없던 현상입니다.

다만 동맹국들과의 방위비 분담이 공정하지 못하다거나 다른 나라 문제에 대한 미국의 과도한 개입은 과거부터 제기된 만큼, 미국 내에서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된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전통적 외교 방식을 추구하는 바이든 행정부가 임기 초반부터 동맹과 미군의 개입 문제 등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조치들을 되돌려 놓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많습니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수석부차관보입니다.

[녹취: 리비어 전 부차관보] “He's made it very clear that he wants to engage in conventional diplomacy…”

바이든 당선인이 전통적 외교를 할 것이라는 점을 매우 분명히 했으며, 이에 따라 적국들과의 외교에 있어서도 현 동맹과 오랜 관계의 동맹을 우선시하는 것을 바탕으로 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겁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 세계 나라들과의 관계를 재정립하는 데도 많은 공을 들였습니다.

북한과 임기 초반 설전을 주고받긴 했지만, 결과적으론 현직 미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북한 지도자와 두 차례나 정상회담을 하고, 판문점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한 땅을 밟는 파격적인 모습을 연출했습니다.

반면 이란에 대해선, 오바마 행정부 때 맺은 핵 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에서 전격 탈퇴하면서 이란은 물론 다른 합의 당사국들과도 대립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바마 행정부 때 맺은 이란과의 핵 합의에 많은 결함이 있다며, 근본적으로는 이란의 핵과 탄도미사일 개발을 막을 수 없다는 주장을 펼쳐왔습니다.

지난 2018년, 트럼프 대통령 미국과 프랑스, 독일 등 6개국이 이란과 맺은 이란 핵 합의에 근본적인 결함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트럼프 대통령] “The Iran deal is defective at its core. If we do nothing, we know exactly what will happen. In just a short period of time, the world’s leading state sponsor of terror will be on the cusp of acquiring the world’s most dangerous weapons.”

트럼프 대통령은 단기간에 세계 최고의 테러지원국이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무기들을 획득하는 정점에 서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2019년에는 미군에 대한 테러 공격을 모의하고 지휘했다는 의혹을 받았던 이란혁명수비대 정예군의 거셈 솔레이마니 총사령관이 미군의 공습으로 사망하기도 하면서, 미국과 이란의 관계는 계속 악화됐습니다.

이라크 바그다드의 타흐리르 광장에서 지난 3일 지난해 미군 무인기 공습으로 숨진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사령관의 사망 1주기를 맞아 대규모 반미 시위가 열렸다.
이라크 바그다드의 타흐리르 광장에서 지난 3일 지난해 미군 무인기 공습으로 숨진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사령관의 사망 1주기를 맞아 대규모 반미 시위가 열렸다.

트럼프 행정부가 가장 많은 각을 세운 나라는 중국이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수년 간 제기돼 온 중국의 지적재산권 침해와 환율조작 의혹, 미국과의 여러 불공정 거래 등을 문제 삼으며, 2018년부터 중국과 본격적인 무역전쟁을 시작했습니다.

이에 따라 중국에 대한 보복 관세가 부과됐으며, 중국의 통신업체 등에는 다양한 규제가 가해지는 등 경제 분야에서 압박이 잇따랐습니다.

또 시간이 흐르면서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에 대한 중국 정부의 초기 대응 문제와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 위구르족 탄압 등 다른 사안들로 옮겨지면서 더 격화됐습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에 대한 각종 제재 조치와 공개적인 비난 등에 있어서도 주저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고, 임기를 얼마 남기지 않은 최근까지도 중국이 민감하게 여기는 타이완 문제나 중국 인민군과 관련한 내용의 여러 행정명령을 내놓으며 싸움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지난 11일 VOA를 방문한 마이크 폼페오 미 국무장관의 연설에선 트럼프 행정부의 중국에 대한 인식을 엿볼 수 있습니다.

[녹취: 폼페오 장관] “The Chinese Communist Party has a clear intent for hegemonic dominance. And we have an obligation or responsibility to the American people and frankly to freedom-loving people around the world, to make sure that that is not the world that our children and grandchildren live in.”

중국 공산당은 세계 패권을 장악하려는 분명한 의도를 갖고 있으며, 미국은 미국인들과 세계의 자유를 사랑하는 이들의 자손들이 그런 세상에 살지 않도록 하기 위한 의무가 있다는 겁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선보인 ‘미국 우선주의’ 외교의 특징 중 하나는 국제기구와 과거 미국이 맺은 국제조약 등에서 탈퇴하는 조치를 취했다는 점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첫 해인 2017년, 오바마 행정부가 체결한 ‘파리 기후변화협정’에 대한 탈퇴 의사를 밝혔고, 유예 기간 등을 거쳐 지난해 11월 공식 탈퇴했습니다.

이 같은 조치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웠습니다.

파리 기후변화협정으로 인한 각종 규제로 미국의 일자리가 줄어들고 공장들이 문을 닫고 있기 때문에 미국민을 보호할 대통령의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협정에서 탈퇴했다는 겁니다.

이처럼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4년간 미국의 국익을 이유로 내세우며 유엔 인권이사회(UNHRC)와 유네스코(UNESCO·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 유엔 국제이주협정(GCM)에서 탈퇴했으며, 유엔의 팔레스타인 난민 지원기구인 UNRWA에 대해선 지원금도 대폭 삭감했습니다.

또 과도하게 중국 편향적이라는 지적이 일었던 국제보건기구(WHO)에 대해서도 지난해 4월 자금 지원 중단 발표에 이어 7월엔 탈퇴서를 제출했습니다.

그 밖에 1987년 러시아와 체결한 중거리핵전력(INF) 조약과 2015년 미국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11개국과 맺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도 트럼프 대통령이 탈퇴한 국제 합의입니다.

전문가들은 바이든 행정부가 취임 후 트럼프 대통령이 탈퇴한 협정 등으로 복귀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만큼, 새 행정부 임기 동안 외교 분야에서 지난 4년 동안과 견줄 만한 대대적인 변화가 일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정책을 돌아보는 두 차례 기획보도, 내일은 두 번째 마지막 순서로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정책을 돌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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