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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행정부 대북 군사정책, '화염과 분노'에서 외교 지원 전환  


지난 2017년 12월 미한 연합공중훈련 '비질런트 에이스(Vigilant Ace)'에 참가한 미 공군 장거리전략폭격기 B-1B '랜서'와 F-35A, F-35B 전투기가 한국 공군 F-16, F-15K 전투기와 편대비행하고 있다.
지난 2017년 12월 미한 연합공중훈련 '비질런트 에이스(Vigilant Ace)'에 참가한 미 공군 장거리전략폭격기 B-1B '랜서'와 F-35A, F-35B 전투기가 한국 공군 F-16, F-15K 전투기와 편대비행하고 있다.

지난 4년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군사정책은 미-북 관계에 따라 적잖은 변화를 겪었습니다. 실제적 무력 사용을 검토하는 단계에서 대규모 연합훈련을 유예하고 비핵화 외교를 지원하는 방향으로 전환했지만, 언제든 강경책으로 복귀할 수 있다는 점도 함께 시사했습니다. 김동현 기자가 정리했습니다.

“북한이 도발을 멈추지 않으면 전 세계가 지금껏 보지 못한 ‘화염과 분노’의 힘과 맞닥뜨리게 될 것이다.”

[녹취: 트럼프 대통령/2017년 8월]“They will be met with fire, fury and frankly power the likes of which this world has never seen before."

지난 2017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직후 북한이 두 차례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 시험을 강행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날린 공개 경고입니다.

트럼프 정권 출범 초기 관통 주제어, ‘화염과 분노’

실제 군사작전 시행 검토…싱가포르 합의 뒤 급반전

빈센트 브룩스 당시 한미연합사령관은 퇴임 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경고가 절대 빈말이 아니었다고 전하면서, 미군이 선제공격이나 단독공격을 포함한 모든 선택지를 검토하고 있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실제로 당시 미국의 핵 항공모함과 전략폭격기 등이 한반도에 전개됐고, 고강도 대북 제재도 시행됐습니다.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도 이듬해 8월 `워싱턴 포스트’ 신문 기고문에서 북한의 특정 분야에 치명적 피해를 입히는 외과식 타격 ‘코피전략’이 실제 검토됐었다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이듬해 신년사에서 미 본토 전역이 자신들의 핵 타격 사정권 안에 있다며 핵단추를 언급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내가 가진 것은 더 크고 강력하다”며 맞받아쳤습니다.

그러나 2018년 6월 12일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비핵화와 관계 정상화를 핵심 내용으로 하는 공동성명에 합의하면서 이런 상황은 극적으로 바뀌었습니다.

미국의 대북 국방 노선이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백악관과 국무부의 외교적 노력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돌아선 겁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의 외교 협상이 진행되는 와중에 대규모 미-한 연합훈련은 지나치게 도발적이라며 중단을 전격 발표한 이래, 지금까지 유예하고 있습니다.

북한, 2019년 연말시한 통보하며 신형 단거리 미사일 발사

그러나 미-북간 군사 쟁점은 북한이 2019년 5월부터 신형 단거리 미사일을 잇따라 발사하면서 또다른 전환기를 맞습니다.

앞서 김정은 위원장은 그해 신년사에서 미-북 협상 교착 상태를 비난하면서 미국이 제재와 압박을 유지한다면 ‘새로운 길’을 모색할 것이라며 시한을 연말로 정하고 미국의 태도 변화를 요구했습니다.

존 볼턴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북한이 쏜 단거리 미사일이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며 경고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는 달랐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쏜 것은 ‘작은 무기들’ 이라며 개의치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미 의회와 전직 관리 등 일각의 우려가 이어졌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과 핵실험 재개를 넘어서는 안될 선으로 간주하는 태도를 유지했습니다.

미 국방부, "언제든 대북 강경기조 복귀 가능" 우회 경고

미사일 방어-유사시 공격 역량은 꾸준히 개선

이런 가운데 김 위원장이 제시한 연말 시한이 다가오고 북한 관리들이 강경 발언을 이어가자 미 국방부는 언제든 2017년 상황으로 돌아가는 것도 가능하다며 북한을 압박했습니다.

현재 공군참모총장인 찰스 브라운 당시 인도태평양 공군사령관은 전화회견에서 외교적 노력이 와해될 경우의 준비태세를 강조하며, “2017년에 준비했던 것들에 대해 꽤 빨리 먼지를 털어내고 이용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 무렵 하이노 클링크 국방부 동아시아 담당 부차관보도 “미국 정부는 단 한 번도 대북 군사력 사용 방안을 내려 놓은 적이 없다”며 북한의 미사일 도발 등이 외교공간을 점점 좁히고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녹취: 하이노 클링크 부차관보] “As you stated, the military option was never taken off the table. I mean, the military exist to serve as a deterrent. It serves as a stabilizing force. That is not just in the Korean Peninsula, that is not just in the United States, or South Korea that is just a basic fact if you will”

실제로 미국은 북한의 유사시를 대비한 공격 역량과 방어 전략을 꾸준히 개선해왔습니다.

지난해 11월 남태평양 해상에서 쏘아올린 모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이지스함에서 발사한 SM-3 블록 2A(알파)로 요격하는 FTM-44 실험을 진행해 우주에서 격추하는데 처음으로 성공했습니다.

또 한반도에 배치된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사드와 패트리엇 체계를 통합하는 정책도 올해 완료할 예정입니다.

공격 역량의 경우 트럼프 행정부는 실전 상황에서 사용할 수 있는 저위력 핵폭탄 개발 예산을 크게 늘렸습니다.

이와 관련해 미 고위 국방 관리들은 VOA와의 인터뷰에서 잠수함에서 발사하는 핵탑재 차기 해상 순항미사일과 공중 기반 B61-12 개량형 핵폭탄의 경우 한반도 억지력 강화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B61-12는 지난해 F-15, B-2 전략폭격기의 상호운용성 실험을 최종 완료했고, F-35 스텔스 전투기도 첫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2019년 7월 마크 에스퍼 당시 국방장관 지명자는 상원 군사위 인준청문회에서 한반도 유사시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배치 장소를 효과적으로 타격할 수 있는 방안을 묻는 질문에 “북한 주민들에게 미칠 부수적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도록 유관기관과 긴밀히 협의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마크 에스퍼 당시 신임 국방장관 지명자/ 2019년 7월 상원인준청문회 서면질의 답변] “If confirmed, I would work closely with the Department of Energy and the intelligence community to ensure we have the information necessary in a contingency to eliminate the threat from the sites without causing unintended effects on the broader North Korean population.”

싱가포르 합의 뒤 대규모 연합훈련은 계속 유예

미 국방부는 싱가포르 합의 뒤 대규모 미-한 연합훈련을 유예했어도 준비태세에는 지장이 없는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데이비드 올빈 미합동참모본부 전략정책 담당 국장은 지난해 1월 하원 군사위 청문회에서 “대규모 연합훈련에 연계됐던 내용 중 88%를 시행했다”며 준비태세에 문제가 없도록 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다만, 대규모 연합훈련 유예에 이어 지난해의 경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이라는 변수까지 겹치면서 준비태세 하락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됐습니다.

에이브럼스 사령관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하지 않다”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은 지난 4일 “현재까지는 준비태세를 성공적으로 유지했지만, 솔직히 말해 장기적 관점에서 지금과 같은 방식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에이브럼스 사령관] “We've actually had to send air crews both fixed and rotary wing to trained off the peninsula. This reduces the number of available critical capabilities on Peninsula to respond to any potential crisis, resulting in higher military risk for other important systems…Despite this, our forces remain committed and ready to defend the Republic of Korea, frankly, it is not sustainable in the long term.”

특히 헬기 또는 고정익 항공기들의 사격훈련을 한반도에서 시행하지 못하고 있다며, 미 본토에서 임시로 하는 방식은 한반도 유사시 핵심 대응역량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대규모 연합훈련 유예를 동맹의 무임승차 주장과 연계하는 거래적 접근법을 취했고, 방위비 분담금 협상은 시효를 넘겨 여전히 교착 상태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국군으로의 전시작전권 전환 문제도 대규모 연합훈련 재개와 긴밀히 연계돼 있지만 북한 외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변수 때문에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VOA뉴스 김동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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